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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MEMORY 5앱에서 작성

cu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04 15: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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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강태욱'의 시점입니다.




-





그날 밤 이후, 내게 생각이 많아졌다. 그녀가 아는 '강태욱'이 아닌 그녀를 알지 못하는 '강태욱'으로서 내가 무얼 해줄 수 있을까, 같은 생각들. 그래서 골똘히 생각하고 고민하여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새로운 기억을 채우는 것. 과거의 '강태욱'이 그녀를 사랑했던 것 처럼, 그러나 허울뿐인 '감정'들과는 별개로 그녀를 사랑하는 것. 그리하여 그녀가 찰나의 순간, 과거를 떠올려도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면 된다.

-

국선 변호사로서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 사무장님께 부탁드려 지금까지 맡았던 사건들을 전부 정리한 자료를 받았다. 방대하고 막대한 양에 괜히 부탁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몇몇 해결하지 못한 것도 있고 변호사로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확인도 해야하기에 군말 없이 빼곡히 쌓인 자료들을 하나씩 정독해 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오랫동안 한 자세로 앉아있었더니 허리가 뻐근해져 기지개를 켜는데 문득 사무장님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몇 시간 전, 사무장님과의 통화 중.-


'자료 감사합니다.다 확인하면 다시 연락 드릴게요.그때까진 푹 쉬고 계세요.'

-네.안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변호사님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그동안 제대로 쉬질 못했거든요.갑자기 사건 정리하느라.

'죄송해요.나중에 맛있는거 사드릴게요.'

-네.꼭 사주세요.

'네.그러겠습니다.'

-아참, 고 앵커님에 대해서 조사는 해보셨습니까?아니, 기억나는건 있으십니까?

'네, 뭐...노력은 하는데 기억 나는건 없습니다.'

-그럼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보세요.

'네?왜…그래야 되죠?'

-아...모르시겠구나...

'뭘요?'

-고 앵커님, JBC 방송국 메인 앵커셨어요.1년 전까지만 해도.

'네?'

-이력이 되게 화려하신데...한번 검색해 보세요.



생각해보니 그녀가 기자인것만 알았지 무슨 기사를 썼는지, 기사로서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잠시 쉴 겸 그녀에 대해 조사도 할 겸 잠시 문서 파일을 닫고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검색창에 그녀 이름을 적고 엔터키를 누르자 사무장님 말씀대로 그녀의 화려한 이력이 펼쳐졌다.



'내가 되게 대단한 여자랑 결혼 했구나.'



그녀가 썼던 기사와 그녀가 진행한 뉴스에 대해서 훑어보며 괜히 내가 뿌듯해져 피식-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는데 가장 최근에 쓰인 그녀와 관련된 기사에서 금새 표정이 굳어갔다.



'대체 케빈 리가 누구야...'



프로 골프 선수 '케빈 리'.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낯설지가 않았다. 기분도 나쁘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비운의 선수라고 적혀있는데 내가 기억하는 선수 중엔 없는 이름이라 검색창에 그녀의 이름을 지우고 그 선수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자 모니터를 가득 채우는 그의 프로필과 연관검색어. 그 중엔 낯선 이름과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이름이 공존했다. '케빈 리'의 본명 '이재영'. 그의 아내 '서은주'. 처음 보는 남자의 이름 '하명우'. 그리고 나의 아내 '고혜란'. 그리고 나 '강태욱'.



'당신 대체 누구야?누구길래…'



그의 프로필 아래로 쭉 나열된 기사를 보면 그는 가히 세계 최고라 불리우는 전도유망한 골프 선수였다. 늦은 나이지만 남들이 한 번 가지기도 힘들다는 우승컵을 두 번이나 품에 안은 불굴의 사나이였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온 뒤, 그녀가 진행하는 뉴스나인에서 첫 단독 인터뷰를 갖고 활발한 국내 활동을 가지던 중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비운의 프로 골퍼. 하지만 불의의 사고인줄 알았던 그의 죽음은 알고보니 누군가의 살인이었고 범인은 온 국민에게 가장 신뢰 받는 언론인 '고혜란'을 스토킹한 '하명우'였다. 기사 속 내용은 이게 전부였지만 묘하게 기분이 찝찝했다. 꼭 기사 속 내용이 전부가 아닌것 같달까. 사건에 의문점이 많았는지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댓글도 간간히 보였다. 그리고 그와 그녀에 관한 추문(醜聞)도 있었다.



'하...미치겠네...'



그 말도 안되는 추문(醜聞)에 의하면,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는 그녀와 고교 동창이었다. 처음 케빈 리가 세상에 얼굴을 내비친건 '고혜란의 뉴스나인'. 그리고 케빈 리 다큐의 제작 및 진행도 그녀가 맡았다. 근데 사건이 나자마자 참고인 조사를 받은 그녀는 용의자가 되었고 케빈 리와 마지막으로 같이 있던 사람이 그녀라는 얘기가 나오자 남의 말 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의문의 사고. 피해자는 유명 프로 골퍼. 한순간에 참고인에서 용의자가 된 유명 앵커. 그녀의 변호인이자 남편이며, 명망 높은 법조인의 외아들. 피해자의 아내이자 용의자의 고교동창인 유가족. 충분히 추문(醜聞)이 되고도 남을 화젯거리였다. 모든 관련 기사를 읽고 나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갑자기 나타나 모든걸 자백한 범인과 증거없이 그녀를 48시간 동안 구속한 검찰. 그리고 범인 자백 외엔 아무 증거도 못찾은 경찰 수사관들.



'으윽…'



그녀의 변호인이 나였다면 잃어버린 기억 속에 사건의 진실이 모두 담겨있을텐데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함과 동시에 귀가 찢어질듯한 이명과 함께 극심한 두통이 일었다. 마치 기억을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처럼 두통은 더 이상 내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두통과 이명은 사라졌지만 굉장히 답답했다. 무거운 돌덩이가 온 몸을 짓누르는 것 처럼 답답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기억 속 내가 무얼 알고 있는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

늦은 저녁,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JBC 방송국에 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넓고 조용한 방송국 로비를 서성이며 그녀를 기다리는데 낮에 봤던 기사들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좋지 못한 추문(醜聞)까지도. 그녀를 만날 생각에 들떴던 마음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 그것들을 마주한 '강태욱'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신념과 고집이 강한 내가 그녀를 계속 사랑했는지도.



'태욱 씨!'



근데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때의 내가 어떤 선택을 했든 지금의 난, 그녀를 사랑한다. 나에게 걸어오는 그녀를, 나에게 환한 미소로 손 흔드는 그녀를, 내 앞에 있는 현재의 그녀를 사랑한다. 무엇이 진실이든, 어떤 기억이 날 기다리고 있든 상관없다.



'혜란아.'



내 품에 안겨 은은한 향기로 날 편안하게 만드는 그녀만 있으면 그뿐이다. 잃어버린 기억이 남긴 감정에 휘둘리는거래도 괜찮다. 심장의 두근 거림. 설레고 애타는 마음. 이것들이 전부 거짓된 거라해도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면 그만이다.




















-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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