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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

부르고스순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0.27 07:32:37
조회 4839 추천 88 댓글 163

일본 근대 사학자 피터 듀스가 쓴 일제의 조선 침략 과정을 다룬 '주판과 칼'이란 책을 보고 하는 말인데 


1873년 메이지 신정부 인정 문제로 처음 조선과 갈등이 생겼을 때 일본 목적은 사실 본격적인 조선 병탄과 식민화가 아닌 적당히 일본말 잘 들으며 조선을 근대화 시킬 만한 꼭두각시 정권을 새우는 것이었음. 


갑신정변, 개화파, 김홍집 내각, 독립협회 이런 것만 봐도 사실 말이 될거야. 갑신정변때도 막상 조선 내에 청군은 주둔해 있었는데 일본은 군대가 없어서 무기력하게 정권을 다시 뺏기고 일시적으로나마 조선에서 완전 털릴 뻔 했잖아. 


피터 듀스의 주장에 따르면 18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은 조선 문제를 철저히 안보의 차원에서 봤음. 뭔 말인고 하니 흑선내항 이후 시모노세키 전쟁 이런거 겪으면서 일본애들 본인들도 우리도 서구 열강 식민지로 전락하는거 아닐까 부들부들하면서 떨고 지냈잖아? 특히 북방에서 막 내려오는 러시아의 위협은 한중일 가릴거 없이 동아시아 전반에서 느끼던 위기감이었음. 


이런 위기의식으로 빠른 시간 내에 집약적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던 일본은 지정학적 논리에 따라 대륙이나 조선반도를 거점으로 러시아가 일본을 침략하지 않을까 두려워했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조선도 메이지 유신 같은 응축된 빠른 근대화로 부국강병을 이루어야 일본 자체도 평안할 수 있다 느꼈던 거지. 이런 논리에서 일본은 계속 조선 내에서 일본 본인들 입장에서 신뢰하고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선판 유신 정부가 필요했던거지. 


물론 이런 동기의 '순수성'이야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애들 본인들 머리속에서나 의미 있는 요소고, 어쨋든 조선 정부는 이렇게 일본이 조선 정치판에서 개화파 정권을 옹립하려는 시도를 침략으로 보았고, 을미사변 같은 과격한 간섭에 의해 을미의병쯤 되면 본격적인 반일 의식이 지방 양반층 중심으로 일반 사회까지 퍼지게 됨. 애시당초 입맛에 맞는 파트너 정부나 새우려고 했던 일본 입장에선 이런 반일 의식 확산 과정을 보며 어어 이게 아닌데 하다가 결국 고종과 민씨 일파가 자신들이 애초에 우려하여 차단하려 했던 악몽 시나리오 그 자체였던 러시아를 끌어들이면서 경악함. 


결국 본인들도 막심한 피해를 입으며 러일 전쟁을 치루고, 심지어 그 이후에도 의병 활동이 계속 되자 1908년 남한 대토벌까지 벌이면서 일본 측에선 '지정학적으로 일본을 안전하게 해 줄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이룰 적당한 파트너 정권 수립'이란 전제 조건 자체를 심각하게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 함. 이렇게 정리해서 말하자면 '조선 유신파'라 부를 수 있는 구 유신 지사 세력의 거두였던 이토 히로부미가 아이러니컬하게 안중근에게 암살 당하면서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비롯한 강경파를 막을 세력이 사라지면서 결국 저런 지정학적 안보 딜레마의 최종 해결법으로 합병을 밀어 붙혔다는 관점임. 


물론 초기부터 에도 시대때 막부에서 내수용으로 주장하던 통신사 사절단을 보내는 조선은 우리 속국이라는 말을 덥썩 믿고 초기부터 본격적인 조선 정벌을 주장한 지식인, 군인 세력도 분명 존재 했지만 듀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강경 정한론 세력은 항상 관 외의 재야 활동가들이었지, 고위 정치인들은 모두 저런 막부 시절 미토 학파가 성리학적 관점에서 주장했던 일본 천자국설이 내수용 구라임을 알고 있었고, 노골적인 침략 의지에 있어서 저런 제국주의 재야 활동가들에 비해 항상 한발 뒤였음. 저서에 따르면 상술한 정치적 과정과 별개로 같은 시대 조선과 일본간 경제 상업적 관계도 더 커지면서 일본측에서 건너온 상인, 사업자들이 대부분 일확천금 한탕이나 하러온 투기꾼들이었다는 사실도 당시 조일 사회적 관계의 악화에 공헌하였을 거라 함.


이 과정을 모두 겪어 결국 한국을 식민지로 집어 먹은 일본 입장에서 조선의 가치는 경제적인 수탈의 관점에서 가치 있는게 아니라, '나약하고 구시대의 관습에서 벋어나지 못해 외국에게 침략 당한 이웃 민족'의 표상이라는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중요했다고 하네. 듀스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쓴 여행기, 민족론 등등 당시 제국주의적 문학에선 조선인들이 미개하고 나약하다고 멸시를 할수록 그럼 그렇게 미개하고 나약한 민족과 공유하는 역사, 문화적 요소가 엄청나게 많은 일본은 뭐가 되냐는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함. 이런 세계관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제국주의적 지식인들이 제시한 개념이 '조선은 일본이 근대화 하지 않고 있었을 경우 전락했을 꼬락서니'라는 내용의, 전근대적 야만의 표상으로서 조선을 만들었다고. 조선인 멸시의 주된 테마인 더러움, 불결함, 똥 얘기 같은 주제는 항상 "우리 일본도 몇년 전에는 그랬으나" 라는 내용이 따라 붙은 걸로 보아 일본 자체의 여전히 느린 근대화, 사회적으로 만연한 전근대적 낙후성에 대한 불안함을 오히려 반영했다는 주장이지. 


따라서 듀스는 일본의 조선 침략 과정은 일본이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두려움이란 과도기적 불안함을 이해하지 못하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일이었다고 함. 결국 조선은 막 근대화를 이루었던 일본의 세계관 형성 과정에 있어서 마치 영국에게 있어 인도 처럼 일본 제국의 왕관의 보석이었으며, 이 중요한 가치는 물질적인게 아니라 메이지 유신을 이룩하지 않았을 경우 일본의 표상이란, 근대화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가치였다고 결론 내림. 


듀스 본인이 인정하는 그대로 한국어는 할 줄 몰라서 한국측 사료는 잃지 않고 내린 결론이지만 내가 보기엔 상당히 설득력 있는데 윾붕이들은 어떻게 생각? 

윾겜얘기: 베트남 하려면 왠만하면 속 편하게 유교로 갈아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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