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회사를 이직하겠다며 서울서 내려온 누나는 집에서만 뒹굴뒹굴 구르고 있었다.
딱히 별 관심은 없었기에 나는 평소대로 엠창인생에 걸맞게 야간 알바를 뛰러 나왔고, 방금전 퇴근.
집에 돌아오니 너무 배가 고파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에 뭐 넣을 만한것 없을까 싶어 라면갤러리를 검색한 결과 이곳에 유입됬다. 딱히 도움될만한 글은 없고 존재 의미가 궁금한 미개 갤러리임을 파악한뒤, 그냥 냉장고나 뒤져봤다.
처음엔 뭐가 비닐에 돌돌 말려있길래 먹다 남은 야채인줄 알았다. 비닐을 풀어보니 그안에 들은것은 흡사 나의 육봉과 같이 장대한 길이를 가진 (비쥬얼도 비슷한) 밥덩이였다.
\'씨발 이게뭐지?\' 라는 생각도 들기전에 난 장대하고 그로테스크한 그것이 누나의 피조물임을 알고 있었다. 옛부터 누나는 내가 어렸던 시절부터 기묘한 음식들을 내게 먹이고 \'맛있지? 맛있지?\' 라며 날 괴롭히곤 했다. 하지만 이미 직장인인 누나가 대학에 간 이래로 본적 없던 그것들이, 기억 속에서 왜곡되어 그리운 추억들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일까? 그것의 정체와 맛이 궁금해진 나는 저질러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의 이름은 적당히 잡곡치즈밥봉 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번엔 나에게 콩밥에 치즈를 껴넣어 먹일 생각을 했던걸까? 라면엔 원래 밥도 말아먹고 치즈도 넣어 먹으니까 괜찮겠구나 싶어 냄비에 투하했다. 라면에선 엠창 흙탕물 맛이 났다. 그리곤 어렸을적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 새벽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