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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문 참가/순수 문학] 트루 러브.txt

시골청년병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28 01: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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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러브


에필로그


겨울이 끝나감을 알리듯, 바람은 아직 좀 차갑지만, 햇볕은 따스했다. 북쪽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숲속에서 크리스토프는 바위에 앉아 스벤과 눈높이를 같게 했다. 크리스토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크리스토프의 눈치를 살피던 스벤이 먼저 입을 열려던 순간, 크리스토프가 스벤의 입을 손가락으로 저지하고 말했다.

- 가끔 그녀의 소식을 들으면 피식하고 그냥 웃어넘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식했는데, 별 의미 없더라고... 머리만 아프고...

크리스토프가 잠시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 이별 별거 없더라고... 목 놓아 울고 나니 후련해졌어... 시간이 약이란 말 이해가 됐어...

크리스토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하지만 건조한 목소리로 스벤에게 말했다.

- 견딜만해... 견딜만한 외로움이야... 그리고 버틸만해... 버틸만한 그리움이야...

자신의 어둠을 지워내듯 애써 밝은 척하며 스벤에게 말을 이어갔다.

- 사실 말이야... 내가 아파한다고 그녀가 나한테 와 줄 거 아니잖아...? 생각보다 난 견딜만하더라고... 죽을 만큼 사랑은 안 했나 봐...

- 무~!

스벤이 크리스토프의 소매를 물어 잡아끌었다.

- 아니야, 스벤... 정말로 나는...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가끔 좀 보고 싶지만... 견딜만해...

크리스토프에게 답답함을 느낀 스벤이 그에게 정신 차리라고 일갈하였으나, 그는 어느샌가 다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렌델 성이 있는 방향으로. 크리스토프는 봄바람이 아직 좀 차다고 생각했다.


1장


트롤의 숲에서 트롤들과 함께 자란 크리스토프는 얼음 장수였다. 노동을 해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거운 트롤들과 함께 지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몸은 꽤 나 다부졌다. 그리고 그것과는 다르게 그의 얼굴은 금발의 미청년이었다. 그에게는 트롤 말고도 가족이 더 있었는데, 그의 일을 도와주는 순록 스벤이었다. 그는 스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왜 그런지는 그 자신도 잘 몰랐지만, 아무튼 순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가족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는 트롤 무리 중에서 자신만의 장소로 보이는 거처로 가, 손깍지를 끼고 뒤통수에 대어 밤하늘을 보며 누웠다. 그리고 낮에 들었던 이야기를 되뇌었다. 

- 곧 다가올 이번 동지에 첫째 공주님의 성인식이 있을 거라는군!

- 거, 들려오는 소문으론 얼음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분이라서, 얼음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지 아마?

- 크하하하! 참 순진한 친구 구만 그래!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를 믿는단 말인가?! 이 세상에 마법이 어디 있나?! 크하하하!

아렌델 성 근처의 시장에서 얼음을 팔고 돌아오던 길에 생선 장수와 꽃 장수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생선 장수의 크고 호탕한 목소리는, 왕가나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크리스토프의 귀에까지 닿기 충분했었다.

(얼음 마법으로 얼음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고?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공간에서 생선 장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과 같은 얼음 장수들은 진즉에 실직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동지라... 삼 일 후인가? 흠...)

크리스토프는 갑자기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법이 있든 없든 자신에게 큰 차이는 없겠지만, 왠지 마법이 있다고 믿는 쪽이 뭔가 좀 더 재밌을 거 같았다. 아까 상인들의 말로는 공주가 매우 이쁘다는 얘기도 나누었던 거 같은데 솔직히 그런 거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의 크리스토프는 얼음 마법에만 관심이 있었다.

(나도 얼음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면, 조금 더 편하게 얼음 장사를 할 수 있겠지? 아니, 얼음 장수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크리스토프는 이런저런 재밌는 상상에 뒤척이며,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크리스토프는 빨리 동지가 왔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랐다.

다음 날, 크리스토프는 한숨도 못 자고 퀭한 눈을 한 채, 열심히 얼음을 날랐다. 스벤의 잔소리는 덤이었다.


*


기다란 빨간 머리에 브리지와 비슷한 한 줌의 하얀 제비초리 머리카락과 녹색에 가까운 눈을 가지고 있는 소녀가 아렌델 성 내부를 마구 뛰어다니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막 지나서 창 안으로는 따뜻하고 눈 부신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 오늘은 언니의 성인식이 있는 날이니까, 한스 오빠가 놀러 오겠지? 와~! 신난다! 뭘 하고 놀까? 어떤 맛있는 걸 먹을까?

성인식 파티 준비를 하는 시녀들 사이를 마구 뛰어다니는 말괄량이 아가씨를, 누가 불러 멈춰 세웠다.

- 조심해, 안나. 그러다가 사고 나겠어.

- 엘사 언니!

차가운 얼음으로 보이는 하늘색 드레스를 빼입은 첫째 공주 엘사였다. 엘사는 둘째 공주인 안나와는 달리 백색에 가까운 금발의 머리와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엘사가 계단을 내려와 안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성인식 파티가 좋은 거니, 아님 한스를 만날 게 좋은 거니?

- 둘 다지! 한스 오빠는 바빠서 파티 때가 아니면 못 오잖아!

안나는 신나서 배시시 미소지었다.

- 그런데 언니 옷 정말 이쁘다!

- 네가 보기에도 그러니? 나도 나중에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이런 옷을 입어 보고 싶다고 어릴 때 말한 적이 있는데, 엄마가 기억하고 계셨지 뭐야. ‘성인식이니까 이제 어른이네?’ 하시면서 선물로 주셨어.

엘사가 밝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 나도 빨리 성인식 하고 싶다.

안나가 부러움에 볼을 부풀리며 뾰로통해져서는 말했다.

- 너는 이쁜 드레스가 없어도 이미 충분히 예뻐.

- 하지만 얼른 성인이 되어서 한스 오빠랑 빨리 결혼하고 싶단 말이야~

- 이미 약혼한 사이잖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단다.

- 치...

- 파티 준비하는 시녀들 방해하지 말고, 성 밖의 마을에서 좀 놀다 들어와. 항구 쪽으로 가서 한스를 기다리는 건 어때? 성인식은 저녁이니까 이제 슬슬 미리 오지 않을까?

- 그래야겠다! 언니! 나중에 봐!

사내아이처럼 씩씩하게 달려가는 안나를 향해 엘사는 소리쳤다.

- 조심해!

안나는 대답 대신 뒤로 달리며 엘사를 바라봤다. 그러다 덩치가 큰 집사 카이랑 부딪히고는 깜짝 놀라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서 카이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엘사는 그런 안나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


*


성 밖의 마을은 파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안나는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항구로 향하고 있었다.

- 꺄악~!

그러다 별안간 무언가 안나와 부딪히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 어? 스벤, 무슨 일이야? 설마 사람을 친 건 아니겠지?

사람의 비명에 뒤에서 달려오던 크리스토프가 놀라 소리쳤다.

- 그러게 천천히 가자고 했잖아! 어...?!

크리스토프가 스벤이 있는 곳까지 달려와 무슨 일인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앞으로 왔을 때, 넘어져 있는 안나를 발견했다.

- 미안해요. 많이 다쳤나요?

- 별거 아니에요. 그냥 조금 놀랐어요.

- 내 손 잡아요.

크리스토프는 넘어져 있는 안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 고마워요.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크리스토프가 안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자, 이상하게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 왜지? 크리스토프는 열심히 생각했지만, 답을 알 리 없었다.

- 어... 음... 그게... 저는... 크리스토프라고 해요. 얘는 저랑 같이 일하는 가족 스벤이구요.

- 어...

갑작스러운 크리스토프의 자기소개에 안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풉 하고 웃었다.

- 저는 안나라고 해요. 스벤, 나는 괜찮으니까 크게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안나는 크리스토프에게 통성명을 대고, 시선을 순록에게로 옮겨, 스벤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스벤은 짧게 움머~ 하고 소리 내고는 밝게 웃었다.

- 순록 가족이랑은 무슨 일을 하시는 거죠?

안나가 물었다.

- 아, 얼음 장사를 해요. 요즘 같은 겨울은, 얼음이 흔한 시기라서 장사가 잘 안되죠.

- 와! 얼음 장수군요. 저도 얼음과 관련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어요. 신기하네요.

안나는 엘사를 생각하며 웃었다.

- 저 말고 다른 얼음 장수를 보신 적이 있나요? 신기하네요. 아렌델 성 주변의 마을은 거의 제 구역인데.

- 아뇨. 얼음 장수는 아니에요.

- 음?

크리스토프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나는 그런 크리스토프를 바라고는 쿡쿡 웃었다. 그러다 서던 제도의 깃발을 단 배가 항구로 가까워져 오는 것을 발견했다.

- 아! 한스 오빠다!

안나는 선착장을 향해 달려가다, 돌아서서 크리스토프를 바라보고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 오늘 성인식 파티 참가하시나요? 재밌게 즐겨요!

- 아, 네...

크리스토프는 손만 살짝 들고는 조그맣게 대답했다. 안나는 대답을 듣지 못하고 휙 돌아서 다시 달려갔다.

스벤이 웃으며 크리스토프의 옆을 쿡쿡 찌르자 크리스토프는 말했다.

-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

스벤은 아무렴요 하는 표정으로 크리스토프를 바라보았고, 크리스토프는 안나가 간 방향만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 그녀도 성인식에 참가하겠지?

크리스토프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안나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데 꽤 오래 걸렸다. 그 탓에 엘사의 성인식에 지각했다. 그래서 크리스토프는 엘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뒤늦게 파티만이라도 참석한 크리스토프는 무도회장에서 혹시 안나가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며 다녔다.

- 아...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크리스토프는 자신을 향해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안나를 발견했다.

-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살짝 들고는 안나를 향해 흔들었다. 그러나 그 미소와 인사는 크리스토프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뒤에서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과 신사다운 품격을 지닌 남자가 크리스토프를 지나쳐 안나에게 다가갔다. 둘은 뭐가 그리 기쁜지 속닥거리며 하하호호 웃었다. 그러다 서로 손을 잡고는 음악에 맞춰 황홀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황홀함에 넋을 놓고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춤을 추다가 갑자기 안나가 그의 손을 잡고는, 다른 손은 집게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에 갖다 대었다. 쉿. 그들은 조심스럽게 성 안 쪽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 어?! 흠...

크리스토프는 그들이 성 안 쪽으로 사라져 버리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크리스토프는 그들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도 똑같이 조심스럽게 그 문을 열고 성 안 쪽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안나와 남자를 놓쳐버린 뒤였다.

- 이런! 내가 너무 뒤늦게 따라왔나...?

- 누구시죠?

크리스토프가 씁쓸하게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누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 화장실을 찾으러 오셨나 본데, 화장실은 이쪽 아니에요.

크리스토프는 상대를 대충 한번 쓱 훑어보고는 대답했다.

-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인데... 여긴 무슨 일 때문에 오신 거죠?

상대방의 물음에 그제야 크리스토프는 상대방을 똑바로 마주했다. 자세히 보아하니, 차가운 얼음으로 보이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어 한껏 꾸몄다는 느낌을 주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성인식에 지각하는 바람에 엘사의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

- 하...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크리스토프는 한숨을 쉬며 푸념을 놓듯 말했다.

- 사람이요?

- 예... 어떤 남자와 여자인데...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다가 갑자기 둘이서 같이 이곳으로 몰래 들어가더군요. 그래서 뒤따라 왔는데 놓쳐 버렸어요.

- 이곳은 그렇게 사람들이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닌데요?

엘사는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그러는 당신도 나도, 지금 여기 있잖아요.

- 음... 그녀의 인상착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나요?

엘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왠지 안나를 말하는 것 같아서 크리스토프가 찾는 그녀의 인상착의를 물었다.

- 음~ 녹색에 가까운 눈빛을 하고 있고, 기다란 빨간 머리에 하얀 제비초리가 한 줌 있는...

크리스토프는 말을 하다가 엘사의 등 뒤에 걸려있는, 왕비 이두나의 그림을 발견했다.

- 오! 맞아요. 딱, 저 그림의 사람과 닮았고 저기에 제비초리가 있었어요!

크리스토프는 이두나의 그림이 안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 아! 그 제비초리는 왕가 혈통의 증거에요. 제 동생을 따라 들어왔군요.

동생이란 단어에 크리스토프는 엘사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엘사에게는 제비초리가 없었다.

- 동생이라고요? 그럼 당신도 공주라는 소립니까? 왕가 혈통의 증거라는 제비초리도 없는 사람이? 공주가 얼음 마법을 쓴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크리스토프의 말을 자르고, 엘사는 아무 말 없이 손에서 얼음을 만들어내어 크리스토프 앞에 내밀어 마법을 보여주었다.

- 아니, 맙소사! 사실이었군요.

당황한 크리스토프를 뒤로하고, 엘사는 마법으로 만든 얼음을 거두어들이고 손을 도로 가져왔다.

- 정말 공주님인 줄도 모르고 무례했군요. 미안해요.

- 우리 가족이나, 성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고는 처음으로 마법을 보여 준거에요. 안나에게는 무슨 볼일이 있어 성 안까지 따라 들어온 거죠?

- 사실 낮에 성 밖에서 잠깐 마주쳤어요. 공주일지도 모를 만큼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공주일 줄은 몰랐네요. 그럼 옆에 같이 있던 남자는...?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옆에 있던 남자에 대해 엘사에게 물었다.

- 아, 그는 서던 제도의 왕자, 한스예요. 저희 아버지이신 아그나르 국왕의 오랜 절친이 서던 제도의 왕비이십니다. 그래서 안나와 한스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잘 놀았고, 사이가 매우 좋았어요. 둘은 약혼한 사이죠.

약혼이라는 얘기에 크리스토프는 할 말을 잃었다.

- 어릴 때부터 친오빠처럼 그렇게 잘 따르고 사이도 좋은데, 어떻게 이성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지 가끔 좀 신기해요.

엘사는 크리스토프의 당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아... 그렇군요...

크리스토프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 성 안까지 이렇게 들어와서 미안해요.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성인이 된 거 축하드립니다...

- 저기...

크리스토프는 엘사에게 무감정하게 인사했다. 엘사는 멀어져가는 크리스토프를 부르려다 말았다. 그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성 밖까지 걸어 나왔다. 마을을 향해 걸어가던 그는 문득 안나 생각에 성을 돌아보았다. 그러다 성벽 위에서, 포옹하고 있는 안나와 한스를 보게 되었다. 한스의 품에 안겨있는 안나는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어딘가 한편으로 저 상황이 무척 불편하고 왜인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크리스토프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대체 뭐지? 이 감정은?

안나의 어깨너머로 한스와 눈이 마주친 크리스토프는 그를 노려보았다. 크리스토프는 그들이 보기 싫어, 먼저 고개를 돌리고 스벤과 함께 물러났다.


2장


엘사의 생일이었던 동지가 며칠이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엘사가 안나의 방문 앞으로 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 안나! 같이 눈사람 만들래~?

- 눈사람... 아니여도... 좋아...

엘사의 물음에 안나가 잠꼬대하듯이 중얼거렸다. 엘사가 안나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안나에게 다가갔다.

- 오늘 크리스마스야, 안나! 일어나~!

- 오늘이 크리스마스였어?!

안나가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엘사가 안나의 손을 잡아주면서 말했다.

- 그래. 아주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될 거야! 왜냐하면! 오늘은 우리의 크리스마스 전통인 눈사람을 만들 거니까.

안나는 잔뜩 신나서 엘사의 손을 잡아채 홀로 달려갔다.

- 마법 좀 해봐! 빨리!

안나의 독촉에 엘사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마법을 천장으로 쏘아 홀에 눈이 내리게 했다.

- 우리 언니 마법은 언제봐도 멋진걸?

두 자매는 소리 내어 밝게 웃었다. 자매는 눈을 한 움큼 쥐어 눈덩이로 만들어서 굴려 나가기 시작했다. 몇 번씩 굴려서 제법 커지자 눈덩이를 쌓아 올려 눈사람으로 만들었다.

- 그러고 보니까 언니는 굳이 이렇게 굴릴 필요 없이, 마법으로 한 번에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니야?

- 너랑 놀면서 이렇게 만드는 게 재밌어서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은 없네?

안나의 물음에 엘사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 한번 해봐!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어?

- 기다려봐...

잔뜩 들뜬 안나를 뒤로하고, 엘사가 손짓 몇 번 했을 뿐인데,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더니 눈사람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 언니 마법은 역시 멋져!

안나의 말에 엘사는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 난 겨울이 정말~ 마음에 들어!

안나는 크리스마스를 한창 즐기고 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눈사람을 뒤로 한 채, 안나는 잔뜩 들떠 있었는데 그때, 마법으로 만들어진 눈사람이 눈을 뜨고 말을 했다.

- 네~! 정말 겨울은 마음에 들어요! 그렇죠?!

마법으로 만들어진 눈사람이 살아 움직이며 두 자매에게 다가왔다. 안나는 순간 깜짝 놀라 경악했다. 살아 움직이는 눈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안나는 순간 공포감에 휩싸여 눈사람의 머리를 발로 찼다.

- 첫인상이 별로 좋진 않은데...?

눈사람도 당황했다. 안나에 의해 날아온 눈사람의 머리를 엘사가 받았다.

- 뭐야? 내 마법으로 눈사람이 태어난 건가? 신기한걸? 흐흐.

눈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돌려받으려고 다가오자 엘사는 머리를 안나에게 던졌다.

- 이걸 왜 나한테? 으, 저 몸통!

엘사는 질색하는 안나를 보며 즐거워했고, 눈사람은 자신의 머리를 돌려받으려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안나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눈사람에게 머리를 집어 던졌다.

- 잠깐! 세상이 왜 이렇게 보이지? 당신들은 왜 박쥐처럼 매달려있죠?

거꾸로 머리가 붙은 눈사람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안나가 눈사람에게 다가가 머리를 바로 맞춰주었다.

- 오~! 고마워요. 나 이제 완벽해!

눈사람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볼까요? 만나서 반가워요. 난 올라프. 끌어안기를 좋아해요.

- 올라프?

안나는 그 이름을 듣고 언니를 쳐다보았다. 엘사도 무릎을 굽혀 눈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 그런데 당신은요?

올라프가 안나에게 너도 말해보란 식으로 물었다.

- 아! 난 안나야.

- 저 사람같이 생긴 눈사람은 누구예요?

올라프가 엘사를 보며 안나에게 조심히 물었다.

- 우리 언니 엘사야. 그리고 창백한 피부를 가지긴 했지만 사람이지.

- 태어나서 축하해, 올라프. 너도 나처럼 생일이 겨울이구나.

엘사가 올라프의 탄생을 축하해줬다.

- 아, 난 생일이 여름이야.

안나는 올라프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 여름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언제나 여름이란 계절을 좋아했답니다. 불타는 태양, 뜨거운 모든 것들.

- 정말로? 넌 뜨거운데 가면 다 녹을 텐데?

엘사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 하지만 난 가끔 두 눈을 감고, 여름이 오면 어떨까 상상을 해요. 겨울도 마음에 들지만, 여름이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

-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 그러지 마.

올라프의 말을 듣고 안나와 엘사가 속닥거렸다. 뒤이어 안나는 올라프를 보며 말했다.

- 하지만 올라프. 아직 여름이 오려면 시간이 한참 남았어.

올라프에게 여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안나는 엘사에게 물었다.

- 언니, 간접적으로 우리가 여름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거 뭐 없을까?

- 글쎄... 여름에 쓰는 물건들을 찾아볼까?

- 다락에 올라가서 찾아보자! 올라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여름을 느끼게 해줄게! 알았지?

안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 후 자매는 물건을 보관하는 다락을 향해 홀을 빠져나갔다.

- 뜨거운 태양은 바깥에 있는 거 아닌가?

올라프는 창밖의 밝은 햇빛을 따라, 성 밖으로 여름을 찾으러 나갔다.


*


- 올라프! 우리 왔어!

시간이 지나 안나가 문을 열고 홀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자매가 다락에서 여름용 물건들을 가지고 홀로 돌아왔을 때, 눈사람은 이미 성 밖으로 나가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 올라프가 우릴 기다리지 못하고 그사이에 나갔나 봐!

- 아마 우리가 다락으로 가자마자 나간 거 같은데. 나는 성 안을 찾아볼게. 안나 너는 성 밖을 찾아봐. 사람들이 올라프를 보게 되면 많이 놀랄 거야. 서둘러 찾아야 해!

- 알았어. 언니!

자매는 구역을 분담하여 찾기로 했다. 그런데 성 밖이라니?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지? 어디까지 찾아야 하지? 눈앞이 깜깜했지만, 안나는 서둘러 성 밖으로 달려 나왔다.

한편, 크리스토프는 시장에 얼음을 팔고 나서, 혹시나 안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성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성 밖으로 나온 안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에게 다가갔다.

- 뭘 그렇게 당황한 채로 찾고 있는 거죠?

- 아, 당신은 그때 그 얼음 장수! 다시 만나서 반갑네요. 가 아니라! 지금 누굴 찾고 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얼른 찾아야 해서요! 시간이 없네요! 다음에 얘기해요!

속사포로 정신없이 말을 쏟아낸 안나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멀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 전에 찾아야 한다고? 엘사의 얼음과 관련 있는 사건인가? 크리스토프는 성인식날 만난 엘사의 말이 떠올랐다.

- 분명히, 아무에게도 마법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했었지. 그거랑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가만히 생각하고 있던 크리스토프가 멀어져가는 안나에게 소리쳤다.

- 이봐요! 혹시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이 당신 언니와 관련 있는 건가요?

- 그걸 어떻게?

안나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화들짝 놀라는 안나의 얼굴을 순간 귀엽다고 생각한 크리스토프였다. 같이 있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겨서 크리스토프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 말하자면 길지만, 당신 언니가 나한테 마법을 보여줬거든요. 그거 때문에 지금 곤란한 상황인 거 같은데 같이 찾아봐요. 도와줄게요. 둘이서 찾으면 금방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

- 음... 고마워요. 그럼 같이 찾아봐요.

- 좋아요! 근데 뭘 찾으면 되는 거죠?

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 눈사람이요. 언니가 마법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그게 살아있는 눈사람이 되었어요. 근데 여름을 느껴보고 싶다고 사라졌어요.

- 얼음 마법과 관련된 얘길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건 좀 당황스럽네요.

크리스토프가 살짝 놀라긴 했지만, 이야기를 계속했다.

- 어디로 갔을 거 같아요?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나요?

- 불타는 태양을 얘기하던데.

- 그럼 아무래도, 이 위쪽이라고 봐야겠죠.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팔을 들어 북쪽산을 가리켰다.

- 태양을 잡고 싶어서 아마 높은 곳을 향해 갔을 거예요.

- 어서 가요! 지금! 지금 당장!

안나는 올라프를 찾을 생각에 서둘렀다.


*


- 이랴! 이랴!

크리스토프와 안나는 스벤이 이끄는 썰매를 타고 북쪽산을 오르고 있었다.

- 꽉 잡아요! 빨리 달릴 거니까!

- 빠른 거 좋아해요!

안나가 썰매에 다리를 올리며 말했다.

- 워, 워! 발 내려놔요. 꽉 잡으라니까. 궁에서 자라서 잘 모르나?

크리스토프가 안나의 다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근데, 우리 언니가 어째서 당신한테 마법을 보여준 거죠?

- 음... 당신 언니의 성인식 날, 어떤 남자의 손을 잡고 성 안으로 들어가는 당신을 따라갔다가, 안에서 우연히 당신 언니를 만났어요.

- 잠깐! 날 따라 성 안으로 들어왔단 말이에요?

- 네. 아무튼, 난 거기서 당신 언니를 만났고, 당신과 언니가 공주인 줄 몰랐었는데 당신한텐 왕가 혈통인 제비초리가 있었고, 언니는 제비초리 대신 얼음 마법이 있었다면서...

- 잠깐만! 그 날 처음 본 나를 따라서 성 안까지 따라 들어왔다고요?

안나가 크리스토프의 이야기를 듣다가 중간에 말을 끊었다.

- 네. 맞아요. 그런데 잘 들어봐요.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향해 몸을 돌리고 말했다.

- 당신 언니가 얼음 마법을 보여주고선, 당신과 함께 있던 남자에 대해 말해줬는데...

- 부모님이 낯선 사람 조심하라고 했는데...!

안나가 크리스토프의 말을 자르고 거리를 두며 말했다.

- 하지만 난 낯선 사람이 아니에요.

크리스토프가 몸을 바로 하고 말했다.

- 아, 그래요? 그럼 그 날 왜 나를 따라왔는데요?

- 궁금했으니까요.

- 내가 공주인 것도 몰랐으면서! 내 이름은 알아요?

- 안나 공주님.

- 내 나이는요?

- 꽃다운 나이죠.

- 그럼 지금은 왜 날 도와주는 거죠?

- 걱정되니까. 이봐요. 그런 식으로 끝없이 의심하면 세상 모든 사람을 조심해야 해요.

- 한스 오빠는 달라요!

안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하하! 그 남자도 꿍꿍이가 있을걸요? 세상 모든 남자들은 다 늑대예요. 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까 접근하는 거라고요.

- 그러는 당신도 남자 아닌가요? 역시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거죠? 순순히 올라프를 찾아준다고 할 때부터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냥 한스 오빠한테 부탁할 걸 그랬나?

- 늑대예요.

크리스토프가 썰매를 멈추며 말했다.

- 아니야. 한스 오빠는 늑대 아니에요.

- 늑대라고.

크리스토프가 안나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 뭐 하는 거예요!

안나가 크리스토프의 손을 치우며 말했다.

- 쉿!

그가 썰매에 매달아 놨던 등불을 꺼내 들고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스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썰매 뒤에서 늑대들의 눈빛을 발견한 크리스토프는 소리쳤다.

- 스벤! 달려! 어서!

크리스토프의 말에 스벤이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 저게 뭐죠?

썰매를 향해 달려오는 늑대 무리를 보며 안나가 물었다.

- 늑대요!

- 늑대? 진짜 늑대였어요? 어떡하죠?

크리스토프가 썰매 뒤에서 막대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말했다.

- 나한테 맡겨요. 당신은 떨어져서 늑대 밥이나 되지 말아요.

- 나도 돕고 싶어요!

- 우어!

안나는 썰매 뒤에서 류트를 꺼내 크리스토프에게 덤벼오는 늑대에게 휘둘렀다. 류트를 휘두르는 안나를 피하다 균형을 잃은 크리스토프가 썰매에서 떨어졌다. 그가 떨어지면서 횃불을 놓쳤고, 그 횃불은 썰매 뒤의 짐에, 불이 붙게 되었다. 그는 썰매의 끈을 가까스로 잡아 겨우 매달려있었다.

- 크리스토퍼!

- 크리스토프거든!

- 숙여요!

안나는 불이 붙은 짐들을, 썰매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늑대들에게 던졌다.

- 으악!

불을 피한 크리스토프가 끈을 붙잡고 기어올라 썰매로 겨우 돌아왔다.

- 날 태워 죽일 뻔했어!

크리스토프가 썰매로 돌아와 안나에게 소리쳤다.

- 안 죽었잖아요.

썰매에 바로 앉은 둘은 앞에 절벽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멀리 뛸 준비해! 스벤!

안나가 스벤을 향해 소리쳤다.

- 명령을 왜 당신이 해요? 명령은 내가 해!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안아 들어 스벤 등 위에 올려 태웠다. 그리곤 짐에서 작은 칼을 꺼내 끈을 끊어 낼 준비를 했다.

- 뛰어, 스벤!

그는 썰매와 순록이 연결되어 있던 끈을 끊어 내고서 절벽을 뛰었다. 늑대들은 건너편에서 분노를 토해내며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까스로 건너편 절벽에 겨우 매달린 크리스토프였지만, 눈 때문에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

- 오오오! 안돼! 안돼!

- 잡아요!

떨어지기 직전에 안나가 손을 내밀어 주어서 그는 가까스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살 수 있었다.

- 괜찮아요?

- 별로 좋진 않네요...

안나의 손을 잡고 절벽에 매달려있는 크리스토프가 아래를 보며 말했다.

- 걱정 마요. 제가 잡았어요.

- 고마워요. 자, 꽉 잡고 버티세요. 준비됐죠? 갑니다!

안나의 손을 잡고 크리스토프는 절벽을 딛고 올라왔다. 둘은 지쳐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헉... 헉...

- 우리 꽤 멀리까지 왔네요? 그리고 당신, 힘도 엄청 세고요!

- 헉... 헉... 난 얼음 장수니까요.

크리스토프가 거친 숨을 뱉으며 말했다. 잠시 후 좀 진정이 된 크리스토프는 안나에게 말했다.

-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죽을 뻔했어요...

- 방금 점프는 정말 용감했어요...

- 하하... 당신이 안전하게 잡아줬죠.

크리스토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 멋있었어요!

- 고마워요.

크리스토프가 먼저 일어나서 앉아있는 안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안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 썰매 새로 사줄게요. 썰매에 딸린 물건도요.

안나가 미안함에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옷에 묻은 눈을 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이제, 더는 나 같은 사람 도와주고 싶지 않겠네요.

안나는 시무룩해져서는 크리스토프를 뒤로하고 혼자 나아갔다.

- 기다려봐요! 같이 갈게요.

크리스토프는 그런 안나를 소리쳐 불렀다.

- 정말이요? 그렇다면, 좋아요! 따라오게 해줄게요!

- 하하.

크리스토프는 살짝 소리 내어 웃고는 안나에게 다가가 말했다.

- 이젠 날 조금 믿어봐요. 이 여행은 꽤 재미있을 거 같네요. 하하.

크리스토프의 웃음소리가 호탕했다.


*


- 그래서, 그 눈사람은 좀 보이는 거 같아요?

크리스토프가 안나에게 말했다.

- 올라프요? 아니요. 그림자도 안보이네요. 그런데 날이 많이 흐려진 거 같지 않나요?

안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 확실히, 우리가 막 산을 오르기 시작하던 때 보다는 많이 흐려졌네요. 눈도 내리고 바람도 좀 거세졌어요.

안나의 말에 크리스토프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의 말대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보라의 조짐이었다.

- 근데 좀 춥지 않나요?

- 네? 춥다고요? 잠깐만 이리 와봐요.

추위를 느끼고 으슬으슬 떨고 있는 안나에게 크리스토프가 다가갔다. 그는 오른손의 장갑을 벗고 손을 안나의 이마에 갖다 댔다.

- 열이 좀 있네요. 눈도 피할 겸 갑시다.

크리스토프가 앞장서 가며 말했다.

- 어디로 가는 거죠?

- 내 친구들 만나러요.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 그럼 올라프는?

-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우선 당신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들이라면 알지도 몰라요. 일단 가죠.

크리스토프는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쫓아 오는 안나를 힐끔힐끔 돌아보며 길을 나아갔다. 그의 눈에 안나의 상태는 아직까진 괜찮아 보였다.

한편 엘사는 성 안을 전부 뒤졌는데도 올라프를 발견하지 못했다.

- 어떡하지? 올라프가 안 보여... 올라프는 성 밖으로 나간 건가...?

엘사가 성 밖을 보기 위해, 창가로 다가섰다. 밖은 눈보라 때문에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 오, 이런... 안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엘사는 안나가 걱정되어 그녀를 찾으러 성 밖으로 뛰쳐나갔다.


*


- 어흐~

안나가 추위에 으슬으슬 떨며 크리스토프와 걸었다. 눈보라도 제법 거세진 게, 크리스토프의 말을 들은 게 옳은 선택이 되었다.

- 추운가 보죠?

- 조금요.

크리스토프는 그녀를 안아서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 손을 어깨 근처까지로 가져갔지만 이내 포기했다. 안나의 몸 상태가 아까보다 조금 더 나빠 보였다. 살짝 뻘쭘한 크리스토프는 정적을 깨기 위해 먼저 말을 뱉었다.

- 아! 저기 내 친구들 말인데요... 사실 친구라기 하기보단 가족 같아요. 아무튼, 어릴 때 난 스벤과 단둘이었는데 그 친구들이 가족처럼 받아줬어요.

- 그랬어요?

- 예. 겁주는 게 아니라 그들 행동이 좀 엉뚱하거든요. 그리고 시끄럽죠. 무지 시끄럽죠. 또 고집도 아주 세고... 때론 고약하게 굴기도 하며 무겁죠. 정말이지 어마하게 무거워요. 그래서 혹시 불편할까 봐... 하지만 진짜 착해요.

크리스토프가 그들 생각에 걱정하여 말이 빨라졌다. 그런 그의 말을 자르고 안나가 말했다.

- 크리스토프! 아주 좋은 분들 같아요.

- 알았어요. 후~ 그럼, 좋아요.

크리스토프는 바윗덩어리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말했다.

- 우리 가족들이에요.

그는 바위를 보며 말했다.

- 인사들 해야지!

- 돌맹이들이잖아?!

- 미친 사람인가 봐요.

당황한 안나 옆으로 누군가가 나타나서 안나에게 말을 걸었다.

- 내가 맡을 테니까 달아나세요. 안나를 아껴서 그래요. 얼른 달아나요.

- 올라프!? 음~ 아냐! 같이 가자.

갑자기 나타난 올라프에 살짝 당황했지만, 안나는 올라프를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다. 크리스토프를 향해 소리쳤다.

-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요!

- 오, 안돼! 기다려요!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말리는 순간, 바위들이 흔들거리며 크리스토프를 향해 움직였다. 바위들은 작은 난쟁이의 모습으로 변해, 안나에게 달려들었다.

- 여자다! 크리스토프가 여자를 데려왔어!

난쟁이들이 소리쳤다.

- 크리스토프가 여자를 데려왔다!

난쟁이들의 소리를 올라프가 따라 외쳤다. 그리곤 이내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 잠깐! 크리스토프?

- 트롤이네? 트롤들이잖아!

멍청한 반응을 보이는 눈사람을 뒤로하고, 안나는 바위의 모습을 하고 있던 난쟁이들을 보며 말했다. 트롤 중 한 명이 안나에게 바싹 다가갔다.

- 어디 보자! 밝은 눈에다, 멀쩡한 코, 튼튼한 이빨! 우리 크리스토프의 짝으로 아주 제격이야!

트롤이 안나의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 오, 잠깐요! 아뇨. 아니요!

- 뭔가 오해를 한 거야. 그래서 여길 데려온 게 아니야.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동시에 부정했다.

- 근데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셔?

- 낮잠 주무셔.

- 으윽...

- 안나!

크리스토프가 트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안나가 갑자기 휘청거렸다. 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안나를 받쳐줬다.

- 몸이 엄청 뜨거워!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거처로, 안나를 옮겨 눕혔다.

- 윽... 도와줘... 오... 빠...

크리스토프는 오빠라는 호칭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것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내 깨닫고는 실망했다. 안나는 고통에 힘겨워하며 자신의 연인인 한스를 찾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프는 그런 안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운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트롤 중에서도 우두머리로 보이는 트롤이 크리스토프의 거처로 들어왔다. 그리곤 안나를 보고 말했다.

- 엄청난 고열이구나.

- 패비 할아버지! 낫게 해줄 수 있지?

크리스토프는 때마침 나타난 트롤에게 희망을 품고 물었다.

- 못한단다. 미안하구나, 크리스토프.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게 아니라 차라리, 얼른 마을로 돌아가서 빨리 인간들의 치료를 받는 게 상태가 더 호전될 것 같구나.

- 하, 한스 오빠...

크리스토프는 패비의 말에 안나를 돌아봤다. 안나는 한스를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크리스토프는, 이런 와중에도 한스를 찾는 그녀가 미우면서도, 한스가 부럽고 질투 났다. 하지만, 이런 사사로운 자신의 감정보다는 안나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 안나! 어서 한스한테 돌아가요!

- 오빠...

- 어서 가자! 스벤!

크리스토프는 패비 할아버지를 뒤로 한 채, 스벤을 불렀다. 그는 기운 없는 안나를 안고서 스벤 위에 올라탔다.

- 올라프! 가자!

- 아, 네! 갑니다!

올라프는 트롤들과 놀고 있다가 크리스토프의 말을 듣고 스벤을 향해 달려와, 올라탔다. 스벤은 3명을 태우고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 한스한테 가자! 그런데 한스가 누구죠?

올라프의 머리에 물음표가 생기거나 말거나 스벤은 거칠어진 눈보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아렌델 성을 향해 서둘러 달렸다.


*


눈보라가 치고 있는 북쪽산을 거의 다 내려와서 크리스토프의 눈에 슬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라프는 눈으로 덮인 산을 펭귄처럼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자신에게 안겨있는 안나를 바라봤다. 안나는 오한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그녀가 매우 걱정되었다. 그는 그런 안나에게 자신의 모자를 벗어 씌어줬다.

- 조금만 참아요. 어서, 스벤! 빨리!

- 무~

스벤은 크리스토프의 말에 대답하듯이 울고는 속도를 더욱 올렸다. 그때, 나란히 미끄러지고 있던 올라프가 갑자기 나타난 바위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 우오오오~ 우왁! 이런! 먼저 가서 엘사에게 미리 말해둘게요! 

- 그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고!

- 알았어요!

올라프와 크리스토프가 대화를 마치고 둘은 각자의 길로 계속 달려나갔다. 크리스토프의 뒤쪽에서 올라프가 안녕!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비명이 들려온 것은 덤이었다. 크리스토프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날 위해 도와주는 거죠?

안나가 크리스토프에게 안겨서 겨우 힘을 내 물었다.

- 지금은 아무 말 말고 체력을 아껴요.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깐 뜸 들인 뒤에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서둘러 아렌델 성으로 향했다.

한편, 안나가 걱정되어 찾고 있던 엘사는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는 올라프를 마을에서 발견했다. 엘사는 올라프가 자신을 향해 미끄러져 오고 있는걸 바라보고 있었다.

- 엘사! 도와줘요!

올라프도 엘사를 발견하고 멈추려 했지만, 가속도가 붙어서 올라프 혼자서는 멈출 수가 없었다. 엘사는 그런 올라프를 멈추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엘사가 손을 들어 올리자, 바닥에서 얼음으로 된 팔이 생겼다. 바닥에서 솟아난 팔이 올라프를 확 끌어안자, 바닥에 착 붙은 듯 엘사 앞에 바로 멈췄다.

- 왜 너 혼자야? 안나는 어딨어? 안나가 널 찾으러 나갔는데, 돌아오질 않았어!

엘사가 혼자 나타난 올라프에게 살짝 화를 내며 말했다.

- 엘사! 진정하고 우선, 제 말부터 들어봐요! 안나는 지금 크리스토프랑 같이 아렌델 성으로 가고 있어요. 안나가 많이 아파요!

올라프가 엘사를 진정시키고 차분히 말했다.

- 누구랑 같이 있다고? 아니 그건 상관없어! 안나가 아프다고?

크리스토프와 만난 적이 있는 엘사였지만, 통성명한 적이 없어 그의 이름은 모르고 있었다.

- 성으로 가고 있다고 했지? 일단 서두르자!

엘사는 하늘색 드레스를 휘날리며 잰걸음으로 성을 향해 돌아갔다. 올라프는 엘사를 뒤따라가며 자세한 상황 설명을 이어갔다. 트롤 무리가 있는 곳에서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만난 것. 거기서 고열로 쓰러져 한스를 찾고 있는 안나, 그리고 그런 안나의 치료를 위해 빠르게 아렌델 성으로 달려오고 있는 크리스토프의 얘기를 엘사에게 전했다. 엘사는 올라프의 얘기를 듣고서 크리스토프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성에 가까워지자 크리스토프는 안나에게 말했다.

- 왜 이렇게까지 당신을 도와주는 거냐고요? 전에 내가 한 말 기억나요? 세상 모든 남자는 다 늑대라고. 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까 접근하는 거라고요.

안나는 크리스토프를 바라만 보았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대답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마찬가지예요. 성인식 날 낮에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 당신에게 반했어요. 그게 당신을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조금 오래 걸렸지만요, 하하...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고서는 쑥스러워서 수줍게 웃었다. 어느덧 성문 바로 앞까지 도착하자, 스벤이 속도를 줄였다.

- 안나 공주님이셔!

성문 위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가 크리스토프의 품에 안겨있는 안나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안은 채로 스벤의 등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성문 앞으로 걸어갔다. 때마침 도착한 엘사와 올라프는 멀찍이서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지켜보았다. 역시 저 남자구나, 라고 엘사는 생각했다.

- 당신은 괜찮겠어요?

크리스토프의 품에 안겨있는 안나는 그를 올려다봤다. 안나는 그의 솔직한 마음에 똑같이 솔직하게 대하고 싶어져, 기운을 내고 말했다.

- 버거울 땐 언제든 내 이름을 잊어요... 꽃잎이 번지면 당신께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당신도 꼭 행복해지세요. 알겠죠?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쳐다보고 온화한 미소지으며 말했다.

- 난 이미 행복한걸요.

안나는 그런 크리스토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오! 공주님!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성문이 열리고 집사 카이와 시녀가, 크리스토프에게 안겨있는 안나를 향해 달려왔다.

- 따뜻하게 해줘요. 아! 그리고 당장 한스 왕자님을 찾아오세요.

- 그럴게요. 고맙소.

- 잘 부탁합니다!

카이는 크리스토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안나를 부축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닫히는 성문 사이로, 집사와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성으로 들어가는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도 고개를 돌려 크리스토프를 바라보았다. 안나는 몸이 아파 힘들었지만, 그래도 애써 밝은 미소를 크리스토프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내 성문은 굳게 닫혔다. 크리스토프는 기운 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성문 앞에 서 있었다.

- 무~

스벤이 크리스토프를 향해 다가왔다. 크리스토프는 스벤을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 크리스토프가 왜 기운이 없죠?

올라프가 기운 없이 돌아가는 크리스토프를 보며 엘사에게 물었다.

- 진정한 사랑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거야. 예를 들면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한스한테 데려다주고 영영 떠난 거.

성으로 오는 동안 올라프에게 이야기를 들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엘사는 대답했다.

-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사랑해요?

올라프가 놀라서 물었다.

- 응... 하지만 꿈을 꿀 때는 혼자서 꾸면 안 된단다.

- 그 말은 너무 어려운데요.

- 후후...

엘사는 올라프의 말에 씁쓸히 웃으며, 멀어져가는 스벤과 크리스토프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치지 않은 눈보라를 향해 북쪽산으로 쓸쓸히 걸어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크리스토프의 뒤를 따라 걷던 스벤은 산 중턱에서 걸음을 멈추고 아렌델 성을 돌아보았다. 성이 한 손으로 가려질 만큼 멀리 있었다. 스벤은 무~ 하고 기운 없는 쓸쓸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선 크리스토프를 앞질러 가 그를 막아섰다.

- 무~ 무~

- 왜 그러는 거야?

크리스토프의 앞에서 길을 막고 우는 스벤을 향해 그가 기운 없이 나직이 말했다. 스벤이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뿔을 크리스토프에게 휘둘렀다.

- 야! 조심해!

크리스토프가 그 뿔을 황급히 피하며 뒷걸음질 쳤다.

- 대체 무슨 일이야?!

- 무! 무~!

크리스토프는 괜히 스벤에게 짜증을 냈다. 스벤이 눈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할 땐 이해가 안가!

크리스토프는 스벤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스벤은 그런 크리스토프를 뿔로 들어 올렸다.

- 악! 그만해! 나 내려놔! 윽!

스벤은 크리스토프를 거칠게 팽개쳤다. 크리스토프는 옷에 묻은 눈을 털며 일어났다. 스벤은 그를 보고 소리쳤다.

- 안 돼! 스벤! 난 안 돌아갈 거야! 진정한 사랑 곁에 있잖아!

크리스토프는 다시 한번 아렌델 성 쪽을 바라보았다. 안나와 헤어지기 직전에 들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꽃잎이 번지면 당신께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크리스토프는 첫눈에 반했던 밝고 쾌활한 안나의 얼굴을 떠올렸다. 크리스토프는 스벤의 말에 공감했다. 자신은 분명히 그녀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녀에겐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크리스토프는 그녀가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새로운 봄이 올 거라고 말해줬으니까. 크리스토프는 그녀를 좋아했기에,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안나의 미소에 크리스토프는 마음이 매우 아팠다.

- 마지막으로 날 떠올려 준다면 안되나요...? 같은 마음이고 싶어요... 그댈 보내기 전에...

크리스토프의 참았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눈물을 흘리며 아까 성문 앞에서 안나에게 하지 못한 말을 토해냈다. 감정을 추스른 크리스토프는 팔로 눈물을 훔치고 다시 북쪽산을 향해 나아갔다. 스벤은 마지못해 크리스토프를 뒤따랐다.

- 짧지만 몹시 사랑한 날들... 영원히 나는 이 자리에 있을 거예요... 안나...

북쪽산으로 올라가는 크리스토프의 기운 없는 뒷모습은 매우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


작가의 말.

이별 노래를 듣다가 우연히 크리스토프와 안나가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이별 노래들을 많이 참고하고 쓰게 되었죠. 그래서 가사를 대사로 바꿔 채용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원래는 더 많은 노래에서 따오려고 하였는데, 실질적으로는 노래 두 곡 정도만이 사용되었네요. 아무튼, 이렇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겨울왕국의 많은 부분을 오마쥬 하였습니다. 똑같은 대사지만 다른 캐릭터의 입을 통해서, 기존과는 다른 상황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쓰면서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겨울왕국 팬분 들이시라면 어느 부분의 오마쥬 인지 알아내는 재미도 쏠쏠 할거라 생각합니다. 문학을 처음 써보게 되어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아무쪼록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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