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전부를 다 가질 것 같았던
젊은 날 토목과 선배의 힘찬 패기와 자존심은
세월의 여파속에 서서히 난도질 당해
화려한 빛을 잃고 여기저기 흠집이 났으나
그는 아버지라는 이름 아래 새로이 태어나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거듭났으니
그의 젊음은 결코 헛된게 아니였으리라.
그래도 그 역시 사람인지라
누적되는 피로에 무기력해지고
녹녹치 않은 현실 앞에
죄절감이 밀려오는 순간이 분명히 있겠지.
하늘을 찌를듯했던 자존심도 바닥으로 내쳐진지 오래전.
그의 무의식 어딘가에서
과거의 대한 아련한 미련과 후회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면
그는 지갑속에 무슨 행운의 부적처럼 갖고 다니는
어린 아들의 사진을 보고 또 보며
자신에게 힘을 내라는 주문을 외친다.
까마득한 후배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게 만드는 힘도
결국 아들의 부적의 힘에서 비롯 되었겠지.
그 부적이 바로 지탱할 힘을 주는 생명줄.
선배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이야.
다 이해한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따뜻한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 하는 반도.
서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조금은 지쳐 보이는 눈빛만 봐도
바로 이해되고 공감되는
두 아버지들의 무언의 대화는
그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깊고 넓은 뜻을 담고 있는데.
토목과 선배가 사준 소박한 국밥 한 그릇에
그의 진심과 고마움과 동지애가
가득 담겨져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