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회] 죽이고 태어나기

알큐

2012.02.07 02:58:30

조회 840 추천 28 댓글 20

김기덕의 최근작 아리랑에서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축약하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

영화 초반부터 은둔자(나쁘게 말하면 폐인)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영화라는 채널을 통해 자문자답 형식을 빌려 말하고

결국 그것의 근거가 되는 문제들을 제껴버리고 이렇게 말한다.

"너희같은 쓰레기같은 기억들을 기억하는 나를 죽여버리겠다"

知天命의 나이를 지난 충무로 외톨이감독의 한이 서려있지만,

그 한에 대항해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2시간 동안 영화를 통한 외침

------

수정이가 비닐 세번 씌우는 장면과

차가운 기온때문에 덜덜 떨던 장면

그리고 말하려 할 때 연달아 웃던 지원

위 세 장면의 공통점은 말하려 할 때 타의에 의해 가로막힌 상황을 암시적으로 나타냈다고 보임

고백을 하고 싶지만

공부못하는 재수생이란 처지가 가로막고

너무 뛰어나보이는 삼촌이란 경쟁자가 가로막는다 생각되고

자신의 자존심이 강한 성향이 가로막고

즉, 뭔가 가로막혀 있다는 생각이 듬.

하지만 오늘 스쿠터에서 되뇌인 것 처럼 이런 것들을 굿바이를 선언하고

자의에 의해서 행동하고 최선을 향해 움직이겠다고 외쳤다고 생각됨.

요약하자면,

오늘 종석이가 주체가 된 에피소드에서 종석이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아마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오늘 에피만 봐도 삼촌의 호의에 부정적인 견해로 일관하며 꼬루하게 보내던

속 좁아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탈피해버리고

"죽어버리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생각을 가지고

기존 3/4에서의 자기 자신을 지우고, (오늘 말로 하면 졸업하고)

남은 1/4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함

그것도 연애적 측면과 자기 진로적 측면 양쪽 모두에서.

이제 갓 弱冠의 나이를 지난 노량진 툴툴쟁이 고등학생의

과거의 찌질?한 모습을 탈피하고 새롭게 해보겠다는 20분 동안의 메시지.

------

리셋증후군까지는 아니지만

통상 많은 사람들이 특정 시점을 새로운 출발선상으로 삼아 결심을 하거나

행동을 시작한다고 보이는데

아마 극 중 종석의 특정 시점은 성인으로 진입하는 졸업일이 될 것이고,

오늘 에피를 보고 감명을 받아 뭔가 시작하려는 분들의 특정 시점은 종석의 되뇌임을 들은 순간일 것이고....

------

주민번호 매번 입력의 압박으로 고정닉 팠습니다 ㅋㅋ

고정닉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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