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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나고 결국 남은 건...

robin(123.109) 2018.03.04 10:49:34
조회 1956 추천 62 댓글 16

오공의 금강고와 삼장의 반지,


두 사람의, 상대방을 향한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는 상징물,

기억하고 부르면 지켜주겠다는(그 지킴이 둘 사이의 약속과 관련된 것이든, 아니면 둘의 평안한(?) 삶을 지키는 것이든) 마음을 담은 상징물.


19회 초반 둘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것으로 설정되었겠지만 입었겠지..ㅋㅋㅋ) 채 

반지와 금강고만을 보(이)면서, 

또 서로의 체온을 오롯이 느끼면서 잠시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결국 이 둘이 흑룡이라는, 또는 소명이라는 거대한 과업 이후에 

어떤 과정을 걷게 될 것인지 암시하는 것 같더라고. 


겉 껍데기 다 던져 버리고, 오공과 삼장의 마음만을 보이는 상태랄까. 


아침에 일어나서 나누는 대화는

뭐 클리쉐이지만 두 연인이 운명이라는 큰 산을 넘기 전

마음을 나누며 서로 공유하는, 

그래 너 좋았지? 나도 좋았다! 우리 너무 좋았지. 

공유하는 것들을 하나 둘 세어보는 시간.


5회에서 오공이 그래 사랑할 때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어!라고 각성했을 때의 그 새로웠던 따뜻함이 

어제는 새삼 뭉클하게 다가왔어. 

어느새 둘 사이에 기억할 것들도 많아져 있고,

하지 못해 아쉬운 것들도 있네...아이고...이런 생각도 들고..^^


그리고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지.

나중에 오공에게 마왕이 그러는 것처럼, 

이렇게 둘이 세상사 어찌 되든 상관없이 지낼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잘 아니까.

마지막인줄 모르고 던지는 대사들이 참 짠하더라고. 


그러면서 오공이 출근하겠다는 삼장, 

아니 출근을 안해도 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해본 ㅋㅋㅋ(왜 그럴까?!) 그런 '인간' 진선미에게

오공이 "무슨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잘사는 진선미가 멋있다"고 그래서 내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말하지.


이 대사는 2회에 오공이가 선미를 만나고 와 마왕에게 던지는 말 

"개뿔 아무 것도 아닌 자기 인생을 소중하게 지키려는 눈..."과 공명되는 것 같아.

진선미가 꿋꿋하게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주어진 일상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낸다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인간이 자기 인생을 소중하게 지키는 방식일테니.


진선미의 가장 "인간다운" 모습, 

바로 그것 때문에 오공이 진선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을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까 2회에서는 그저 진선미의 인생 멀리에서 그저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오공의 대사였다면,

19회에서는 진선미의 인생 한 가운데로 들어와 진선미의 일상과 운명을 공유하는 오공으로서의 대사로 반복하고 있는거지. 

17회에 걸쳐 쌓아온 그들의 서사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 아니 (미안ㅋㅋ) 나 역시 공감하는거고.  


"인간다운" 방식으로 자신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백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려는 삼장 앞에,

강대성이라는 절대악으로서의 인간이 등장하고, 

또 뒤이어,

한주씨라는 보통 인간, 그러니까 삼장이 함께 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지켜주고 싶어하는 보통 인간의 미래가 펼쳐지지


그리고 강대성에게 삼장이 하는 일갈,

"당신이 우습게 보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끌어내릴 힘도 있다, 그러니 무시하지 말아라"에 비추어보자면,

한주씨, 그리고 삼장의 소명을 갖지 않은 진선미가 바로 강대성이 우습게 보는 사람일테지.


이렇게 해서 강대성 vs 진선미(삼장)의 구도가 명확해지고,

이것이 마지막 제단에서의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인간의 악은 인간이 아닌 절대자나 초월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니까. 

최소한 이 화유기 속 세계에서는. 

근데 사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초월자가 단칼에 해결해주는 것 자체가 더 판타지 같은데..나는...그래서 선택과 의지가 중요한 것이고. 정말 바보같아 보이지만...ㅜㅜ


절정으로 치닫는 와중에 

흥미롭게도 신녀, 또는 삼장으로서의 진선미의 모습보다 

인간 진선미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비춘 건 

바로 이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결국 삼장의 소명을 완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논리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 싶네.

남다른 능력을 갖게된, 신녀와 같은 존재로서의 진선미가 아니라 

너무 평범한 인간이라 특별한(강대성이 하찮게 보는 바로 그 보통 사람들 중 하나라 특별한) 진선미가 

삼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거지.


백로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도 

진선미의 인간다움은 그대로 드러나.

능력이 아니라 인간적인 논리와 공감이 키워드가 되지.


백로가 동거인 없이 살았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미 오공이 거짓을 말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리고, 백로의 '기다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슬픔'을 떠올리지.

이건 모두 인간의 공감 능력으로부터 비롯되는 것들이고, 

이들을 근거로 오공이 뭔가 자신을 보호한 채 일을 벌이고 있음을 직감하지.


누군가를 완력으로 때려눕혀 대답을 얻어내거나,

엄청난 예지력으로 한번에 모든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시청자 아니 (자꾸 일반화시켜 미안) 나 속터지게) 느리고도 느리게 찬찬히 백로의, 또 오공의 마음의 흔적을 쫓고 있는 셈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동장군에게도 

그가 누이에게 가졌던 마음, 그리고

누이를 지키려고 했던 그 행동이 누이를 얼마나 슬프게 했는지 상기시키지. 

인간적인 공감의 능력으로 동장군까지 설득해서, 

결국 수보리조사에게까지 가는거야. 

이 느리고도 느린 과정이 삼장이 "인간" 진선미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되지 않을까 싶네.


오공과 마왕의 대사,

사실 19회까지 오는 동안 내내 오공과 마왕의 대사가 매번 웃음의 포인트가 되고, 

두 사람의 케미가 훌륭하여 재미나게 즐기기도 했지만,

가만히 반추해보면,

이 두 인물의 대사들이 드라마를 꿰뚫고 있는 메시지를 같지만 다르게 반복하고 있어.


19회에서도 그렇지. 

오공은 그저 "멋이 없잖아"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세상은 부서지든 말든 삼장만 지키면 된다는 오공(4회쯤이지 아마?!ㅋㅋ)의 너무나도 요괴스런 생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왜냐면 오공의 마음은 이미 인간화된지 오래거든. 가장 무서운 포식자인 요괴의 내면이 그 누구보다 인간에게 공감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와있어.

그리고 그의 깨달음을 정리하면, 

부서진 세상 속에서의 삼장은, 오공이 아는, 또 사랑하는 삼장이 아닐테니. 

그녀의 세상을 지키지 않은 채 그녀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아는거지.

이것이 누가 가르쳐줘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직접 겪은 것들이야. 삼장과의 관계라는 것 속에는 그녀가 공감하고 측은히 여기고, 감사하는 모든 다른 인간들과 요괴들까지 포함되는 거지. 


우와 할 얘기를 늘어놓자니..끝도 없네. 나 좋자고 하는 얘긴데...ㅋㅋㅋ


암튼 2회부터 문제가 된 금강고가 20회까지 여전히 문제가 되는,

하나의 은유를 가지고 변주해내는 과정이 흥미롭네.


이미 사령의 인연은 깨졌고,

강대성에게 삼장이 죽임을 당했으니, 천계의 계획도 제대로 돌아가는 거 하나 없는 상황이고. 

정말 서로를 향한 마음만이 남아 있는 오공과 삼장,

그 마음을 어찌 확인할지. 그 마음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절절하고, 애닯을지...기대하는 중.


여전히 화유기가 재미난 갤러의 넋두리였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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