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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 정리(정신승리, 핵궁예, 초스압 주의)

ㅇㅇ(27.115) 2018.03.04 15:51:47
조회 2620 추천 78 댓글 28

일단 어제 개연성 다 깨졌다고 욕먹은 건 이 드라마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설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봄.

대표적으로 어제 욕먹었던 설정이 금강고, 사령의 인연, 삼장의 소명 이거 3개 같은데 이건 16회랑 18회를 찬찬히 다시 보면서 생각해보면 틀어진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음.

드라마를 왜 찬찬히 다시 보고 해석해가면서 이해해야 하는 건지 자괴감 들고 괴롭지만

암튼 표현을 개판으로 해도 받아먹어야지 어쩌겠냐... 이 드라마가 금강이들 인질로 잡고 끝까지 보라는데

 

 

아무튼 이걸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음. 금강고, 사령의 인연, 삼장의 소명은 어디까지나 세상이 부서지는 걸 막고자 하는 천계 ‘계획’의 일부일 뿐, 절대적으로 뒤집을 수 없는 법칙 같은 게 아님.

물론 이전 삼장(백로의 삼장)까지는 삼장의 몸에 악귀를 담고 그 삼장을 죽여서 지옥문을 막는 방법이 잘 통했음. 잘 통했으니까 고수해온 거겠지. 근데 오공이는 개또라이라서 다른 수호자들처럼 순순히 삼장을 찌를 놈이 아니란 말이야. 그래서 천계는 금강고라는 또 다른 수단을 둬서라도 이 계획을 이루어내고자 했음.

그런데 이 계획의 보호장치였던 금강고를 또라이원숭이는 스스로 풀어버림. 천계가 만들어 둔 계획은 오공이의 자각으로 인해서 완전히 박살나버린 거. 사령의 인연도 삼장의 소명도 이 때 이미 다 같이 어그러져버린거임. 그래서 오공이는 선미를 찌르지 않고도, 선미는 흑룡을 담아 부서지지 않고도 지옥문이 열리는 것을 막아냈음.

 

 

그럼 오공이는 도대체 왜, 자기 죽음까지 불사해가며 자신이 더 안전할 수 있었던 천계의 계획을 엎어야만 했던 걸까. 이게 내가 볼 때는 어제 헬갤플 문제의 가장 시작점인거 같음. 우리는 이미 여러 에피와 대사를 통해 사람이 죽는다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음.(1화에 나온 가수에 한 맺힌 연습생, 6화 죽어서도 꽃집에 머무르던 꽃집 주인의 남자친구, 그리고 우마왕이 오공이 장가보내야 한다고 징징거리면서 언급한 부자의 환생까지) 이 드라마에는 분명히 인간의 환생이라는 설정이 존재함.

이 설정이 ‘어차피 영겁의 시간을 사는 오공이는 소명을 다하고 죽음을 맞은 선미의 환생을 기다리면 되지 않나?’ 혹은 ‘저승가서 깽판 한번 치고 선미 다시 데리고 나오면 안 되나?’ 뭐 이런 생각을 자꾸만 하게 함. 그래서 어제 선미가 흑룡도 못담고 고작 악인 따위인 강대성에게 살해 당했을때 요정들 입장에선 차라리 흑룡 담고 삼장의 칼 쓰지 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이냐는 말이 나온 거고.

근데 그게 안 된다는 걸 효과적으로 못 보여준 게 패착 같음. 오공이가 삼장의 칼을 숨기고 수렴동에 결계 쳐놓고 자기 목숨 걸어가며 질 게 뻔한 흑룡과의 맞짱을 결심한 이유는 선미가 흑룡을 담고 삼장의 칼에 의해 죽으면 단순히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맞는게 아니라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인거 같음. 백로 역시 영원히 살 수 있는데도 전대삼장의 환생을 기다리지 않고 죽음을 택한 것을 보면 확실히 삼장의 칼은 찔린 대상을 소멸시키는 게 맞아 보임. 그러니까 흑룡이 선미에게 씌이는 순간, 삼장의 칼이 선미를 향하는 순간, 이 드라마의 해피각도 소멸하는 거. 오공이는 그걸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선미의 몸에 흑룡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거고.

다행히 오공이는 해피각을 지켜냈음. 피를 흘리는 선미에게 악귀가 씌이기 전 흑룡을 막아내고 수렴동으로 선미를 옮겨서 선미가 삼장으로서의 소멸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맞이하게 함.

 

 

그럼 삼장의 소명을 이미 오공이가 어그러뜨렸는데도 굳이 선미가 죽었어야 하는 이유는 뭐냐. 내 생각엔(존나 궁예에 불과하지만) 선미의 죽음이 악인 강대성의 파멸을 불러올 것 같음. 이미 전에 봤다시피 강대성은 지은 죄의 죗값을 쉽게 받을 만한 인물이 아님. 친일파 같은 빅이슈가 터져도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들의 무한쉴드를 받고, 나쁜 놈이지만 용을 받을만한 그릇이라 쉽게 무너지지 않음. 하지만 백주대낮에 자기 소유의 계곡에서 여자 하나를 칼빵놔서 죽였다? 이건 도저히 쉴드가 안됨. 이전에도 부자 죽였지 않았냐 했는데 그건 밝혀질 수가 없는 게 뒤처리가 이미 끝났거든. 술 쳐먹고 운전했지만 선미를 죽인 것만큼 백프로 악의를 가지고 죽여야겠다 하고 죽인게 아니고, 또 뒤처리가 깔끔하게 끝났고, 부자가 살아나와서 저놈이 나 쳐서 죽였다고 말 할 수도 없지. 그 말을 하려면 살아있어야 하는데 살아있으면 살인을 증명할 수 없으니까. 거기다 유일한 증인인 건달놈들까지 이미 아사녀가 잡아먹음. 정세라 사고는 입지 탄탄한 강대성을 끌어내리기에는 좀 모자람. 근데 강대성이 선미를 찌르고 토낄 때 강대성은 흑룡보고 쫄아서 제정신이 아니었음. 정세라 때처럼 뒤처리 같은 거 하나도 못했단 말임. 이번에는 빼박캔트 버벌진트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진거 아닐까.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는 일에는 교통사고처럼 실수라는게 있을 수 있기도 어렵고, 그 사건이 난 계곡은 강대성의 소유이며, 제단도 주인인 강대성이나 차릴 수 있는 건데 거기서 살인이 났다? 이건 쉴드 불가의 사건이지. 강대성은 결국 선미의 죽음으로 인해 파멸하는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할 수도 있는 요따위 궁예를 왜 하게 되었냐면, 이 대사 때문임.

“당신이 우습게 보는 사람들에겐 당신을 끌어내릴 힘도 있어요. 무시하지 마세요. 이제야 알겠어요, 왜 인간인 내가 해야 되는지. 평범한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게 하려고 그 안에 특별한 하나를 만들어 둔 거였어요.”

선미가 부동산으로 찾아 온 강대성한테 나(특별한 하나)는 당신을 끌어내릴 힘(평범하게 살아가려면 강대성 같은 악인이 힘을 갖지 말아야 함)이 있다고 말함. 이건 선미가 강대성을 끌어내린다는 복선같음.

그리고 선미가 제단에서 강대성한테 찔린 후에 갑자기 그런 말을 내뱉음.

“당신의 파멸은 스스로 자초한거야.”

사실 강대성 나쁜 짓 한 게 원투데이임? 얘는 집안부터가 친일파고 뿌리부터가 악귀(아키코)임. 근데 파멸 안했었음. 잘만 먹고 잘만 살았었음. 그런데 찔린 선미는 이런 강대성에게 파멸을 예고함. 그것도 파멸을 할거다가 아니라 파멸은 자초한거라고, 그러니까 파멸 자체를 아주 단언하듯이 말해. 이건 선미의 죽음이 강대성을 파멸시키기 때문에 나온 대사가 아닐까 싶음.

 

 

그리고 선미의 죽음에 하나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금강고의 빛은 선미의 마음과 힘이 아닐까 싶음. 흑룡은 인간이 아닌 자의 힘만으로는 소멸시킬 수 없음. 인간이 싼 똥은 인간이 치우는 게 순리기 때문에. 존나 쎈 오공이도 혼자서는 흑룡이랑 맞짱 떠서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인간이 아니기 때문임. 근데 인간이 아닌 오공이는 흑룡을 이겨버림. 이건 오공이가 흑룡과 마지막으로 맞짱을 뜰 때 세상을 지키겠다는 선미의 고귀한 희생의 마음이 합쳐진 거라고밖에 해석이 안 됨. 선미가 죽지 않았다면, 삼장의 마음이, 힘이 둘 사이를 연결짓는 금강고를 통해 오공이한테 전달 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니까 결론은 궁예대로면 삼장이 세상의 지옥문을 막은것도, 강대성이라는 메인 빌런을 처리한 것도 맞긴 함. 표현을 아주 거지같이 해서 그게 안와닿아서 그렇지....

흑흑 아무튼 막방이 중요하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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