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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화유기, 사랑꾼 요괴가 세상을 구원한 이야기

푸른지구(116.39) 2018.03.10 23:36:07
조회 2193 추천 74 댓글 19

 참 하나같이 대단한 사랑꾼들이다. 모두들 그 잘생긴 얼굴들로 지금껏 여자라곤 모르고 살았다는 듯이 오로지 한 여자만 사랑한다. 근간의 '미투'운동을 보면 인간 세상에선 조금만 권력있고, 돈 있으면 돈없고 힘없는 상대를 겁탈하는 일이, 몰라서 그렇지 일상이었나 싶은데, 뭐든지 할 수 있는 이 요괴들의 세상에선 모두가 순정파다. 어떤 이는 천년의 세월을 한 여자만 생각하며 그녀의 고통을 끊어내기 위해 고행의 길을 자처하고 어떤 이는 온몸이 썩어 들어가는 좀비도 사랑한다. 어떤 이는 자기의 몸까지 내어주며 하루의 반나절을 여동생과 나눠 갖는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데는 여자라고 예외가 없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나무 밑 어두운 곳에서 천년을 기다려 깨어난 아사녀 역시 유일한 소원은 짝을 찾는 일이었다. 그러니 금강고라는 외적인 계기가 없었어도 손오공은 진선미를 결국 사랑했을 게 확실하다.

 요괴는 'born to 라-부'니까.

 

 그래서 그런지 화유기 속 요괴들은 매우 인간적이다. 그들은 충직하다. 순수하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연민하며 공감한다. 반면 화유기 속 인간들은 배신하고, 시기하고, 속이고, 뻔뻔하다. 초반에 진선미와 손오공이 악귀 잡으러 다닐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의 더러운 욕망들이 불러 낸 그 악귀들은 역으로 인간세상이 얼마나 요사스러웠는지를 보여준다. 인간들이 하는 짓이 워낙 요괴스러우니 이 요괴들이 대신 인간다웠어야 했나보다.

 

 그 옛날, 불경을 구하는 게 임무였던 서유기의 세상에는 종교가 중요했다.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환란을 막는 것은 개개인의 인격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종교 같은 하나의 이념이었을 것이다. 개개인의 복잡 다양한 욕망과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며 하나로 뭉치는 힘이 필요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다양성의 시대. 다양함을 인정하는 만큼 흩어지기 쉬운 현대사회에서는 개개인은 자유로우나 뭔가 허전하고 외롭다. 그러니 평소에 관심없는 스포츠라도 국가대표 경기만 열리면 국민 모두를 TV 앞에 불러 세울 수 있는 거다. 하나로 통합되어 소속감을 만끽할만한 이념이 많지 않은 세상,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 동력은 내 사랑하는 이를 안전하게 지키고 보살피려는 마음이다.

 

 따라서 천계의 빅픽처에 따라 행동대장처럼 움직이는 신선과 요괴들은 가장 인간적인 것들을 동력으로 삼는다. 사오정이나 개비서에게는 충심이고 동장군에게는 형제애다. 마왕에게는 손오공에 대한 우정과 공감이다. 인간적인 것들 중에 가장 인간적인 감정, 사랑을 동력으로 삼는 이는 당연하게도 주인공 손오공이다.

 

 사랑은 공간과 시간을 뛰어 넘는다. 우리는 상대가 옆에 없어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죽은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마왕은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상대를 위해 기꺼이 99번의 윤회의 고통을 감수했고 꽃잎으로 떨어지는 그녀의 환생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시 찾은 아들에게 나머지 못다한 사랑을 쏟게 될 것이다. 팔계는 아사녀가 차지한 부자의 몸일지라도 그 몸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아사녀에게 속아준다. 아사녀가 죽어가며 남긴 부자의 마지막 말 덕분에 팔계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부자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또라-이' 손오공은 시공간을 넘어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랑 따위에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존재다. 세상은 진선미가 지켰지만 진선미는 손오공이 지킨다. 손오공은 내려진 칼로 악을 품은 삼장을 찔러 없앤다는 천계가 정한 수호자의 운명을 끝까지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저쪽에서도 값을 치룰'거라고 예고했던 대로 진선미를 되찾으러 떠난다. 천계든 명계든 손오공의 그녀를 건드린 값을 치룰 것이다.

 

 요괴들이 그렇게 인간들 속에서 살며 사랑하며 지키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은 어린 아이처럼 무심해 보인다. 여동생을 잃은 동장군의 슬픔은 그저 한 겨울 쏟아지는 눈이며, 마왕의 99번의 고통스런 윤회는 하늘을 수놓는 유성우다. 천계가 빅픽쳐를 그리며 요괴와 삼장의 희생 속에 지키고자 했던 게 악귀를 키우고 악귀를 부르는 그 악귀보다 악귀같은 인간들이었을까.

 

 그래서 한주씨가 필요했다. 진선미는 한주씨가 딸의 결혼식에 펑펑 우는 모습을 미리 봐야만 했다. 마지막회, 진선미가 구원한 세상 속을 살아가는 한주씨의 뒷이야기가 등장한 건 의도적이다. 가장 평범한 인간이었던 이한주씨는 바로 천계가 지키고자 하는 인물이었다. 언제나 영문을 모른 채로 어리둥절해 있는 그는 진선미 주변, 요괴와 악귀가 만들어내는 그 어떤 비현실적인 상황에서도 현실성을 잃지 않았다. 진선미는 한주씨와의 대화에서 단 한번도 의도적으로 그에게 뭘 숨긴 적이 없다. 하지만 한주씨는 모든 부조리한 상황들을 탁월한 현실성으로 현실 세계의 논리에 걸맞게 해석하곤 했다. 그리고 그 해석은 언제나 의심의 여지없이 맞아 떨어졌다.

 

 진선미가 사라진 세상 속에서 진선미의 노란 우산을 그가 간직하고 진선미가 하던 일을 물려 받았으며 진선미가 즐겨 찾던 바에 그가 들른 것은 상징적이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하는 건 삼장의 몫일지라도 그렇게 인간과 요괴와 신선이 하나가 되어 구원한 세상의 주인공은 한주씨 같은 평범한 사람이어야 한다. 세상의 또다른 환란을 막아내는 것도 삼장이 아니라 손오공이 아니라 이한주씨 같은 범인들이어야 한다. 그래야 깨어난 흑룡이 주인 삼을 악인이 없어 뻘쭘해진 채 물속으로 도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일상 속에서 가족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고 요괴 따위가 있을 거라는 허튼 생각없이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삼장이 목숨 바쳐 지켜 낸 세상의 진짜 주인공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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