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에게 첩이 제호탕을 바친 이야기는 아는 갤러가 많을거야.   

이덕형이 퇴궐하고 첩에 집에 들렀더니 첩이 기다렸다는 듯이 제호탕을 바쳤대.   이덕형은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는 안오겠다고 하며 집을 나갔어.

잘못도 없이 소박을 맞은 첩은 이항복에게 하소연했지.   이항복이 이덕형에게 물으니 미색때문에 국사를 그르칠까 그랬다고 하는 이야기야.

여기까지가 책이나 인터넷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뭔가 이상하지.   첩이 이쁘고 엽렵하다고 내치는 게 말이 안돼.   내가 들은 전후 이야기를 해줄께.

이덕형이 상처했을 때 나이가 불과 30대 초반이야.   이런 이덕형을 몇 번 보게 된 상인집안 미색 뛰어난 아가씨 하나가 이덕형에게 반했어.

이덕형이 지나가면 해가 뜬거 같다고 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지.   잘해야 17-18살이었을 이 아가씨는 당차게 오라비들을 졸랐어.

마침 오라비들이 중국에서 곡식을 들어오는 문제로 이덕형하고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거든.   이덕형, 이항복은 어려서부터 신분 안따지고 사람 사귀니까.

오라비들은 작전을 짜.   이덕형에게 자문밖에 복사꽃이 만발했으니 하루 모시겠다고 해.   그러고는 자기 누이를 나귀에 태워서 데리고 간거야.

결국 복사꽃 만발한 아름다운 들에서 이덕형은 그 처녀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어.   그 시절에는 그 정도면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나봐.

이덕형은 그 처녀를 첩으로 들여.   그 아가씨는 어리고 아름다웠어.   명랑하고 활달하기도 하고.   그런데 약간 철이 없었대.

이덕형이 너무 인기가 있으니까 그게 싫어서 이덕형에게 시를 쓰지 말라고 졸랐어.   시를 안쓰면 장안 처녀들에게서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 여긴거지.

처음에는 웃어넘기던 이덕형도 결국에는 화를 내서 처음 쓴 제호탕 사건이 나온거야.   이 사건은 장안 사람들이 다 알게 되고 궁에까지 말이 들어갔대.

나중에는 그 첩과 오라비들이 빌어서 이덕형은 첩을 용서해.   천자문을 다 외우는 조건으로.   어차피 용서해줄거 천자문이나 가르치려 했나봐.

그 첩은 처음에는 다행이라 여겼는데 이번에는 천자문을 외우는 일이 힘든거야.   이 문제는 또 오라비들을 졸라서 돈으로 해결했어.

무관집안 여자들에게 내려오던 천자문 외우는 비법을 사서 천자문을 외웠대.   양반 집안 여자들은 여자라도 천자문 정도는 공부하는게 보통이었으니.

어째든 이덕형은 평생 재혼을 하지 않았으니 첩이 이덕형을 독차지하고 산거지.   야사에 이덕형 부인이라고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이 첩 이야기야.

이덕형 첩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이건 책이나 인터넷에는 안나오고 내가 한학하는 서울 할아버지들에게 들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