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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 Passion 4모바일에서 작성

소나이스(122.34) 2014.12.10 16:50:24
조회 1103 추천 24 댓글 10



# 아이고 내 팔자야....



" 저... 주중원씨? "

" 어 왜? 뭐 또 약속 받아야 할게 남았어? "

" 아니 그런게 아니라요... 어... 우리 사귀기로 한 첫날이니까....기념으로... "

" 어? 기념으로? 내 호텔 스위트룸 가서 파티할까? "

"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기념으로다가 음식 좀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아까는 먹으면 체할 거 같았는데 지금은 배가 너무 고파서 돌이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맥주 안주로 뭐 좀 씹어 먹을 수 있는 질긴거... 예를들면 음... 스테이크 같은거 좀 시켜주시면... "

" 푸흡... 알았어. 얼른 시켜. 먹고 싶은거 다 시켜서 먹어. 내가 우리 사귀는 기념으로 다 사줄께... "

" 정말요? 나 막 시켜도 돼요? 우와... 신난다. "

공실이 이곳에서 즐겨먹는다는 A코스로 요리를 시켜 나오는 순서대로 몽땅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에 중원은 행여 공실이 체하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면서도 저절로 스르르 미소가 지어졌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이런건가 보다.

" 천천히 좀 먹어. 진짜 체할라. 그러다 접시까지 다 먹겠어. 그렇게 배가 고팠어? "

" 그동안 너무 못먹어서 그래요. 너무 큰 행사라 긴장을 많이 했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국제적인 행사인데 실수라도 하면 나라망신이잖아요? 내가 보기보다 애국심이 강해요. 하하.. "

" 애국심만 강하나? 책임감도 강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완벽주의에 오지랖까지 넓지... "

" 후후... 칭찬이지요? "

" 칭찬? 거기서 끝났으면 칭찬이지... 오지랖이 넓으신 분이 불의를 보면 또 못참기까지 하셔서 그게 문제지... 괜히 남일 참견하다 큰 일 당할 뻔 한게 어디 한두번이야? 너 모르게 내가 한 뒷수습만도 여러번 있었어... "

" 헐... 정말요? 주중원씨 정말 스토커였어요? "

" 스토커? 훗.. 스토커는 내가 아니라 내 비서지... "

" 비서요? "

" 내 비서가 나 대신 널 비밀리에 지켜봐 왔어. 맘 같아서는 내가 그 스토커 매일 하고 싶었지만 나도 할 일은 해야지... "

" 뭐야 나 그럼 여지껏 완전 감시당하고 있었네요? "

" 감시...라는 말은 좀 그렇고... 너에 대한 내 관심이 좀 과했던 걸로 봐죠... 이쁘게... "

" 이쁘게요? 흥. 미워요!... "

" 그래.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선물줄께... 자 이거 받아. 핸드폰이야. 새로 개통했어. "

" 핸드폰이요? "

" 너 벌써 핸드폰이 불이 난다며? 그 핸드폰은 버려... 결혼발표로 아마 한동안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너를 가만 놔두지 않을꺼야. 미안해. 사과할께. 내 욕심에 생각없이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서... "

" 흐음... 우와 이거 완전 최신 인기폰이네요? 무지 비싼건데? 에이 인심썼다. 그 사과 받아줄께요. 후후... 그리고 걱정말아요. 나 보기보다 강심장이예요... 여태 살아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어요. 왠만한 일에 상처받고 그러지 않아요... 그동안 주중원씨 마음 몰라주고 힘들게 한 벌이라고 생각하지요 뭐... 사실 아까 그 기사 나오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모르는 번호들로 전화가 계속 올때는 내 신상이 벌써 털렸구나 싶어 좀 겁도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어차피 이 일을 계기로 우리 한번 사귀어 보기로 했으니까 견뎌볼께요... 그리고 몇 일이나 가겠어요? 난 그저 평범한 일반인인데요 뭐... "

" 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내가 더 나쁜놈 같다. "

" 나쁜놈은... 맞아요. "

" 뭐어? "

" 내가 주중원씨를 피하기 전에 나한테 고백부터 했으면 됐잖아요? 그 마음을 미리 알았으면 이런 황당한 결혼발표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다구요... "

" 니가... 거절할까봐 그랬지! 나도 몇 번을 고백해야지 해야지 했지. 했어. 근데 넌 내가 곁에서 계속 맴돌고 은근히 추파를 던져도 둔한건지 나한테 도통 관심이 없는건지 전혀 동요도 안했었잖아... 괜히 고백했다가 니가 싫다고 하면 그 다음부터는 널 만나지도 못하고 니 목소리도 들을 수 없을텐데 내가 섣불리 고백을 할 수 있었겠어? 널 볼 수 없게 될까봐 난 그게 더 끔찍했다고... "

" 후훗... 에휴 우리 주중원씨 그동안 애 많이 탔구나? "

" 많이 탔지... 탔어... 까맣게... 그것도 아주 새까맣게... "

입을 삐죽내밀며 투덜거리는 중원을 보며 까르르 웃음이 터진 공실은 중원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동안 자신이 중원에게 얼마나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었는지를 다시한번 실감했다.
왠지모르게 가슴이 벅차 올라 눈물이 핑 돌기까지 했다.


" 다 먹었지? 나머지 얘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넌 일단 집으로 올라가서 쉬어. 그동안 잠도 제대로 못잤다며? "

" 피곤해 보이죠? 좀 그래야겠어요... 배가 부르니 이제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오려고 해요. 하암... 하품도 계속 나오고... "

중원은 서둘러 공실을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겠다는 공실에게 꾸역꾸역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가겠다며 기어이 공실의 905호 현관 앞까지 함께 했다.

" 어서 들어가. 푹 쉬고 일어나면 꼭 전화해. "

" 그럴께요. 주중원씨도 그동안 맘고생 많이 했으니까 어서 집에가서 맘 편히 쉬세요.. 하하.. "

" 그래. 이제 다리 쭉 뻗고 맘 편히 잘 수 있겠다. 근데 들어가기 전에 나한테도 해주면 안되나? "

" 뭘요? "

" 니 국적불문 나이불문 친구들하고 하는 작별인사... "

" 푸훕...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요? "

" 부러워 죽는 줄 알았어... "

" 하하... 이리와요.. "

공실은 두 팔을 쫙 벌리며 중원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한걸음에 공실에게로 향한 중원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공실을 힘껏 껴안았다.

" 하아... 이거 꿈 아니지? "

" 꿈이였으면 좋겠어요? "

" 아니. 미쳤어? 아니다. 꿈이였으면 좋겠다. "

" 왜요? "

" 꿈이였으면 아마... 널 이렇게 안고 있다가 니집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서 널... "

" 안녕히 가세요!.. "

중원이 머리속으로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방심한 사이 공실이 어느틈엔가 자신의 손가락을 뒤로 뻗어 도어락에 지문을 인식해 현관문을 열어 놓고는 안녕히가시란 인사 한마디만을 남긴 채 중원의 품에서 도망쳐 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 어? 뭐야? 태공실! 태공실!! "

닫혀진 현관문을 바라보며 공실의 이름만 연거퍼 부르던 중원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공실의 온기와 향기를 잊지못해 그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 하아... 죽갔군... 사귀자고 한 첫날부터 저 집에 같이 들어가고 싶으니... 휴우 주중원... 힘들더라도 천천히 하자... 이러다 태공실 또 도망갈라... 참아야 하느니.... 또르륵... 몸 속에서 사리 하나가 또 쌓이는구나...
태공실... 잘 자... \'





J호텔 클럽 안....

" 우와 선생님... 진짜요? 그러니까 그 유명한 킹덤그룹 주중원 사장님이 선생님께 거절당할까봐 고백도 못하고 선생님 곁만 1년 반 동안이나 묵묵히 지켰다고요? 대박!! "

" 엄밀히 말하자면 내 곁을 지킨건 주중원씨의 비서지... 주중원씨는 보고만 받았을테고... 내가 내 남자친구들 만날때에만 누굴 만나는지 궁금해서 직접 보러 왔었나봐... "

" 하하... 역시 능력있으신 분은 다르네요... 선생님 뺏길까봐 결혼발표도 해버리고... 완전 부러워요 선생님. TV 뉴스나 신문에 그분 가끔 기사날때 보니까 엄청 잘생기시고 키도 크시고 멋지시던데... "

" 좀 멋지긴 하지? 하하.. 모르겠다 영은아... 그 사람 고백에 감동받아서 일단 연애는 해보자고 내가 먼저 말하긴 했는데 이게 잘한건지 못한건지... "

" 아이 선생님도. 뭘 그렇게 걱정을 하세요? 남들 다하는 연애 선생님도 하시는 건데요? "

" 그런가? 그래. 니말이 맞다 영은아. 남들 다하는 연애 나도 좀 하자 까지껏.. 후후... 자 마셔... 어제 너 그냥 보내서 내가 얼마나 미안했다고... 오늘 여기 물 진짜 좋다... 영은아. 가서 춤도 추고 남자도 좀 꼬셔봐... 너도 남친 얼른 만들어서 우리 더블데이트 하자. 큭큭... "

" 근데 그분이 선생님 클럽 온거 아세요? 왜 남자들은 애인이 이런데 오는거 무지 싫어하잖아요? "

" 후훗... 주중원씨는 그럴수가 없어... 안그러기로 하고 사귀기로 한거거든... 전화로 너랑 클럽 갈거라고 얘기도 하고 왔어... 스트레스 풀리게 재밌게 놀다 조심해서 오라고 하던데? 쿨하게? "

" 우와 정말이요? 뭐 하나 흠 잡을때가 없으시네요... 하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 "

공실과 영은은 그렇게 수다를 떨며 오랜만에 놀러온 클럽에서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고 춤에 취하며 그동안 일하느라 쌓아 놓았던 스트레스를 몽땅 풀어내 놓고 있었다.



[ 이비서. 별 일 없어? ]

" 네. 두 분이서 술 드시면서 재밌게 잘 놀고 계십니다. "

[ 흐음... 찝적거리는 놈들은? ]

" 사전에 차단시켰습니다. "

[ 그래. 계속 알아서 정리 잘하고. ]

" 걱정마십시요. "

[ 휴우... 많고 많은 음식점 놔두고 제자랑 뒤풀이를 왜 하필 클럽에서 하는거야? 약속한게 있으니 못가게 할 수도 없고... 쿨한 척 하는거 정말 못할 짓이다. 신경이 쓰여서 일에 집중이 안돼. 아이고 내 팔자야... ]

" 푸훕... "

[ 웃어? 너 지금 웃었어? ]

" 아.. 아닙니다 사장님. 제가 웃다니요? 잘못들으셨습니다. 여기 걱정은 마시고 얼른 일 마저 보십시요. 오늘 늦게까지 회의 있으시다면서요? 클럽에서 나가실때 바로 전화드리겠습니다. "

[ 그래. 알았어. 똑바로 잘해. ]

전화를 끊은 이비서는 혼자 피식 웃으며 공실과 영은을 계속 주시했다.
중원의 명령으로 매번 공실을 지켜봐 온 이비서는 중원이 과연 공실의 저 자유로움을 언제까지 계속 참아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 선생님... 저기요... "

영은이 조심스레 춤을 추고 있던 공실의 귀에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 저기 혼자 바에 앉아있는 저 남자요... "

영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공실은 깔끔한 블랙 슈트차림으로 바에 혼자 앉아 자신쪽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를 쳐다보았다.

" 저 남자 어때요 선생님? "

" 어디... 흐음... 얼굴도 준수하고 키도 커보이고 몸도 날렵해 보이네?... 슈트도 꽤나 잘 어울리고... 꼭 영화... 그래 보디가드. 보디가드에 나왔던 케빈 코스트너 느낌인데? "

" 그쵸? 저 남자 괜찮죠? 저 남자가 선생님과 저를 계속 흘끔거리는거 같아요... 우리한테 관심이 있는거 아닐까요?... "

" 그래? 그랬어? 후훗... 난 이제 임자있는 몸이 됐으니까 니가 한번 접근해봐... 이야... 볼수록 괜찮다... "

" 그럴까요? 술도 취했겠다 미친척 말 한번 걸어 볼까요? "

" 흐흐... 재밌겠다 영은아... 나 우리 테이블에 가서 구경하고 있을께. 어서 가봐... 화이팅!! "

공실이 화이팅을 외치며 등을 떠밀자 영은은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정성껏 몇 번 가다듬은 후에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그남자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실을 계속 주시하고 있던 이비서는 공실과 영은이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뭐지? 눈치챈거야? 나 걸렸어? 휴우... 어떡하지?... 사장님이 감시하는거 걸리면 가만 안놔둔다고 했는데? 우씨... 여지껏 한번도 걸린적 없이 완벽했는데 꼬리가 너무 길었나?... 어? 잠깐... 저여자... 저 제자가 왜 내쪽으로 오지? 큰일났다... 진짜 걸렸구나... 안되겠어. 일단 튀자... \'

이비서는 영은이 자신에게 다가와 공실을 감시했던 것을 확인하고 따질까봐 두려워 영은이 제 곁으로 가까이 오기 전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많은 사람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 어? 저기요? 저.. 여보세요? 힝... 저남자 갑자기 어디를 저렇게 급히 가는거야? 간만에 마음에 드는 남자 만나서 정말 큰맘먹고 대시해보려고 했더니... "

울상을 지으며 공실을 돌아본 영은은 깔깔거리며 얼른 돌아오라는 공실의 손짓에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 어째 킹카가 혼자 있는게 이상하더라니 만나기로 한 사람이 왔나 봐... 에구 우리 제자 슬프냐? "

" 슬픈건 아니지만 씁쓸은 하네요... 제 팔자에 무슨 남자랑 연애를 하겠어요? 오늘은 그냥 술이랑 찐하게 연애를 해야겠어요 선생님. 술 값은 두둑히 챙겨 오셨겠지요? "

" 아이고 무서워라... 하하하... 그래 맘껏 마셔라 제자... 오늘 마시고 죽자 우리... "



[ 뭐? 또? 또 인사불성이라구? 내가 못산다 진짜... 넌 그렇게 될 때까지 안말리고 뭐했어? ]

" 에? 제가 어떻게 말립니까? 전 앞에 나타나면 안되는 사람이잖습니까? "

[ 꼭 앞에 나타나야 말려? 웨이터랑 쇼부봐서 술을 더이상 가져다 주지 못하게 했어야지!... 아무래도 너 아웃시켜야겠다. ]

" 네에? 아웃이요? 잘못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

[ 암튼! 나 도착할때까지 잘지키고 있어. 아무도 못건드리게. 내가 금방 그리로 갈테니까... 근데 그 제자는? ]

" 아... 그 분도...역시 뻗어 계십니다... "

[ 나 참... 정말 가지가지 한다... 끊어! ]



정신없이 J호텔 클럽에 도착한 중원은 사방을 둘러보며 이비서를 먼저 찾아 이비서가 손짓하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공실과 영은이 마주보고 앉아 엎드려 자고 있는 테이블 위엔 빈 양주병 4개와 안주접시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그 곁을 이비서가 지키고 있었다.

" 으... 술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는구만... 뭐야? 여자 둘이 양주 4병을 마신거야? "

" 네. 처음 두 병은 천천히 마시며 춤도 추시고 했는데 마지막 두 병은 춤도 안추시고 자리에 앉아 술만 마셨습니다. 그 후 제자분이 먼저 넉다운 되셨고 태공실씨가 좀 더 버티시다 이렇게 되셨습니다. "

" 정말 미치갔구만... 제자는 어디 살아? "

" 네? 그건... 저도 잘...? 전 그동안 태공실씨만 지켜보느라... "

" 그래서 니가 안되는 거야... 니가 유능한 비서였다면 태공실이랑 현재 가장 가까운 제자에 대해서 내가 지시하지 않았어도 니가 다 꾀고 있었어야지! 안그래? "

"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

" 자 됐고... 이제부터 태공실은 내가 맡고 제자는 니가 맡아. "

" 네? 제자분을 제가 맡으라고요? "

" 그럼.. 내가 둘을 다 맡아? "

" 아닙니다. 제가 맡습니다. "

" 니가 알아서 책임지고 무사히 집까지 잘 데려다줘. 태공실 제자야. 무사안전귀가! 알겠어? "

" 네. 알겠습니다. "

" 계산은? "

" 이미 다 해놨습니다. "

" 그럼 나 먼저 간다. "

중원은 서둘러 공실의 가방을 챙기고 술에 취해 잠들어 늘어져 있는 공실을 두팔로 번쩍 안아 요란한 음악소리로 시끄럽고 정신사나운 클럽을 빠르게 빠져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차 조수석에 공실을 조심조심 태우고 안전벨트까지 꼼꼼히 채운 중원은 황급히 운전석에 가서 앉아 차를 출발시켰다.
중원의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운전대를 잡고 있던 두 팔은 공실을 안고 나오느라 힘이 빠져 저절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 태공실 ! 태공실 !! 눈 좀 떠봐... 정신 좀 차려... "

중원이 잠시 신호가 걸린 틈에 공실을 흔들며 큰소리 깨웠다.

" 네? 나요? 나 불렀어요? "

그 소리에 공실이 힘겹게 눈을 겨우 뜨고는 자신을 불렀냐며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 태공실! 너 정말 이럴래? 너 나랑 약속했잖아? 술 마셔도 인사불성은 되지 않기로!! "

공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 감기는 눈에 힘을 주어 험악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며 화를 내고 있던 중원의 얼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어? 주중원씨네?... 내가 왜 주중원씨랑 같이 있어요?... 꿈인가? 이거 꿈이예요? "

" 나도 꿈이였으면 좋겠다. 휴우... 어제 협상할때 무슨일이 있었어도 음주가무는 절대 양보하지 말았어야 했어... 너 정말 여자가 겁도없이 무슨 술을 그렇게나 마셔? 내가 널 챙기지 못할 상황이면 어쩌려고 이래? 물가에 내논 자식같이 내가 너 때문에 진짜  신경이 쓰여서 살 수가 없어. "

" 아... 시끄럽다... 거 되게 시끄러운 꿈이네... "

중원의 하소연을 한순간에 시끄러운 꿈으로 만들어 버린 공실은 손가락으로 한쪽 귀를 후비며 창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이내 창에 머리를 기대고는 다시 쌔근쌔근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그 모습에 기가막힌 중원의 한숨 소리만이 공실의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는 차 안을 가득 채웠다.




" 저기요... 이봐요... 정신 좀 차려봐요... 우리 제발 집에 좀 갑시다... 아가씨... "

이비서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영은을 어떻게든 깨워보려 무려 30분째 이렇게 영은에게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 노력이 가상했을까?
드디어 영은이 몸을 뒤척이며 고개를 들었고 목이 마르다며 물을 찾았다.

" 어? 물이요? 여기요... 이거 마셔요... 이제 좀 술이 깼어요? 정신이 들어요? "

물을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신 영은이 게슴치레한 눈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이비서를 쳐다보았다.

" 보디가드?... "

" 네? 보디가드요? "

" 아까 내가 보디가드씨한테 갈라구 구랬었는데?... 보디가드씨 어디 갔다 왔어요?... "

아까 공실과 영은이 공실을 주시하던 자신을 중원이 보낸 경호원으로 알고 따지러 왔던게 확실하다고 생각한 이비서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해야겠다며 잠시 머리를 굴렸다.

" 하하.. 손님... 보디가드씨요?.. 전 보디가드가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웨이터예요... 웨이터니까 일하러 왔다갔다 해야지요... 암튼 아까 같이 계시던 분 애인께서 오셔서 손님 댁까지 안전하게 잘모셔다 드리라고 팁을 넉넉히 주셨어요.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댁이 어디세요? "

" 아.. 웨이터시구나... 근데 무슨 웨이터가 영화배우 같아요?... 열라 잘생겼어요... 우리 사귈래요? "

" 네에?..... 하하... 손님... 아직 술이 덜 깼군요. 제발 술 좀 깨시고 댁이 어디신지 말 좀 해주세요...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부모님이 집에서 걱정하세요.. "

" 부모님이요? 우리 엄마 아빠는 미국에 있는데요? "

" 그래요? 그럼 누구랑 같이 살아요? "

" 일하는 이모하구요... "

" 아 그렇구나... 그 이모님이 걱정하시겠네요... "

" 그 이모는 내 걱정 안하는데.. 지금 쿨쿨 자고 있을건데... "

영은의 계속되는 딴지에 이비서의 인내심은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
차가워진 음성으로 이를 꽉 깨물며 영은에게 말했다.

" 저기요... 나 얼른 아가씨 데려다주고 와서 또 일해야 해요.. 여기서 짤리면 나 뭐 먹고 살아요? 아가씨가 책임져 줄 꺼예요? 이렇게 시간 끌지말고 얼른 좀 갑시다. "

" 청..청담동 빌라에 살아요.. "

" 이제야 말이 통하네.. 차에 가서 주소 알려줘요.. 네비 찍고 가게.. "

" 아 네.. 그럴께요.. 근데 화나셨어요? "

영은이 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어오자 이비서는 행여 자신이 영은에게 무섭게 했다는 말이 중원의 귀에 들어갈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환히 웃으며 영은에게 말했다.

" 큭큭... 놀랐어요? 장난이였어요... 내가 장난치는걸 좋아해요.. "

" 아이 정말 놀랐잖아요?... 하하... 근데 명찰이 없네요? "

" 명찰?... "

" 웨이터 이름이 적힌 명찰이요? 웨이터씨 이름을 알아야 제가 다음에 또 놀러와도 웨이터씨를 찾을거 아니예요?... "

" 아 그 명찰? 명찰다는걸 깜빡했네요... 다음에도 저를 찾아주시려고요? "

" 네.. 친구들한테도 소개해 줄께요.. "

" 하하... 안그러셔도 되는데... "

" 어머? 다들 서로 자기 찾아달라고 명함도 막 나눠주고 그러던데... 웨이터씨는 조금 이상하네요?... "

영은이 자신을 또다시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 같자 이비서는 서둘러 큰소리로 영은에게 외쳤다.

" 이비서예요. 제 웨이터 이름... 하하... 쉽죠? 다음에 오시면 꼭 입구에서 이비서를 찾아주세요...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




이비서가 클럽에서 영은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사이 중원은 공실의 오피스텔에 도착해 있었다.
아직도 꿈 속을 헤매고 있는 듯 편안한 얼굴의 공실을 옆에두고 물끄러미 그 모습을 핸들에 몸을 숙인 채 바라만보고 있던 중원은 가슴이 답답했다.

" 태공실.. 내가 너를 어쩌면 좋을까? 우리 사귀기로한지 만하루 지났을 뿐인데 난 벌써 너무 지치고 외롭다. 너한테 어렵게 고백을 했고 니가 날 받아준다 해서 앞으로 내겐 핑크빛 로맨스만 남았을지 알았다고!... 너무 좋고 행복해서 나 어제 잠도 설쳤단 말이야... 니 자유도 좋지만 이젠 날 먼저 좀 생각해주면 안되겠어?... 넌 이런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

손을 뻗어 잠든 공실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린 중원은 공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 중원은 공실의 한쪽 볼을 살며시 꼬집으며 말했다.

" 아무래도 니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 내가 쇼를 한번 해야겠다... 후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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