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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제 1부] 당신과 나(下)

썸머페스티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8.10 23:15:57
조회 940 추천 11 댓글 6

+원작자는 I헤실I 자꾸 까먹네







#



03







PM. 9:00_홍콩


시끄럽고 복잡하다.. 중원은 이런 큰 파티가 싫었다. 항상 만나는 여자가 바뀌고, 언제 어디서나 여자가 항상 주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중원은 이런 파티에 곧잘 초대되었고 할 수 없이 참석했다. 아버지가 있는 집 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리고 진하고 어지러운 여자들의 향수냄새를 맡고 있으면 저절로 복잡하고 징그러운 일들을 잊게 되었다.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유일한 구멍이었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래서 그런지 흥미를 느낀 적이 별로 없었고 오래가지도 못했다. 가볍고 소비적인 관계. 몸이 움직이는대로, 그렇고 그렇게...


태양은.. 어디에 있는거지?


중원은 파티장 입구에서 공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남은시간은 따로 자유로이 보낸 두 사람.. 공실은 중원의 지시대로 호텔 근처의 로열 뷰티샵에서 파티 참석을 위한 준비를 했고 중원은 근처를 서성이며 시간을 보냈다. 파티가 시작되는 9시 정각에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중원은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며 유유히 흐르는 시간을 확인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봐도 공실은 보이지 않았다.




"주사장!"


"아, 왕회장님. 굉장히 아름다우세요."


"호호.. 늙은이를 놀리면 못쓴다우."


"아닙니다. 진심으로 아름다우십니다, 회장님. 게다가 파티도.. 굉장히 훌륭합니다. 역시 왕회장님.."




왕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듯 칭찬의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보이는 제스쳐를 취하는 중원에게 왕회장은 한껏 호탕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옆에서 얌전히 서있는 여자도 수줍게 웃으며 자리를 같이 했다. 왕회장이 말한 손녀인 듯 싶었으나 다행히도 친구 딸이라며 소개를 시켜주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중원은 다른 한편으로 애타게 공실을 찾았다.




"그런데 주사장.. 파트너는 어디에 있나? 내가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아.. 그게 왕회장님, 제 파트너가 잠시 자리를 비웠.."


"중원씨..!"


"..?!.. 태양..!"


"태양..?"




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자연스럽게 상황을 넘어가려던 찰나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잡는 손길과 함께 공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원씨? 중원은 기분이 이상했다. 중원은 익숙하게 공실의 어깨를 잡고는 자신에게로 더욱 밀착시켰다.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좀 독특하고 개성적인 냄새가 난다. 공실이 가진 특별한 향이었다.


자극적이고, 좋다.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런걸 하극상이라고 하는건가?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 중원과 어색하고 불편해서 죽을 것 같은 공실. 각자의 이유로 복잡한 두 사람이었다. 묘한 기운에 중원과 공실을 말 없이 지켜보던 왕회장이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상당히 우호적인 눈빛이다.




"이름이 태양인가?"


"아닙니다. 애칭.. 입니다."


"태양.. 아쉽구먼. 이름처럼 환한 사람인데."


"감사합니다."


"왕회장님, 그리고 태양.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 분은 왕회장님.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신 은인이에요. 그리고 태공실양입니다. 제 킹덤을 비춰주는 태양이죠."


"처음뵙겠습니다. 태공실입니다."


"왕회장이라고 불러요. 나도.. 태양이라고 불러도 될까?"


"그럼요."




처음이었다. 공실은 웃으며 대답했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었는지, 중원도 잘 알지 못하는 공실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질문하고 대화하는 왕회장으로 인해 공실은 쉬지 않고 말을 해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지만 다정함이 배여있는 공실의 대답에 중원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두 여성의 대화를 경청했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자극적인 입술. 공실의 어깨를 잡고있던 손이 저절로 내려가 공실의 가녀린 허리를 감쌌다. !! 거침없는 중원의 스킨십에 깜짝 놀란 공실은 곧 평정심을 찾고 왕회장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도발하는건가?


은근 자존심이 상한 중원은 웃는 낯으로 침을 뱉기 시작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화에 참여한 중원은 왕회장의 시선을 끄는 동시에 공실의 허리를 슬며시 간지럽혔다. 아으..ㅅ..! 생각지도 못한 자극에 바로 반응을 해버린 공실. 놀라기도 놀랐지만 창피함에 얼굴이 빨게진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리는 공실. 큭..! 중원은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다시 공실의 어깨로 손을 올렸다. 이 미친 사장..!! 공실은 중원을 최대한 티나지 않게 흘겨봤다. 미.안. 중원의 입모양이 정확히 말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남의 속도 모르면서... 중원이 자극적인 장난을 칠수록 겉으로는 웃는 공실의 속은 타들어 갔다.


미워죽겠어..


이렇게 근사한 당신에게 거리두는게 얼마나 힘든일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왕회장은 그저 앞의 이 젊은 남녀가 참 잘어울리는 한쌍이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늘 젠틀하고 반듯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중원이 공실 앞에서는 한 없이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아가씨가 참 밝고 맑은 처자일세.. 주사장이 여자 보는 안목도 있었는가..?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저녁 만찬에 초대하려 했는데, 딸꾹- 너무 놀란 마음에 결국 딸꾹질을 하고마는 공실. 중원은 겨우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왕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이쯤에서 대화를 마치는게 어떻겠습니까? 제 파트너가.. 왕회장님과의 대화로 긴장이 풀렸는지.."


"딸-꾹!"


"어이쿠, 노인네가 젊은 사람들을 너무 묶어놨네 그려."


"아닙니다. 왕회장ㄴ..딸꾹!"


"얼른 가서 딸꾹질 멈추는 것 좀 도와주게. 태양, 이렇게 대화가 끝나니 아쉽기만 한데.. 덕분에 즐거웠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해요."


"감사합..딸꾹!"


"감사하다고.. 다음에 꼭 같이 식사하고 싶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맞지?"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공실. 왕회장은 그런 공실이 귀여운지 선물이라며 비서에게 시켜 작은 선물 봉투를 건내주었다. 딸꾹! 고.. 태양. 충분해요. 이미, 두 눈이 말하고 있는걸.. 중원은 공실을 대리고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그 넓은 하늘과 강이 칠흑같이 새카맣다. 하지만 현란한 불빛들이 쉴 새 없이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역시! 홍콩의 야경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딸꾹..! ..알았어. 미안해. 응? ...딸꾹!


예쁘다.. 


홍콩의 야경에 감탄하는 공실과 중원. 지은 죄가 있어서 자꾸만 공실에게 말을 거는 중원이지만 공실은 묵묵부답이다. 분명.. 이렇게 쿵쾅쿵캉 마음속에서 방망이질 하는 것은 제 심잘일 터였다. 태공실은 지금, 주중원과 홍콩 야경을 함께 나누고 있다. 하지만 중원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왕회장님 앞에서 그런 장난을 친건지..!! 너무 놀라서 딸꾹질까지 하고 있다. 게다가 아까 그..  중원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몸에 닿였던 그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얄밉다. 그래도 밤 공기라 그런지 쌀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큰일 날 소리. ...딸꾹. 공실은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이번엔.. 정말로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장난이 심했나.. 괜히 울적해진 중원은 가만히 공실의 곁을 지켰다. 그러다 문득 공실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경쾌한 클래식이 울려퍼지고 있는 금빛의 파티장과도, 그리고 이 곳.. 조용한 야외 테라스에서 은은한 달빛에.. 야경에.. 한 폭의 그림 마냥 조화를 이루는 공실의 모습이 꿈처럼 다가왔다. 머리 푼게 예쁜줄 알았는데, 목선이 아름답다. 미친놈. 딸꾹.


니 비서야. 정신나간 새끼야.


도를 넘겠다는 생각에 중원은 절로 인상이 찌그러졌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네..? 어디.. 자켓을 벗어 공실의 가녀린 어깨에 둘러주던 중원은 테라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마실거.. 공실의 딸꾹질을 멈추게 하기 위해 마실 걸 찾는 중원. 중원아!!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다. 왠지 공실에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서웠는데..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쾌하던 기분이.. 점점 탁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축하해줘서 고맙다."


"야. 더 있다가~ 뭐가 그렇게 바빠?"


"파티 주인공인데 어련하시겠냐?"


"알았으면 얼른 보내줘. 나, 굉장히 바쁜 몸이야."


"그래..그래. 어유.. 그 잘난 얼굴 보기가 이렇게 힘들다. 얼른 가봐."


"근데 파트너는? 왠일로, 주중원 니가 파트너 없이 혼자서 돌아다녀?"


"그러게, 여자는?"


"가는 중에 너희한테 붙잡혔잖아. 눈치들이 없어.."


"아.. sorry. 얼른, 가보세요."


"고맙다. 다음에 보면, 술 한잔 살게."


"대 킹덤 주중원이 술이 뭐야?"


"넌 국물도 없어."


"하하하하.. 이자식이 친구를 돈으로 본다니까~ 장난 그만하고 얼른 가봐. 니 파트너면, 굉장히 매혹적인 분일텐데.. 빨리가라? 엄한놈이 채갈라."


"..이번엔 그런 여자 아니야."


"어?"


"아니다. 진짜 간다- 축하 고마워!"




서로의 일이 바빠 2달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중원. 도중에 다른 기업가들의 축하 인사도 받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번엔 그런 여자 아니야. 무심코 나온 말이 왜 자꾸 머릿속을 울리는지.. 중원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공실이 있을 야외 테라스로 향했다. 흐음.. 매끈한 와인잔에 담긴 샴페인에서 알싸한 레몬 향이 난다.


레몬.. 좋아할까?




"...여긴, 어디지?"


"아아.. 잠시후 오늘 파티의 하이라이트인 불꽃축제가 있을 예정이오니, 객실 내의 귀빈들께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귀빈 여러분들의 안전한.."


"불꽃축제?"




파티가 있었던 곳은 8층 연회장. 아무리 기다려도 중원이 돌아오지 않자, 밤 공기의 쌀쌀함을 이기지 못하고 파티장 안으로 다시 들어온 공실. 중원이 테라스를 나가자 거짓말처럼 딸꾹질이 멈췄다. 하아.. 두어걸음 차이가 날 뿐인데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가 굉장했다. 혹시 아까처럼 중원이 자신을 찾지 못할까봐 일부러 테라스 근처를 서성이며 중원을 기다리던 공실은, 간간히 말을 걸며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 무시하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한꺼번에 이동하는 무리에 휩쓸려 영문도 모른 채 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웅성거리는 인파들에 묻혀 중원의 자켓도 잊어버렸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결국 겨우겨우 빠져나온 곳이였는데... 얇은 유리 벽 너머로 윗층으로 이동하는 또 다른 무리들이 보였다. 화려하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지?


..수영장?


여전히 유리로 된 난간 아래를 보니 계단이 있고 야외 수영장이 보였다. 그러니까 여기가 9층 야외 수영장과.. 불꽃축제가 시작될 10층 야외 홀 그 중간지점인거지..? 건물 구조가 참.. 신기하네. 공실은 길을 잃었다는 절망감도 잠시, 역시 홍콩 제일의 호텔이라더니..! 참신한 디자인에 반해 주위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아. 사장님께 연락을..




"휴대폰!! 클러치백을 호텔 방안에 놔두고 왔나봐.."




당황스러움에 발을 동동 구르던 공실은 달그닥 소리에 자신이 들고 있던 선물 봉투를 쳐다보았다. 잠시 잊고 있었네.. 사장님이야 뭐, 다른 여자들이랑 놀고 있겠지. 칫. 한껏 부푼 볼을 하고서 툴툴대던 공실. 그래도.. 좋았는데. 왕회장에게 받은 선물을 보자 아까 중원이 자신에게 쳤던 장난들도 한꺼번에 떠올라 잠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거리를 뒀는데.. 어느새 중원이 자신을 당긴 것 그 이상으로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공실은, 도리도리.. 


정신차려..! 그래.. 일단 여기서 분위기있게 불꽃축제나 구경하다가 입구에서 기다리면 되겠지. 걱정할게 뭐있어~


...그건 그렇고. 공실 자신이 편지 봉투를 받을 줄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늘상 중원의 여자들에게 선물하고, 편지쓰고, 전달하고.. 그랬는데 막상 자신이 중원의 여자가 되어 선물을 받으니 이상했다. 우와.. 고급스러운 원단에 와인빛이 감도는 스카프였다. 바람을 타고 손에 감기는 촉감이.. 응?! 바람이 불어 손에들고 있던 스카프가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는 스카프를 찾았을 때..




"..태양?"


"사..장님."




거짓말 처럼 그 곳에 중원이 있었다. 존재했다. 정확히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주.. 공교롭게도 중원의 손에는 공실의 스카프가 들려 있었다. !!!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끊임 없는 번쩍임과 시끄러운 폭죽소리.. 빨갛고 노란.. 화려한 불빛이 번쩍일때마다 공실을 보는 중원의 눈동자가, 중원을 보는 공실의 눈동자가 뜨겁게 일렁인다. 중원의 시선이.. 공실의 시선이.. 서로에게 꽂힌 채 달아나지를 않았다. 문득 중원은 왕회장이 공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충분해요. 이미 두 눈이 말하고 있는걸.








04







계획? 그딴건 없다. 생각? 더더욱 없다. 다만.. 공실은 중원에게서 멀이지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의해 움직일 뿐이었다. 위험하다. 머릿속 경고등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불꽃 때문인지, 고막을 괴롭히는 그 소리 때문인지.. 공실의 두 눈에 담긴 중원은 때로는 빨간색으로, 때로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어지럽혔다. 어지럽다. 뜨겁다. 공실은 코발트 블루라며 자신의 드레스 색을 말해줬던 디자이너 선생님께 속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수없이 외친것 같았다. 치맛자락을 잡고는 거의 허벅지까지 들어올려 미친듯이 계단을 내려가는 공실. 그 뒤를 중원이 쫓았다. 간간히 부딪히는 시선을 감당하기가 힘든지 언제나 공실쪽에서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잘 따라오고 있나.. 아니면 그가 아직도 따라오고 있나.. 


젠장..! 젠장! 젠장!!


공실이 미치도록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정말 한 마리의 우아한 백조 같았다. 곧 쏟아지는 폭죽소리에 정신을 차렸지만 그 소리가 신데렐라의 12시 자정소리라도 된 듯, 갑자기 공실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공실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뭐든지 해결해 줄 것 처럼 해놓곤 자기와는 언제나 거리를 두려 했다. 오래도록 지속되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해결되는 것 같았다. 공실을 위해 샴페인을 들고 갔지만 그 자리에는 공실이 없었다. 걱정이 되 찾아보았지만 파티장에는 자신의 자켓만이 남아 있었다. 아마 불꽃축제를 보려고 자리를 옮기던 무리들에 섞여 얼떨결에 이동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찾아봐도 공실이 보이지 않자 한 쪽 가슴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니 파트너면, 굉장히 매혹적인 분일텐데.. 빨리가라? 엄한놈이 채갈라.'




괜히 친구놈의 말이 신경쓰여 들고 있던 자켓을 신경질적으로 털어내며 유리 난간쪽으로 이동했다. 숨이 막혀서 단순히 숨 좀 쉬자는 이유였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며 와인빛 스카프가 날아왔고 그곳에 공실이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공실의 머리카락이 형형색색의 불빛에 어지러이 변해갔다. 공실은.. 공실은.. 그렇게 특별하다. 자신의 존재를 중원에게 강하게 알렸다. 중원은 공실을 안고 싶었다. 그냥 그랬다. 그런데 도망간다. 또 다시 거리를 두려 한다.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내 비서다. 나는 엄연한 그의 상사이고. 계획? 그딴건 없다. 생각? 있다면 애초에 파트너 제안을 하지 않았겠지. 난 미친놈이 분명했다. 중원은 공실을 잡아야겠다는 충동에 의해 움직일 뿐이었다.




"..!!! 이거 놓으세요!!"


"태양!!"




속박당한 팔을 거칠게 빼버리는 공실. 뭔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오히려 울고 싶은건 나야.. 중원은 다시 공실의 팔을 잡았다. 오히려 이전 보다 더욱 힘을 주어 잡았다. 아..! 공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도발적으로 느껴진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막상 울먹이는 공실을 제 눈 앞에 데려다 놓으니 왜 이렇게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 같은지 알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충분했다. 폭죽소리가 화려하고 아름답게 들린다. 미친게 분명하다. 중원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눌렀다. 공실 또한 눈물을 삼켰다. 중원이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다행이 공실은 더 이상 뒷걸음질 치지도, 도망을 가지도 않았다. 중원의 시선에 사로잡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아.. 중원의 두 입술 사이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둘 사이에 흘렀던 이상한 기류가 사라졌다. 하하.. 웃어보이는 중원의 얼굴이 어디선가 많이 보던 얼굴이었다.




"태양. 비서일땐 안그러더니, 자꾸 흘리고 다닐래?"


"아.."


"이건 내거.."


"죄송.."


"그리고 이건 태양꺼."


"..!"




중원은 자신의 자켓을 다시 공실의 어깨에 둘러주고는 한 쪽 무릎을 꿇고 공실의 손목에 스카프를 매주었다. 와인빛 실크 스카프가 여전히 불어오는바람에 흔들렸다. 사.. 사장님! 지금 뭐하시는..! 주중원. ..?네? 아깐, 잘도 부르더니. 아직까진 태양. 엄연히 파트너 자격으로 여기 서있는건데. 자리에서 일어난 중원은 가볍게 웃었다.




"왜 자꾸 도망가?"


"!!!.."


"파트너로 참석한 파틴데, 자꾸 도망이나 가고.. 불성실해."


"..아."


"게다가.. 칠칠맞은 여성이었잖아. 도망갈거면 흔적 없이 사라져야지... 날 시험한거야? 찾을 수 있나, 없나?"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슬프게 들렸다. 그러고 보니.. 지금 중원의 얼굴은 늘 공실이 거울을 보면 짓고있던 그때 그 표정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왜..? 문득 자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두근두근두근.. 숨이 멎을 것 같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자꾸만 울렸다. 중원은 인정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은.. 태공실이라는 굉장히 매혹적인 여자였다. 사시나무떨듯 그렇게 자신을 경계하고 있지만 자꾸만 말을 하는 눈으로는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다가가지도 못하게 할거면서 자꾸만 끌어당기는. 마녀. 요물.. 그리고 백조. 딸꾹! 중원의 시선이 공실의 입술에서 멈췄다. 딱꾹!


아.. 또 시작이다.


공실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렸다. 화아악- 얼굴이 빨개지는게 느껴졌다. ..가리지마. 중원의 눈썹 한 쪽이 찡긋. 하고 움직였다. 공실은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딸꾹! 하.. 딸..꾹!




"폭죽소리에도 들린다. 네 딸꾹질 소리, 태양."


"딸꾹!"


"..딸꾹질 멈추는 방법, 알려줄까?"


"..? 딸꾹."




중원은 공실의 손을 때어내고는 그 가녀린 손끝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촉촉하다.. 공실은 논란 토끼눈을 하고 중원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아찔하다. 중원은 입술을 때지 않은 채 공실의 눈을 쳐다보았다. 손끝에서 손 마디로, 손등과 손 바닥.. 그리고 손목.. 모든 행동들이 발레를 하듯 그렇게 이어졌다. 공실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딸꾹! 여전히 딸꾹질은 계속됐지만, 공실은 중원의 눈동자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잡혀있는 손을 빼야된다는 생각도 잠시.. 중원의 입술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열꽃이 피어올른다. 뜨겁다. 하아.. 어지럽다. 빠져들어간다. 공실은 무섭지만 중원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미쳤어.. 미친거야. 중원의 입술이 공실의 입술을 덮친다. 강하고 강렬하게.. 공실의 모든 숨결 하나까지도 그렇게 앗아가고 말았다. 등 뒤에서 차가운 유리 보호벽의 촉감이 느껴졌다. 옆으로 절개가 되어있는 옆트임 디자인의 드레스가 사정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입술이 입술을.. 물고 놔주질 않았다. 스르륵.. 중원의 자켓이 공실의 어깨에서 떨어진다. 차가운 공기에 살짝 움츠려드는 공실의 몸이 쉼 없는 키스에 서서히 녹았다. 두 사람의 첫키스는.. 그렇게 홍콩에서의 하루를 흘려 보냈다.













그래, 새로 읽는 기분들은 어때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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