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설명 한 번 들어봐. 문학은.."

늘 지겹게 반복적인 지친 날. 점점 쌓여가는 할 일, 점점 무거운 야근...그래도 몸이 힘들 뿐이고 정신은 아직 멀쩡하니까 좀 더 힘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정인재 선생님이 피곤한 티도 아픈 티도 안내고 베개대신 분필을 꼬옥 움켜잡아 푸근한 침대 대신 딱딱한 칠판에 탁.타탁.소리나게 흰 글씨를 쓴다.

졸음이 가득차고 다크써클이 조금씩 내려있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머리에 띠잉- 두통이 느껴지자 신음을 침삼킨 듯 참아내고 또 눈을  깜빡인다.

칠판앞에 끙끙 앓은 표정을 하다가 설명하려고 몸 돌려 애들 앞에는 그 표정을 감추고 수업용 스마일을 한다.

"자.여기까지 수업 끝.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배워보자-"

그런데 애들이 대답하기전에 덜커덩. 애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소리로 바꿔 뒤를 휙 돌아본다. 애들자리 맨 뒤에 있는 정호가 책상을 발로 밀고 주머니에 손을 꽂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문으로 나선다.
동시에 지훈과 이경이도 일어나더니 정 선생님이 교탁위에 주먹으로 탁탁. 두드렸다.

"셋 다 어디가니? 인사도 없이."

정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난 표정을 하고 고개 돌렸다.

"몇 분전부터 쉬는 시간이잖아요. 쌤과 만날 마주치는데 뭐 자꾸 인사해요? "

"아니.정호야..."

정 선생님의 말이 시작하지 않았는데 세 명이 들어주는 시간을 안 주는 쌔앵 나가버렸다.

"하아..."

진짜 힘들다. 양치기는.

.
.
.

저벅-저벅-

교무실에서 정 선생님이 앉은 채 꿈과 목표에 관하여 아이들이 쓰는 종이들을 둘러보면서 표정이 굳었다 밝았다 반복되어있었다.
옆에 여기에 저벅저벅 들어오는 시퍼런 남자가 비춰 고개 돌렸다.

"강 선생..."

강 선생님인 줄 알고 고개 돌렸는데 알아보니 오정호였다.
무엇가를 뒤에 숨긴 정호가 강 선생님을 찾은 정선생님에 표정이 굳어지고 정 선생님은 바보처럼 다행인 듯 베시시 미소를 지었다.

"아..정호야...다시 왔구나...할 말이라도 있니?"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깜빡이는 정 선생님에 정호가 자꾸 주변에 눈치를 보며 주춤거린다.

"정호야? 여기 말고 상담실에서 얘..."

탁.

정호가 뒤에 숨겨있던 무엇가를 들었다. 정 선생님의 책상위에 핑크색 작은 상자를 탁. 소리나게 두었다.

정 선생님은 정호의 숨긴 선물을 드는 손 따라 고개 움직이다 둔 핑크색 상자를 빤히- 보고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당황해 고개들어 다시 정호의 눈을 마주친다.

"정호야.이거 뭔데?"

그 순간 갑자기 정호가 귀와 얼굴이 빨개지고 발끈한다.

"아씨! 시치미 떼지마세요! 아,진짜...."

화가 낸 정호가 인사 안하고 몸 휙 돌려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저벅저벅 나가버렸다.
그 사이에 문에 빼꼼 나오는 이경이가 헤헤 웃고 쏙 빼 나가버렸다.

아직까지 상황파악 안되는 정 선생님이 잠시 몇 분동안 멍 때리다가 그 상자쪽으로 고개 돌린다.
작은 두 손으로 그 상자를 잡아들어서 자기 허벅지위에 둔다.

상자 뚜껑을 살포시 열어보더니...아..맞다...이런 말을 뱉게 되었다.

알콩달콩 사탕들과 박카스가 들어있고 그 위에 한 장의 쪽지가 있다.
쪽지를 집어들어 풀어서 보니까... 입 찢어진 듯 절로 미소가 지어져 누가 볼까봐 입을 틀어막지만 눈 웃음을 막을 수없었다.




쌤! 드시고 힘내세요! 뾰로롱~
-이경 올림

선생님.저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힘내세요.
-지훈 올림

쌤. 맛있...고맙...(연필심으로 안보이게 까맣게 지움)
힘내세요.무리하지 말라구요.짜증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