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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나를 기다릴 사람. 내가 기다릴 사람

이응(175.203) 2017.08.02 21:18:01
조회 1698 추천 33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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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은 그렇게 시진을 보내고 나름대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몇 년동안 고배를 마신 교수 면접을 준비했어.

많이 떨긴 했지만 일단은 무사히 잘 치뤄냈지.

면접을 보고 나온 뒤, 김은지에게서 들은 수상한 말이 모연은 영 께름칙했지만, 외과장이 설마 저 답도 없는 애를 나 대신 뽑진 않을 거라고 애써 믿었어.


그 답도 없는 동기가 모연이 어시스트를 서는 외과장의 수술에 대신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넌 이제 수술방도 못 찾냐? 여기 박교수님 수술,"
"과장님이 손 바꾸셨어. 박교수님 대신 내가 집도의야. 넌 내 어시고."
"!"

 

외과장은 모연이 써준 논문을 들고 학회에 가면서 정작 메스는 그녀가 아닌 김은지에게 넘겼어.

모연은 집도는 커녕 어시도 제대로 못 서는, 허구헌날 의료소송에 걸리는 못난 동기의 어시가 된 거야.


자존심이 상하는 건 둘째치고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수술은 진행되어야 하기에 모연은 어시스트로서의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기로 해.


하지만 김은지는 평소 모연에게 담아두었던 악의를 수술방까지 끌고 들어와 연신 그녀를 비아냥댔어.

수술방에서의 감정적 잡담은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안될텐데 김은지는 서슴없이 주절주절 떠들어댔지.

 

"외과장님 논문 이번에도 니가 정리했더라?"
"넌 또 시계 사드렸더라."
"학회 때마다 애쓰네? 이쁨 받을라고."
"이쁨은 시계 사드린 니가 받아야지. 난 그냥 실력을 인정받는 거고."
"..."
"!! 너 지금 뭐해? 뭘 건드린 거야?!"

 

그러다 모연의 말에 냉정을 잃은 김은지가 사고를 쳤어.

수술 환부의 덧난 곳만 보아주면 되는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대동맥을 건드린 거야.

순식간에 수술실 안은 요란스런 경고음으로 가득찼어.


하지만 이후로도 김은지는 항상 자기 머리 위에서 놀던 모연을 어시로 놓고 자신이 집도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감을 버리지 못했어.

그리고는 자기가 수습에 나섰다가 더 큰 대형사고를 치고서야 모연에게 메스를 넘기고 물러나 서서, 모연이 수술을 끝낼 때까지 어시를 서기는 커녕 벌벌 떨고만 있었지.

 


"손이 둔하면 연습을 하든가. 머리가 둔하면 주제파악을 하든가! 왜 되도 않는 욕심을 부리고 지랄이야?!"

 

모연은 김은지가 집도하는 수술에 자신이 어시를 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기보다,

실수를 수습할 깜냥도 안되는 게 제 자존심 지켜보겠다고 부득불 고집을 부리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 김은지의 미친 짓에 더 화가 나.


냉정을 지켜야할 수술실 안에 제 열등감을 끌고 들어온 것도 모자라, 죽어가는 환자를 앞에 두고 내가 집도의라며 메스를 쥐고 놓지 않던 저 정신 나간 인간에게 모연은 경멸감을 감출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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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은 그렇게 하루하루 평소와 같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병원 생활을 보내고 있었어.

미혼모 후배가 정말 미혼모로 남을까봐 걱정하고, 되도 않는 욕심을 부려서는 환자 한 명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멍청한 동기의 실수를 수습하며 매일매일의 사건사고를 겪어냈지.

하지만 그렇게 바쁘고 힘든 나날을 받아넘기면서도 모연의 마음 속 한구석은 언제나 한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마치 마음 속에 촛불 하나가 항상 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고단하고 피곤한 하루 속에서도 부드럽게 밝혀진 그 촛불 하나를 의지하고 있었지.


그녀를 바람맞히고 옥상에서 홀연히 날아가버린 그 남자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모연은 내내 그게 궁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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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도 여느 여자들과 다름없이 친구에게 그녀가 요즘 만나기 시작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도 했어.

시진과의 남다른 첫만남부터 그가 비나 눈 대신 총을 맞고 다닌다는 것도,

헬기가 막 데리러 오기도 하더라는 것까지 모연은 지수에게 숨김없이 이야기했어.

아직은 친구에게 그 모든 걸 감출 이유가 모연은 없었으니까.

 

"근데 그 남잔? 연락 없고?"
"없어. 전화 자주하는 스타일 아닌가봐."
"정체가 뭘까. 군인, 총상, 헬기... 간첩인가?"
"그런가?"

 

이제 내일이면 약속한 주말인데 그렇게 떠난 시진은 아직까지도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이 없었어.

지수 말대로 정말 간첩이기라도 해서 헬기 탄 그대로 북으로 돌아가버리기라도 한 건지 아무 연락이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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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은 지수의 컴퓨터로 접속해 간첩남 시진의 엑스레이 사진을 불러왔어.

어느 곳 하나,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불러올려선 그걸 넋놓고 보고 있는 거야.

 

"너 뭐봐?"
"그 남자 사진. 그 남자 사진이 이거 밖에 없네."
"어이구. 저 또라이, 저거."

 

모연도 남이 보면 그녀가 어디 많이 모자란 인간처럼 보일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어떡해.

보고 싶은데 볼 방법이 없잖아.


제대로 데이트 한 번 아직 못해본 남자인데도 모연은 믿기지 않을 만큼 시진에게 끌려.

시진의 엑스레이 사진을 갖다가 이것도 그의 사진이라며 보고 싶을 만큼 말이야.


전화도 문자도 없는 남자인데도 모연은 그게 서운하기보다 궁금하고 보고 싶어.

모연은 빨리 그와 약속한 내일이 되어서 시진이 병원 앞에 그녀를 만나러 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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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이 목숨을 바쳐 해결한 사건이 흘러나오는 뉴스를 뒤로 하고 모연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털레털레 병원을 나왔어.

아직까지 뉴스는 모연에게 있어서 자신과는 딴 세상 이야기야.

지금의 모연에게 뉴스는 그녀의 삶과는 어떤 것은 나름 가깝고, 많은 것이 멀고 먼 바보 상자 속 신문같은 거지.


반면에 시진은 모연이 관심없어 하는 뉴스 속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사람이야.

모연을 두고 떠나, 시끄러운 세상 속에 또 하나의 뉴스를 던져놓고는 시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그렇게 그녀 앞에 불현듯 나타났어.

 

"잘 지냈어요?"

 

도대체 언제부터 기다렸던 건지.

그녀가 언제나 나올 줄 알고 무작정 그러고 있었던 건지 시진은 빙글빙글 웃으며 모연을 바라보고 있었어.


불과 얼마 전까지도 총질을 하고 수류탄을 던지던 군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가 지키는 조국 하늘 아래에서 하얗고 말랑말랑한 배를 내놓고 체조를 하는 모연을 바라보며 시진은 그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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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렇게 평화로우라고,
이렇게 마음 편하게 귀여운 체조하라고 내가 조국을 지키나보다.

 

모연을 보며 시진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시진은 작전 내내 많이도 보고 싶었던 모연에게 잘 지냈냐고 다정하게 물어.

그렇게 모연을 두고 떠나면서 미안하고 아쉬웠던 마음을 담아..

 

하지만 모연에게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지.

제대로 밤잠도 못 자고 일만 하는 바람에 '화장은 사치요, 씻는 건 물낭비로다'를 모연은 이제 막 만나기 시작한 남자한테 온몸으로 보여주게 생겼잖아!


모연은 어디 숨을 데라도 있으면 숨고 싶어.

부스스한데 떡진 기묘한 머리에 완전 쌩얼을 숨김없이 보여주기엔 눈 앞의 남자는 이 상황이 화딱지 나도록 너무 잘생겼으니까!


눈만 빼꼼 내놓고는 최선을 다한 방어 자세를 취한 그녀에게 시진은 너무도 성큼성큼 다가 왔어.

가려진 그녀의 얼굴을 보겠다고 기웃대는 남자의 눈을 사정없이 피하며 모연은 원망스럽게 말해.

 

"왜 벌써 왔어요? 약속 시간까지 두 시간은 남았는데? 내가 잘못 안 거 아니죠?"

 

모연은 눈 앞의 이 남자가 제발 좀 쩌어기로 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마지 않는데, 시진은 요리조리 그녀의 팔 사이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들이대는 거야.

 

"제가 많이 일찍 왔어요.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게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그렇다고 두 시간 전에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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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괜찮더라고.
나를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게,
내가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게.

 

시진은 그의 눈 앞에 서 있는, '언제쯤 나올까. 언제쯤이면 나와서 얼굴을 보여주려나.' 기다림조차도 달콤하게 하던 여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려 기웃대는 걸 멈출 수가 없어.

보면 닳기라도 하나 왜 안 보여 주는지 시진은 알 수가 없어.

 

"근데 왜 자꾸 눈 피해요?"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래요. 나 지금 쌩얼이란 말예요. 집에 가서 머리 감고 옷 갈아입고 나올라 그랬죠."

 

그녀가 말하는 내내 시진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모연을 보고 싶어 해.

 

"이미 아름다우신데."
"그래요? 왜지? 내면이 아름다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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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놀라운 일이지.

쌩얼이든 아니든, 머리를 감든 안 감든 모연은 그에게 이미 아름다운 사람이야.


그의 진심어린 찬사를 농담으로 들었는지 얼굴을 붉히기보다 장난을 거는 모연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시진의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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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의 놀라움은 어디까지인지...

그녀는 첫 데이트에 시진을 자기 집으로 데려왔어.


잠깐 집 앞 카페나 차 안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해도 큰 무례는 아니었을 텐데 모연은 시진을 집 안에 들였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고 대학시절에도 친한 남자 동기들이 그렇게 술 처마시고 겔겔대도 길바닥에 내버리는 한이 있어도 집에는 들인 적이 없었는데, 고작 세 번 만난 남자를 모연은 그녀의 집에 데려온 거야.

그가 절대 허튼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모연이 믿고 있기 때문이지.


그녀는 한술 더 떠서 나 준비할 동안 좀 기다리라며 용감하게도 남자를 집 안에 두고 씻으러 들어가겠다고 해.

(근데 씻을라면 다 씻지 머리만 감는 건 왜 때무네......? 아쉽아쉽 흐흐흐흐흫흐흐흫흐)

 

"근데 저 오늘 한 끼도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픈데.. 밥 시켜서 같이 먹으면 안 될까요?"
"더 맛있는 거 사주고 싶었는데.. 배달음식으로 괜찮아요?"
"같이 먹을 사람이 근사해서 괜찮아요."

 

밥이 뭐면 어떻고 장소가 어디면 어때.


어딜가서 뭘 먹든 서로 외에 눈에나 들어오겠냔 말이지.

두사람에겐 눈 앞의 상대가 송로버섯이고 7성급 호텔 레스토랑인데.

 

"뭐 좋아해요?"
"돌비 돌비!"
"되게 특이하네. 되게 예쁘고."

 

허영도 내숭도 없는 솔직하고 아름다운 모연은 시진에게 있어서 이제껏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앞으로도 더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되게 특이하고 되게 예쁜]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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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은 모연이 좋아하는 돌비를 앞에 놓고 첫 식사를 해.

비싸고 좋은 음식도, 화려하고 고급스런 식당도 아니지만 두사람에겐 중요하지가 않지.


말리느라 풀어놓은 머리에 편한 옷을 입고 있는 모연은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보송보송 앳된 얼굴이야.


그녀는 시진의 눈을 피해 자신 앞에 놓인 그릇만 죽어라 쳐다보고 있어.

요 바로 전에 [단수]라든가 [생수]라든가 뭐 그런, 모연으로 하여금 접시물에 코박고 콱 죽고 싶게 하는 사건이 있었거든.


그런 그녀를 보는 시진의 눈도 웃고 입도 웃지.

아까까지만 해도 또랑또랑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그를 보던 모연이 이제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지만, 그것조차도 시진에게는 그저 귀여울 뿐이야.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냥 모르는 척 해줄 걸 괜히 아는 척 했다 싶기도 해.


밥을 먹는둥 마는둥 눈 앞의 모연이 좋아서, 귀여워서 자꾸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시진은 주야장천 모연에게서 눈을 뗄 줄 몰라.

그러다 문득 그는 궁금해졌어.

 

나는 이렇게나 당신이 보고 싶었는데 당신도 그랬을까?
나는 당신을 만날 오늘을 몹시도 기다렸는데
당신도 내가 만나러 오길 조금은 기다렸을까?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궁금해 하지 마요."
"내가 뭘 물어볼 줄 알고?"

 

시진의 마음은 이미 저만큼 앞서 가고 있는데 모연은 아직 민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어.

'잊어줄 수 없을까. 육사 졸업했다는 저 좋은 머리로 [생수]를 잊어주긴 힘들겠지' 하는 생각에 모연은 좌절스러워.

 

"지금 나 놀리고 싶어서 죽겠는 얼굴이잖아요 딱."
"어디가요? 이건 그냥 잘생긴 얼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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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은 잊은 척 넘어가줄 생각이었는데 모연은 자꾸 그의 흥미를 불러 일으켜.

어린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치마를 들추고 밀어 넘어뜨려서 울리던 장난기를 서른 넘은 남자한테 자꾸 돋우는 거야.


장난치고 싶게 하고 놀리고 싶게 하고, 모연은 자꾸만 그를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만들어.

 

"치, 물어볼 거 뭔데요."
"내 생각 했어요?"
"!"

 

시진은 장난스럽다가도 문득 자신의 마음은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성큼 다가올 때가 있어.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야.

 

내가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은 내 생각을 했어요?
나를 기다렸어요?
당신도 나를 보고 싶어 했습니까?

 

"했죠 그럼."

 

그의 물음에 놀란 것도 잠시, 모연은 솔직해서 더 행복한 답을 해주었어.

 

했다고. 그렇게 가버린 당신이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고.

 

그녀의 답을 들은 시진의 마음을 많이도 행복하게 해줄 답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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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냄새도 날려버릴 겸, 역광받아 예뻐도 보일 겸 모연은 겸사겸사 향초를 켰어.

 

"명색이 첫 데이튼데 분위기 좀 내려구요."
"아니, 가운데다 안 놓구요?"
"여잔 자고로 역광이죠. 여기에 놔야 제가 예뻐 보여요. 움직이지 마요. 유시진씨 시선 각도 다 계산해서 놓은 거니까?"

 

어디서 본 건 있는지 가운데다 놓자는 시진에게서 온몸을 다해 향초를 사수하며 모연은 천연덕스럽게 말을 해.

 

당신한테 예뻐보이려는 거니까 방해말라고.
이 자리에서 당신 눈에 내가 예뻐보일 최적의 위치를 벗어나지 말라고.

 

당신 눈에 예뻐 보이고 싶어서 이런다는 그녀의 가감없는 솔직한 말이 귀여워서 웃는 시진에게서 모연은 전에 없던 상처를 발견해.

어디서 뭘 하길래 몸에 상처가 끊이질 않는 건지 모연은 점점 시진에게 묻고 싶은 게 늘어만 가.

 

"근데 또 다쳤네요? 이번에도 삽질하다 다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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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시진이 지난번 연합 작전을 위한 시뮬레이션 도중, 델타포스팀 팀장과 주고받은 정다운 첫인사야.

모연에게 말해줄 수 없는 상처 중 하나지.

 

"삽질하다 얼굴 다칠 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쵸? 아니죠?"
"제가 그 힘든 걸 해냈습니다."

 

처음 만난 날 그녀에게 보인 옆구리 총상을 라이언 일병으로 눙치더니, 시진은 이번에도 이마 상처를 삽질하다 다쳤다고 넘겨.

모연도 그게 정말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당장은 굳이 답을 얻어야 겠다는 마음이 없어.

 

언젠간 말해주겠지.
이 남자와는 다음이 있을 테니까.

 

오늘의 이 첫 데이트가 잘 끝이 나면 시진과 더 많이 가까워질 거고, 그가 더 많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모연은 시진에게서 그 답을 듣는 날을 조금 미루어 두기로 해.


아직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한 시진을 배려한 거야.

그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무서운 거라는 걸 이 땐 몰랐으니까.

또 오늘 밤의 끝이 시진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모연도 시진도 이때까진 그의 조국이 작정하고 두사람 사이를 깨뜨려 놓을 거라고는 짐작도 할 수가 없었어.


묻고 싶은 질문을 접어두고, 모연은 그녀의 실수를 신사적으로 눈감아준 시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

 

"머리 감기 그거 모른 척 해줘서 고마워요. 커피는 극장 가서 마셔요."
"그래요. 아, 난 생수 마셔야겠다."
"!! 야!"

 

신사는 무슨...

시진은 남은 평생동안 모연을 놀려 먹을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놀리는 걸 그만두기엔 모연은 그에게 너무 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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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은 영화를 보러 오는 내내 서로에게 빠져 단꿈에 잠겨 있었어.

이런 사람을 왜 지금에서야 만났을까 후회될만큼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충족감마저 들었지.


작전을 막 끝내고 돌아온 시진도 며칠 간 병원에서 시달린 모연도 절대 피곤하지 않을리 없는데, 피로감따위 언제 느껴봤냐는 듯 두사람의 눈은 생기로 반짝거렸어.


불과 몇 분 후면 평화는 끝이 나고 폭풍이 몰아칠 텐데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두사람은 달디 단 행복에 젖어 있어.


두사람은 10분 후면 시작할 꽤나 재밌다고 입소문난 영화보다도 서로의 눈동자를 더 바라보고 싶어해.

 

"난 극장에 오면 이때가 제일 설레요. 불 꺼지기 바로 직전."

 

모연은 그 설렘이 옆에 앉은 유시진이라는 남자 때문에 더욱 더 커지는 신기한 경험을 지금 하는 중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시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딱 자기 마음에 맞는 말이 생각났다는 듯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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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태어나서 지금이 제일 설레요.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 꺼지기 바로 직전."

 

딴 남자가 하면 분명 느끼하고 거북할 만한 말을 시진은 참 신기하게도 듣기 좋게하는 재주가 있어.

사실 이건 시진이 재주 있다기보다 모연이 그만큼 그를 좋아하고, 그가 그만큼 모연에게 진심이기 때문일 거야.

두사람 사이엔 작업 멘트가 아닌 고백인 거지.


거듭되는 시진의 고백은 언제나 모연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해.

 

"근데 아까 나한테 야! 그랬죠."
"근데요?"
"몇 살입니까? 내 나인 차트 봐서 알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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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시진은 모연이 자기보다 어릴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

 

저 얼굴로 나보다 나이 많다는 건 사기야.

아무리 많이 봐줘도 동갑?

그러면 내가 학교 빨리 들어갔으니까 내가 오빠네.

 

안 어려도 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모연에게 오빠 소리를 꼭 듣고 싶으니까.

 

"아니, 아까 그 상황은... 오빠가 먼저 약 올렸잖아요."
"아, 내가 오빠구나."

 

그가 운을 뗐으니 이제 오빠라고 해주겠지 김칫국 한사발을 들이키며 시진이 마구 흐뭇해해.

 

역시 오빠일 줄 알았어.
이제 오빠라고 불러주네.
어예!

 

좋아 죽는 시진을 보다가 모연은 확 재를 뿌려.

 

"뻥인데! 내가 누나예요."
"아닌 거 같은데? 민증 까봅니다. 난 미성년자 아닐까 걱정했는데?"

 

결국 빵 터진 모연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시진까지 행복해져선 함께 웃는데, 그런 두사람의 불안스럽도록 완벽했던 행복 사이로 불청객이 끼어들었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모연만 바라보고 있던 시진의 눈동자를 결국 자신에게로 돌리는데 성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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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에 뜬 발신자는 시진의 표정을 굳어지게 하기에 충분했어.

그가 [빅보스]로서 해야할 일을 떠올리게 해서도 그렇고, 그 일을 하러 가기 위해 또 모연을 남겨두고 가야 해서도 그랬어.

하물며 모연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도 해줄 수가 없을 것이기에 시진은 이 상황이 더 낭패스러워.

 

"단결. 대위 유시진."
"?"
"예, 그렇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단결."
"...무슨 일 있어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어떻게 말을 하면 모연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상하게 할 수 있을지.

시진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려.


사실 어떻게 말해도 이 상황은 모연에게는 참 당혹스럽지.

이유야 어쨌든 무안스러울 거고, 실망스러울 거고, 절대 유쾌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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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봐야 될 것 같은데."
"! 지금요?"
"예... 미안합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시진은 해줄 말이 없어.

왜 가냐,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가냐, 뭐라도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모연이 묻는다고 해도 시진은 말해줄 수 없었을 거야.


뭐라고 말을 하겠어.

그의 일을 설명해줄 수 있기는 커녕, 그의 존재 자체도 군 내에서 기밀 정보에 속하는데...


나 또 바람맞는 거냐는 모연의 말에 시진은 더 당혹스러워.


그래. 이건 확실히 모연을 바람맞히는 짓이야.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 번.

세 번 만난 여자를 두 번이나 바람맞힌다니.

그것도 첫 데이트에서..


자꾸만 이렇게 흘러가는 상황이 그에게도 정말 미치게 답답한데

그가 어떻게 해결할 수도, 모연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줄 수도 없는 일이라 시진은 유구무언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어.

 

"...정말 미안합니다. 이 영화는 다음에 꼭 같이 봅시다. 지금은 같이 나가요."
"아니요.. 전 그냥 보고 갈게요. 가보세요."
"그러지 말고 다음에 같이,"
"아뇨. 괜찮아요. 가보셔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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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서 '저'.

상한 기분을 티내지 않으려 하지만, 순식간에 모연은 말투에서부터 시진과 멀어졌어.

 

내가 지금 제대로 웃고 있는 건 맞나.
화난 얼굴이면 안 되는데.

 

굳어지는 표정을 제대로 갈무리하지도 못한 채로 모연은 괜찮은 척 시진에게 말을 해.

일 때문에 가는 것 같은데 기분 상한 티를 내면 어른스럽지 못하잖아.

설명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시진은 그럴 마음이 없어보여서 모연은 더 당황스럽지.


그런 모연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시진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어.

더이상은 그의 사과로 모연을 달랠 수 없다는 걸 안 거야.


지금 당장은 해야할 일을 하고 난 후에 그녀에게로 돌아와 방법을 찾아볼 거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오늘의 데이트가 부디 마지막이 되지 않을 방법을 말이야.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있을 처음으로 남기를.
당신과 꼭 다음이 있기를.
나를 당신이 기다려주기를.
나에게 당신을 기다릴 기회를 또 한 번 주기를...

 

"...전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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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을 마치는 대로 모연에게 전화를 할 거야.

모연이 꼭 그의 전화를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진은 그녀를 두고 떠나.

 

시진이 자리를 뜨는 내내 모연은 시선조차 주지 않고 정면만 바라보고 있어.


따뜻한 단꿈에 잠겨 있다가 차디찬 현실 콘크리트 바닥으로 확 끌어올려 내팽개쳐진, 모연은 지금 딱 그런 기분이야.

꿈이 달고 따뜻했던 만큼 현실이 더 쓰고 춥게 느껴지지.


모연은 불안해.

시진이 돌아와 아무런 설명도 해줄 수가 없을까봐 불안하고.

설명해준다 해도 그 설명이 그녀를 설득하지 못할까봐 불안하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 답을 얻고자 미루어 두었던 질문을 모연은 더는 미룰 수가 없게 됐어.

지금 떠난 저 사람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지만, 돌아오면 꼭 물어야 할 말들이 있어.


그 답을 얻고나면 분명해질 거야.

 

내가 당신을 앞으로도 기다릴 수 있을지.
당신이 나를 기다리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이어지는 글 : 당신을 놓쳐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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