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지금 현 과거 기억은 모두 조작된 거란 의미임.

뭔 개소리냐 하는데, 일단 선이가 죽을 때 영혼까지 재가 되어 소멸당하지 않았으면 어떻게든 현이 구하려고 왔겠지? 근데 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끝까지 안 왔음.

이것만 가지고 무슨 증거가 되냐는 말도 나올 거다. 그러면.. 일단 강림이 어린 시절 기억 봉인된 건 모두 알지? 근데 이걸 누가 지웠는진 안 밝혀짐. 곤 류 이거 아직까진 다 썰에 불과함. 류가 강림에게 말한 건 니 기억 봉인된 상태고 기억을 찾고 싶으면 빨리 강해져라 이 정도지, 내가 니 기억 봉인했다 이런 말은 없었음

그리고 강림이 기억 봉인 풀린 화에선 어떻게든 '나무 뿌리'가 나옴. 첫번째 두번째 기억 풀릴 때 나온 나무 뿌리로 공격하는 사림귀와 은혼귀, 세번째 기억을 되찾은 뒤부터 사용 가능한 증장의 나무 뿌리 공격, 네번째 기억 풀린 뒤 나온 충호서 푼 흑막 나무의 귀도(몸에서 나무 뿌리가 나와서 이렇게 지칭함).

이러면 사실 나무의 귀도(이하 나무)가 강림의 기억을 봉인한 사람 아닐까?는 추측도 성립 가능해. 4화 시놉시스에 나온 '강림에게 복수하려는 새로운 인물'도 명일이가 아니라 나무일 확률이 높음. 나무랑 강림, 더 나아가 곤 사이에 무슨 악연이 있었을 수도 있음.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나무와 청하가 비슷한 점이 많단 걸 주목해야 함. 둘이 동일인이라고 확정은 안 났지만 성우가 같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고, 상징색도 초록색으로 동일함. 그리고 나무 왼팔에는 보라색 팔찌가 있는데(강림이 퇴마복 그 색임) 청하 폰케이스도 똑같은 보라색임.

게다가 청하도 선이랑 동일 성우고, 꽤 닮았다는 평이 많지. 그리고 이번 5화에서 '오래된 나무 뿌리에 아기 영혼이 깃들어 탄생한 귀신' 멘드레이크는 청하를 공격하려다 기겁하고 피했음. 멘드레이크는 민간인 퇴마사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영혼 먹는 애거든? 근데 청하만은 피했다는 건 얘가 일단 평범한 인간은 절대 아니란 소리임. 청하가 나무 귀도랑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한데... 설마 멘드레이크는 청하가 자기랑 비슷하게 나무 뿌리랑 관련있는 애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상위의 존재란 걸 눈치채고 놀란 게 아닐까?

약간 청하 이야기로 흘렀는데, 선이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선이 묘 위치는 '벚나무' 바로 아래야. 근데 이상한 건, 부모 곁이 아니라 혼자만 딸랑 벚나무 밑에 묻혀 있단 점임. 죽어서라도 부모랑 함께하라고 같이 묻지 않고 왜 벚나무 밑에 묻었을까? 혹시... 선을 포함해서 현의 가족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즉 나무가 현이 기억을 조작하며 심어진 인물들이라면?

즉 현이는 부모 없이 어둠에서 탄생한 아이라는 거임. 곤은 그늘 전쟁 때 어둠의 힘을 연구하다가 어둠의 아들인 현이를 발견하고 입양했음. 이후 곤 명령을 받은 나무가 현이를 인간답게(?) 만들고 싸울 이유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친부모와 선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 심었단 거지. 물론 현이가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단 선이 가묘, 부모님 묘는 만들었을 거임. 그늘 전쟁 중 박살난 퇴마사 마을 중 적당히 한 곳 잡아서 너네 가족이 살던 곳이라고 이야기도 해줬을 것 같다. 그 마을은 일반인들의 눈을 피하게 하기 위해 완전히 없앤 뒤 결계까지 쳐 놔서 현이가 가고 싶어도 못 갈 것 같음. 선이와 청하 사이의 유사점도 둘 다 나무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들이어서 그런 거고.

사실 현이 기억을 자세히 보면 현이가 못 봤을 곤 시점의 장면이 나오는 등 수상한 점이 약간 있어.(물론 연출상 그랬을 확률이 높아.) 그리고 곤이 현이에게 넌 다른 귀도들과 달라서 아들로 삼았다고 했잖아. 강림이 기억 속에서도 어둠과 관련 있어 보이는 보랏빛 구슬을 들고 있었고. 이게 어둠의 아들 현의 힘을 얻고 자신의 수하로 삼기 위해 입양, 이후 인간이 되도록 기억을 조작했다.. 라는 의미일 수도 있음.

물론 현이가 선이랑 하리를 겹쳐보고 귀퇴를 탈퇴한 것, 강림과 하리가 현이에게 선이의 포지션을 잇는 것 등 선이라는 인물이 현이에게, 나아가 4기 내내 끼친 영향이 상당해서 지금까지 내 생각은 그냥 낭설에 불과함. 하지만... 악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있는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심은 기억이 오히려 그 악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고 자유 의지를 행하도록 이끌었다는 전개도 꽤 감동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함.

그리고 선이의 죽음을 무력하게 본 이상 결국 현이는 강림하리보다 선이를 신경 쓸 수밖에 없음. 결말에서 강림하리 지키고 쓰러진 것도 선이 못 지킨 한의 연장선임. 즉 현이에게 선이 부활시키는 대신 귀퇴 다시 들어가기 VS 강림하리 옆에 남기 중 하나를 고르라 하면 이성 잃고 전자를 고를 가능성도 상당함. 어떻게 보면 선이 그림자에서 못 벗어나는 건데, 이건 5기 막판에 선이 영혼이 나타나서 현이 위로하고 내게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부탁한 뒤 승천하지 않는 이상 해결될 확률 0임. 현이는 강림이와 하리의 형, 오빠 역할인데 저렇게 죽은 선이랑 관련된 일에선 이성을 잃을 확률이 있단 건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이를 없는 인물로 만들되, 강림과 하리는 여전히 소중한 동생들로 잘 챙겨주는 식으로 선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