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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나의 작은 영웅이 떠났다

오이장아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26 01:07:41
조회 8933 추천 495 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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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그동안 트윈스를 이끌어온 슈퍼스타들을 더 좋아한다.


트윈스 최고의 선수였던 김용수,

쥐저씨들의 낭만을 자극하는 이상훈과 이병규,

비록 무관이었지만 위대한 선수였던 박용택,

좆쥐를 29년만에 우승으로 이끈 오지환.


그 이름들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도 이 팀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만약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에요?'

라고 묻는다면 '저는 오지환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라고 당당히 답할 것이다.


천재라고 불린 스타들의 성공 이야기는 부러웠고

연구하고 발전한 스타들의 이야기는 존경스러웠다.


그들은 나의 영웅이었으나, 나는 절대 그들처럼 될 수 없었다.


나는 좀 많이 떨어지는 녀석이다.


공부도 잘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성격도 내성적이고

취미도 남들 아무도 안 보는 야구밖에 없고

깝치면 욕먹고 조용히 있으면 이름마저도 기억되지 않는

그냥 개찐따새끼일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매일매일 악착같이 버텨내는 무명 선수들을 향한 애정이 있었다.


만년 2군, 벤치 선수의 모두에게 기억될 한번의 큰 활약.

퇴물이 된 선수가 만든 마지막 한번의 불꽃.

매일같이 욕을 먹는 선수가 보란듯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


그러한 그들의 활약을 보면서 나는 삶의 희망을 얻었던 것 같다.


오늘 은퇴를 선언한 정주현은 어쩌면 이 분야의 최고봉.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한 팀에서 버텨내었지만,

어찌 보면 매 해가 위기였다.


1라운더 유격수 유망주가 2루에 도전해도

전임 감독의 유산 중 하나가 2루에 도전해도

크보 역대 최고의 2루수였던 이가 2루에 도전해도

팀 최고 타격재능을 가진 유망주가 2루에 도전해도

그들은 끝내 승자가 되지 못했다.

'돌고 돌아 좆아찌'라는 밈이 있을 정도로 최후에는 정주현이 항상 이겼다.


나도 2루를 못 키워내는 팀의 이런 사정에 속이 상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욕을 먹어도

응원해주는 팬들이 적어도

올해 그의 전망이 부정적이라도

항상 악착같이 버텨내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정주현의 모습에 나는 작은 감동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팀에 200안타 mvp 출신 선수가 트레이드로 왔다.

한창 못하고 있던 정주현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21년도 준PO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러웠고

22년도 시범경기에서도 다른 선수들에게 밀렸다.

그렇게 류지현 감독은 그를 잊었다.

(솔직히 류지현이 23시즌 재계약되었으면 서건창-정주현을 플래툰 돌렸을 것이라는 주장은 좀 억지같다.)


22년도 퓨처스리그 성적도 좋지 못하였다.

시즌 중반 같이 2군에 있던 서건창과 이상호는 3할 중반을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였으나 그는 .250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한 시즌 동안 8명의 선수가 선발 2루수로 나오는 사이 단 한 경기도 1군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야 전 포지션 소화에 도전하는 등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려고 노력하였다.


22시즌 플레이오프 대참사가 일어난 뒤 감독이 바뀌었다.

기적적으로 방출은 모면했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신임 감독은 2루수 자리에 서건창을 고정해놨고, 3루에는 부동의 주전 문보경이 있었다.

내야 백업 자리 역시 김민성, 손호영, 송찬의로 스토브리그 초반에 확정되었다.


모두가 정주현은 이제 정말로 끝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 기회는 다시 한 번 찾아왔다.

팀 내 1~3순위 유격수가 전부 1군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내야 자리를 메우기 위해 콜업되었다.


그렇게 정주현은 올해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1군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냈고, 끝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승선해 (왕택신은 끝내 못 받은)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게 되었다.


그리고 2023년 11월 25일, 그는 15년간의 가늘지만 길었던 프로 생활을 마감하였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에는 너무나도 슬펐다.

그러나 모두의 따듯한 글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우승 반지를 낀 채 축하받으며 행복하게 은퇴하는 것이

어쩌면 욕먹으면서 남아있는 것보다 더욱 낭만있는 은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도

욕도 많이 먹고 응원해주는 이들은 적으며

나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로만 가득한 이 거친 세상을

나도 가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드러내며 악착같이 버텨내고 싶다.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나에게 한번쯤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리고 끝내 많은 이들에게 축하받는 행복한 날이 오지 않을까.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LG 트윈스에게 감사를.

오늘도 수없이 노력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응원을.

그리고 나에게 작은 희망을 준 정주현 선수에게 박수를.


One In a Million, My Lucky Strike

세상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나의 큰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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