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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갤문학도전) 동백꽃.txt

ㅇㅇ(118.44) 2013.07.02 13:42:13
조회 907 추천 20 댓글 16

오늘도 또 희동이가 종호형의 먹을 것을 빼앗아 먹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배팅 연습을 할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그라운드로 나가려니까 등뒤에서 형 안먹을 거면 자기한테 달라 야단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르랴 종호형이 희동이에게 먹을 것을 건네고 있었다.

희동이(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가 덩저리 작은 종호형에게 먹을 것을 강탈하는 것이다. 순둥한 얼굴을 하고는 애교나 살살 부려가며 여지없이 손을 벌린다. 그러면 종호형은 마음이 약해져서 또 먹을 것을 건네주고 만다. 물론 종호형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있었다. 이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내 뱃가죽이 등가죽에 들러붙는 것 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달려들어 희동이를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그라운드로 발길을 옮겼다.

이번에도 성범이가 종호형에게 먹을 게 있더라고 일러바쳤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거스르려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 놈의 머슴아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홍삼액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저 훈련이나 할 것이지 남 배팅연습에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훈련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요즘 공 좀 잘 맞니?"

라는 둥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이 드디어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등 뒤로 무엇인가 숨겨 와서는 내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몰래 꺼내온 거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홍삼액이 몸에 좋단다."

"난 홍삼액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홍삼액을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여태껏 성범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가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홍삼액을 원샷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라커룸으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근데 재미가 없다... 미안 아재들
화자는 아마도 1인칭 왕거지 시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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