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주의
※ 작덕작택이야기
눈썰매
1979년 12월
쌍문동에도 겨울이 찾아왔고, 몇달 전 씨름을 하다 덕선이 때문에 생긴 택의 이마 바늘자국이 조금은 희미해질 무렵이었다. 골목에는 다 태운 연탄들이 쌓여갔고, 가끔 매서운 눈발들도 흩날리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쌍문동 5인방이 놀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있었다.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골목 전체가 놀이터인 것처럼 놀던 아이들이지만 추워진 날씨와 을씨년스러운 주변 풍경덕분에 요즘엔 곧잘 택의 방에 모여들었다. 이불을 덮고 누워 고구마를 먹고, 귤을 까먹고 딱지를 치고 티비를 보았다. 겨울방학은 기쁘고 좋은 것이었지만 목마아저씨의 발길마저 끊겨버린 긴 겨울은 아이들에게 퍽 심심한 계절이기도 하였다.
- 야 눈 온다! 눈싸움하러 가자!
드디어 눈다운 눈이 내렸다. 저녁부터 조금씩 내린 눈은 새벽에 더욱 많이 내렸고, 아침에는 뽀드득 소리가 날만큼 쌓였다. 새벽부터 동네어른들은 미끄러질까 눈을 치우고 연탄을 부셔서 길가에 뿌리면서 분주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아침을 먹은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중무장을 한 채로 골목 앞에서 모였고, 늘 그렇듯 귀찮은 표정을 한 택은 덕선의 손에 질질 끌려서 나왔다. 스승님께서 주신 기보를 반도 다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덕선의 손길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두꺼운 외투를 입고 덕선이가 둘러준 목소리를 메고서는 밖으로 나왔다.
- 어디가지?
- 글쎄 공터 갈까? 거기는 눈 아직 있을거야.
- 응 여긴 어른들이 다 쓸어버렸잖아
아이들의 동심을 모르는지 어른들의 바쁜 손길에 이미 골목길 위에는 양쪽으로 곱게 눈들이 밀려있었다. 잔뜩 눈을 뭉치고 뒹굴 생각을 하던 아이들은 이내 한숨을 쉬고 공터로 향했다.
- 우와아아!
아이들의 예상이 적중했다. 아직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공터에는 소복하게 눈이 쌓여져 있었고, 아이들은 점심때가 되도록 마음껏 뒹굴고 눈을 뭉쳐서 던졌다. 서로 편을 갈라 눈싸움도 하기도 했고,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 짠 어때?
덕선이가 조그맣게 눈사람을 만들어 택에게 내밀었다.
- 귀엽다
- 그지? 큰 것도 예쁜데 조그맣게 만들어도 인형 같고 귀여워
헤헤- 코끝이 빨개져서는 연신 고사리 손으로 눈을 뭉치던 덕선이 택에게 자신이 만든 눈사람을 자랑했다. 귀엽다고 같이 웃어주던 택에게 덕선은 ‘인심이다 너 해!’ 라며 애써 만든 눈사람을 그에게 건넸다. 덕선에게서 받은 눈사람을 손바닥 위에 고이 올려둔 택이 미소를 짓자 덕선은 그와 같은 것을 금세 하나 더 만들어서 ‘짠 어때?’ 라며 그에게 내밀었다. 그리곤 마주보고 웃던 두 사람은 나란히 한쪽에 눈사람을 세워두고는 열심히 눈 장난을 했다.
- 그만 가자
- 밥 먹으러 가자 배고파!
실컷 놀던 아이들의 배꼽시계는 정확했다. 12시가 되자 배가 고프다며 슬슬 눈으로 범벅이 된 옷깃을 털기 시작했다.
- 덕선아 이거 어쩌지?
- 뭘 어째 가져가자
만든 눈사람을 어떻게 하냐는 택의 물음에 덕선은 당연한걸 뭘 묻냐며 눈사람을 챙겨서 일어났다. 조막만한 손에 들린 작은 눈사람, 덕선은 얘들도 춥지 않겠냐며 따뜻하게 해주자고 집으로 데려갔고, 덕선은 그길로 일화에게 혼이 났다.
- 밥 먹고 나와라?
- 왜?
- 왜 긴! 눈썰매 타야지!
동룡이 눈썰매를 타러가자고 약속을 정했다. 아이들이 늘상 가던 가파른 골목길언덕에서 썰매를 타러가자는 것이었다.
- 그래 2시에 여기서 봐
아이들은 저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제집으로 돌아갔다.
*
- 성덕선 하지마
- 그래 덕선아 하지마
골목언덕길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밥을 먹고 골목에서 모인 것은 늦은 오후였고, 눈썰매를 타기위해서 근처 둘리슈퍼에가서 비닐 푸대 자루 몇 개를 얻어왔다. 언덕길은 이미 반질반질 눈이 굳어있었고, 동룡이 먼저 빠르게 푸대 자루에 앉아 썰매를 타며 스릴이 있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닐자루위에 앉아서 발을 굴리며 언덕길을 헤쳐 내려갔다
- 와 진짜 재밌다!
마땅한 놀이거리가 없던 시절, 짧지만 아찔한 비닐썰매타기는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었다.
- 야 택아 넌 왜 안타? 너도 타
덕선은 언덕위에서 머뭇거리는 택에게 다가갔다.
- 어?
택은 조심스레 제 팔을 만지며 주저하고 있었다.
- 야 택이 그때 다친 팔 아직 아픈거 아니야?
- 택아 아파?
- 아니... 그건 아닌데..
택이 이사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목마를 탄다고 언덕길을 내려가다가 굴러 떨어져 그만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평소에 점잖은 택에게는 꽤나 큰 아픔이었고, 여전히 그에게 이 내리막길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 하나도 안 무서워!
덕선은 그런 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을 끌었고, 눈치 빠른 선우가 그제야 예전에 일을 그녀에게 상기시켜주었다.
- 야 성덕선 택이가 싫다잖아
- 그래 하지마
굳이 택이를 태워주고 싶다는 덕선의 고집에 아이들이 그녀를 제지하고 나섰다. ‘덕선이가 저렇게 조르는데 한번 타볼까?’ 싶다가도 그때만생각하면 아직도 팔이 아파오는 것 같아 택은 조용히 고개만 저었다.
- 야.. 나는 얘도 심심할까봐 그래. 안 그러냐?
자신은 택을 생각해서 그런건데 괜스런 아이들의 타박에 짜증이 났는지 애꿎은 택만 흘겨보았다.
- 흥 그래 타지마라 너는
저 생각해서 그러는 줄도 모르고 여전히 도리질을 하는 택에게 한껏 응석을 부린 덕선이 ‘에잇 재미없어-’ 라며 먼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됐어, 놔두면 1시간이면 풀려
- 그래 우린 더 타고 가자!
아이들이 다시 썰매를 타기 위해 준비를 하자 택은 조용히 덕선의 뒤를 따랐다.
- 왜?
- 어? 같이 가지구
- 치.. 가자
저를 졸졸 따라오는 택을 한번 흘겨본 덕선이 휴-한숨을 쉬고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
- 아저씨 안녕하세요!
다음날, 덕선이 아침을 먹고 택의 방을 찾았다. 그녀의 손에는 방학숙제며 필통이 잔뜩 들려져있었다. 며칠 동안 일기와 숙제를 미룬 것을 보라가 고새 일러버렸고, 화가 난 일화는 당장 오늘까지 밀린 숙제를 하지 않으면 내복만 입혀서 쫓아 낼거라는 엄포를 놓았다. 덕선은 하는 수 없이 숙제할 거리를 가지고 택의 방을 찾았다. 그의 방을 찾은 이유는 숙제를 밀리지 않았을 택의 것을 조금만 참고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 아저씨 택이는요?
- 기원 갔다. 오늘 가는 날이거든.
- 아 네 저 택이 방에 있을게요.
익숙한 듯 그의 방으로 들어선 덕선이 숙제를 내려놓고는 금세 바닥에 이불을 피고 엎드렸다. 탐구생활과 일기장을 바라보는 덕선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루만, 하루만 하고 미루던 방학숙제가 벌써 일주일치 밀려있었다.
- 날씨만 볼거야.. 날씨만..
덕선은 날씨만 참고하겠다며 택의 탐구생활교제를 꺼냈다. 꼼꼼히 적혀져있는 날짜와 날씨, 그리고 숙제들.. 덕선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택의 것을 조금씩 베껴나가고 있었다.
- 흠.. 뭐했는지만 보자..
결국 덕선은 택의 일기장까지 손을 댔다. 밀려버린 일주일치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뭘 했는지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어제일 조차도 가물거리는 덕선이었다. 살짝 들춰본 택의 일기는 그의 성격만큼이나 정갈했고, 바른 정자체로 날씨와 제목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 오- ’
덕선은 날씨만 베껴가겠다는 다짐을 차츰 잊고 호기심이 발동해 그의 일기장을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택이와 거의 매일 함께 보냈으니 그의 일기를 보면 덕선도 대충의 주제를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언제 무슨 놀이를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굵직하게 기억에 남는 일들은 고스란히 일기로 기록이 되어있었다. 그 외에도 재미없는 바둑이야기라던지 스승님의 이야기도 적혀있었다.
오늘은 눈이 왔다. 뽀드득 소리가 날만큼 눈이 쌓여서 기분이 좋았다. 덕선이랑 동룡이가 눈싸움을 하자고해서 정환이랑 선우랑 같이 눈싸움을 했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밥을 먹고서는 바둑을 두려고 했는데 덕선이가 눈썰매를 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둘리 슈퍼에서 비닐푸대를 받아서 내리막길로 갔다. 얼마 전에 나는 내리막길에서 목마를 타다가 넘어져서 팔을 다쳤다. 썰매를 타다가 또 팔이 부러질까봐 무서워서 탈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내리막길 앞에만 서면 아직도 팔이 아픈 것 같다. 친구들이 타는 눈썰매를 보니 재미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무섭다. 나도 친구들하고 같이 눈썰매를 재미있게 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마지막 일기를 읽은 덕선은 저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내리막길에서 목마를 타자고 조른 것도 자기였다. 그런데 거기서 홀라당 넘어져서 택이가 팔이 부러질 줄은 몰랐다. 그래도 금방 다 나아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이렇게 무서워하는 줄은 몰랐다. 덕선은 그것도 모르고 썰매를 타지 않는 그를 얼마나 타박했던가... 괜스레 마음속에 미안함이 밀려오고 있었다.
‘ 으이구.. 하여간.. ’
괜스레 민망해진 덕선이 코끝을 비비며 그의 일기장을 다시 덮어두었다. 그리고 탐구생활과 일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려놓은 덕선은 엎드려서 밀린 숙제를 했다.
‘ 썰매 재밌는데... ’
일기를 다 쓴 덕선은 집으로 갈까하다가 따뜻한 그의 방에서 노곤노곤해지는 몸을 일으키기가 싫어서 이미 벌러덩 누운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머릿속에는 아까 일기의 내용이 맴돌았다. ‘그 재밌는 것을 타보지도 못하다니.. 어떻게 하면 택이가 썰매를 탈 수 있을까.. ’ 덕선은 이미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
- 택아.. 택아..
- 으응?
다음날, 꼭두새벽부터 덕선이 택의 방을 찾아왔다. 늦게까지 바둑을 한 것인지 택이는 여전히 비몽사몽이었고 덕선은 무슨 일인지 그를 흔들어 깨웠다.
- 덕서나..
- 택아 일어나 봐
- 왜? 무슨 일 있어?
- 응, 이리 나와 봐 얼른..
덕선은 다짜고짜 그의 방에 쳐들어와서 택을 흔들어 깨웠다. 눈가에 아직 졸음이 가득한 그를 재촉하여 일으키고는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둘러주고는 장갑을 손에 끼웠다.
- 왜 그래 어디가?
- 따라와! 가자!
영문도 모른 채 덕선의 손에 이끌려서 택은 대문을 나섰다.
- 어디가는거야?
- 따라와 보면 알아.
그녀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끌려가던 택은 덕선의 발걸음이 골목 내리막길에서 멈춰 서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택아
- 응?
- 내가 썰매 태워줄게!
- 어?
덕선의 고집은 이미 알고 있는 택이기에 며칠 전에 썰매를 타지 않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나보다 했다. 이번에는 뭐라고 핑계를 대지- 라는 생각을 할 때 즈음이었다.
- 자 이리와 택아
덕선은 바닥에 비닐 푸대를 깔고서는 택을 앉혀다. 그리고 자신도 그 뒤에 함께 앉고는 택이 손을 비닐 끝에 쥐어주고는 제 손도 그 위로 포갰다.
- 타고 싶었지 썰매?
- 으응...
- 이렇게 타면 안 무서워 봐봐. 내가 태워줄게
무서워서 타고 싶었던 썰매를 타지 못했다던 그의 일기가 어제 내내 마음에 걸렸던 덕선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재밌는 놀이를 알려줄 수 있을까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같이 타기’ 였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는지 모른다며 덕선은 자신의 지혜에 감탄하며 새벽부터 그를 찾은 것이다.
- 무서우면 눈 꼭 감아. 내가 발로 조절해줄게
순식간에 내리막길을 내려갈 준비가 되자 택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눈을 질끈 감았다.
- 우와! 재밌지?
눈을 감은 틈을 타 어느새 두 사람이 탄 썰매가 가파른 내리막 길을 달리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려온 썰매를 덕선이 발 구르기를 해서 멈추었고 그제야 눈을 살며시 뜬 택은 짧은 순간에 느낀 스릴에 몸이 짜릿해졌다.
- 재밌지? 재밌지?
- 응 재밌다 덕선아
- 그지? 하나도 안 무섭지? 헤헤
빨개진 코끝을 비비며 마치 ‘나 잘했지?’ 라는 듯이 웃는 덕선을 보는 택이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 덕선아
- 흐흐 한 번 더 타자!
재미있어하는 택을 본 덕선은 그제야 편안한 미소를 지었고, 그날 새벽 두 사람은 몇 번이고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그리고 꽁꽁 얼어버린 손을 마주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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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2월
- 야 성덕선! 이제 택이 혼자 타게 냅둬
- 안 돼! 얘는 내가 태워줘야 돼! 그지 택아?
어느덧 훌쩍 자라 중학교 입학을 목전에 둔 아이들이 오랜만에 소복이 쌓인 눈이 반가워 내리막길을 찾았다. 국민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을 즐겨보자며 이제 제법 자란 몸집으로 비닐푸대자루 위에 하나 둘씩 자리를 잡는 아이들이었다. 그때 이후 벌써 몇 년이나 지났지만 덕선은 여전히 썰매를 타게 될 때면 택이와 함께 탔고, 친구들은 그만하면 이제 택이도 혼자 탈 수 있을테니 그냥 두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 우리 희동이 나 없으면 못 탄다니까 그지 희동아?
- 응? 으응..
- 옳치 가자! 누나가 태워준다!
덕선은 여전히 택이 혼자 썰매 타기를 두려워하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호기롭게 그의 손을 잡으며 ‘오늘도 이 누님이 태워주지!’ 라며 거들먹거렸고, 택은 귀엽다는 듯이 픽-하고 웃다가 허리를 꼬집혔다.
- 야 최희동
- 응?
- 몸을 좀 숙여봐 나 앞이 안보여
분명 재작년까지만 해도 앞에 택이를 태우고 신나게 달리던 덕선이었다. 그런데 어째 앞자리에 택을 태우니 올해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택의 키가 자라있었다.
- 이..이렇게?
- 더 숙여 아 안보여! 야 너 언제 키 컸냐?
- 어?
덕선이 시키는 대로 얌전하게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던 택이 이유없이 그녀의 타박을 들어야 했다.
- 누가 이렇게 크래 어? 안보이잖아!
덕선은 이상했다. 앞도 안보이고 이제 뒤에서 손을 뻗어도 택을 품이 가둘 수 없었다. ‘이래선 비닐을 잡을 수 없잖아.. 이씨!’ 뭐가 심술이 났는지 덕선은 택의 등에 대고 연신 투덜거리고 있었다.
- 그럼 내가 뒤에 탈까?
- 어?
- 내가 뒤에 탈게. 그럼 되잖아.
- 그.. 그래
택이 조심스레 일어나 덕선의 뒤로 갔고, 덕선은 얼떨결에 엉덩이를 쓸며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느새 뒤에 앉은 택이 쭉-하고 손을 뻗어 덕선의 손을 비닐 끝머리에 잡게 하고서는 그 위로 제 손을 감쌌다.
- 됐지 이제?
- 어? 어..
- 왜?
- 아니.. 이러면 내가 태워 주는게 아니잖아
- 누가 뒤에 타면 어떻냐.. 나 무서우니까 너랑 같이 타는건데
- 으응.. 근데 왜 니가 날 태워 주는거 같지 으악
고개를 갸우뚱하는 덕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택이 발 구르기를 했고, 두 사람이 탄 썰매가 가파른 경사를 가로지르며 내려갔다.
- 오 야! 최희동 갑자기 타면 어떻게 해!
- 미안해 놀랬어?
- 놀라지.. 근데 너 이제 안 무서워? 혼자타도 돼?
- 어? 아.. 아니.. 무서운데..
- 그지? 으이구.. 가자 누나가 또 태워줄게!
그 한마디에 헤헤- 웃어버리는 덕선은 택의 뒤에 뭍은 눈을 탈탈 털어주면서 함께 손을 잡고 언덕길을 다시 올라갔다.
- 쟤네 뭐하냐?
- 몰라..
- 잘들 논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세 친구들은 죽이 참 잘 맞는 사이라며 혀끝을 쯧쯧-하고 차고 있었다.
- 가자 최희동! 오늘도 누나가 태워준다!
앞자리에 앉은 주제에 여전히 자신이 태워준다는 말을 입에 붙이던 덕선, 그리고 뒤에서 조용히 미소를 짓는 택. 두 사람이 탄 썰매는 그렇게 오후가 늦도록 내리막길을 오갔다.
*
[1979년 12월 28일 날씨 맑음]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왜냐면 드디어 썰매를 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제 바둑을 두다가 늦게 잠들어서 조금 피곤했는데, 덕선이가 아침부터 우리 집에 찾아왔다. 아침부터 썰매를 타자는 덕선이의 말에 나는 조금 무서웠다. 그런데 덕선이가 내가 무섭다니 함께 앉아서 썰매를 타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덕선이와 함께 언덕을 내려와 보니 생각보다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 친구들이 탈 때 나도 썰매를 타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을 이룬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 덕선이는 내가 무서워서 못 타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같이 태워준 거라고 했다. 나는 덕선이가 고마웠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둘리슈퍼에서 호빵을 사줬더니 좋아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덕선이는 늘 나를 챙겨주고 생각해준다. 참 고맙다. 덕선이는 앞으로도 무서우면 썰매를 함께 타주겠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덕선이에게 더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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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갤복귀..
현업바빠지면서 블레도 다 못봄 ㅠㅠ
그러다 2화 복습하고, 며칠전에 눈올때 생각나서 써둔거 다듬어서 마무리해서 적어놓고가.
노잼이라도 자급자족이므로 이해바람.
갑자기 보고싶어진 우리 까까들이 서사..
작덕과 작택의 이야기..
그럼 난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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