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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죽 소설) 오브를 가지고 나와서 할 일 4편(완결)

qazl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9.24 18:58:01
조회 2032 추천 2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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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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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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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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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서린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벽에 붙어 앉아있던 톰이 고개를 들었다. 캐서린은 가방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 톰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톰, 너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톰이 단검으로 캐서린의 턱 아래를 꿰뚫었던 것이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틀거리며 두 걸음 물러선 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밧줄이야 진즉에 풀었지. 날 호구로 보는 건지 뭔지. 암살자의 장화도 단검 다루는 기술도 없는 네가 어떻게 셰드륀을 죽였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와 펠릴리언이 아니면 네년밖에 안 남는 거잖아?”

  톰은 단검을 바지에 문질러 닦고는 캐서린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캐서린이 셰드륀을 죽였으니 몸 어딘가에 오브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믿고서. 그렇게 열심히 캐서린의 시체를 뒤적거리던 톰에게 옆에서 무엇인가 굴러 와서 부딪혔다. 그는 성가시다는 듯 그것을 쳐냈다. 하지만 자신이 쳐낸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 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발?”

 옆에서부터 굴러 온 그것은 조트의 오브였던 것이다. 분홍색, 한없이 깊어 보이는 구슬. 전날 셰드륀에게 받아 들어 확인한 그 구슬이 분명했다. 톰은 홀린 듯 걸어가 구슬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문밖에는 캐서린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따라 올라온 루시와 갈릴레이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문을 열자마자 본 것은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캐서린과, 오브를 들고 서 있는 톰의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갈릴레이아였다. 그녀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품속에서 브릴리언스 물약 하나를 꺼내 마시고는 주문을 외웠다. 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거대한 화염의 폭풍이 그를 덮쳤다. 열기가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웠다. 다음 순간 오브는 바닥을 구르고 톰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갈릴레이아는 손을 내리고 오브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갈릴레이아의 머리가 바닥을 향해 숙여졌다. 머리는 내려가고, 또 내려가더니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머리를 잃은 갈릴레이아의 몸은 잠시 오브를 향해 굽혀져 있다가, 이내 머리를 따라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갈릴레이아가 서있던 자리에 온몸에 화상을 입은 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슬아슬하게 블링크와 투명화로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그는 피 묻은 단검을 들고 루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던전에서의 오랜 세월 동안 루시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해준 방어본능이 작동했다. 루시는 적의를 띈 존재에게 반사적으로 드레인 볼트를 시전했다. 음에너지의 화살이 톰을 관통했다.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은 그가 죽기에 그 정도는 충분했다. 루시는 순식간에 방 안의 살아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루시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셰드륀의 죽음, 펠릴리언의 죽음, 캐서린의 죽음, 갈릴레이아의 죽음, 톰의 죽음. 하지만 그 생각들은 곧 하나로 모였다. 그녀는 지금 방 안에 혼자 살아있으며, 그 방 안에는 조트의 오브가 있다. 루시는 오브가 굴러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루시의 머릿속에 지금까지의 여정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얼마나 많은 죽을 위기를 넘겼었는지. 그 모든 고생의 끝이 지금 당도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바라마지않던 해피엔딩으로... 그리고 오브까지 단 한걸음 남았을 때, 다른 손이 오브를 집어 들었다. 루시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셰드륀이 서 있었다.

 “너 이게 지금 무슨...”

 루시는 당황해서 질문을 던졌지만 말을 끝마치지는 못했다. 셰드륀이 루시를 향해 무기를 휘둘러 황급히 뒤로 물러서야 했던 것이다. 그녀는 서둘러 주문을 외웠다. 바닥에 누워있던 톰, 캐서린, 갈릴레이아, 펠릴리언이 꿈틀대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날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서로 여정의 끝을 축하하던 여섯 중 넷이 죽어서 좀비로 일어선다. 나머지 둘 중 하나는 한 때 친구였던 자들을 고기방패 취급하며 도구로 부리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묵묵히 그것들을 부수고 있는 것이다.

 셰드륀이 다시 이브닝스타를 휘두르자 펠릴리언의 시체가 터져나갔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슬라임조차 광기를 느낄 수 있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 다시 한 번의 휘두름에 캐서린의 시체가 뭉개져 벽을 향해 날아갔다. 머리 없는 갈릴레이아의 좀비도 그 형체를 잃고 나동그라졌다. 좀비가 하나하나 부서질 때마다 웃음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그 크기도 커져갔다. 톰의 좀비가 휘두른 팔이 셰드륀의 옷에 걸리며 작은 조각을 찢어냈다. 옷 밑에서 반쯤 썩어들어 간, 문둥병에 걸린 피부가 드러났다. 진의 충실한 신도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피부, 모든 것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다시 한 번, 톰의 좀비 역시 단순한 고깃덩이로 돌아갔다.

 루시가 다시 주문을 외웠다. 친구들의 육체는 바닥을 기어 가운데로 모이더니 하나로 뭉쳐 거대한 어보미네이션이 되었다. 웃음소리는 점점 높아지더니, 갈라져 두 개의 웃음소리가 되었다. 숨넘어갈 듯한 웃음소리는 이제 여러 방향에서 들려왔다. 루시는 귀를 틀어막았지만 웃음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다시 셰드륀의 가벼운 손짓에 어보미네이션은 무너져 내렸다. 웃음소리는 이제 수백 가지 목소리로 모든 방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루시는 절망적으로 마지막 주문을 외웠다. 바닥의 시체들이 모여들더니 루시의 몸에 갑옷처럼 달라붙었다. 셰드륀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루시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힘껏 손을 휘둘렀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루시의 육체가 산산이 부서졌다. 톰, 캐서린, 루시, 갈릴레이아, 펠릴리언의 시체가 모두 뒤섞여 사방으로 날아갔다. 웃음소리가 폭발했다. 수천 개의 웃음소리가 수천 가지의 목소리로 모든 방향에서 터져 나왔다. 다섯 사람의 시체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여기저기에 들러붙는 동안, 웃음소리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다시 세 사람의 것으로, 두 사람의 것으로 줄어든 목소리는 이내 하나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로 잦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웃음이 멈추며 방 안에 새로운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셰드륀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곧 표정을 풀었다. 한때는 그가 가장 싫어했던 존재였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가 섬기는 신이었던 것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좀이시어. 만족하셨습니까.”

 이 방에 나타난 좀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한 번 눈을 감았다 뜨기만 해도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을 테니까. 끊임없이 꿈틀대며 불규칙하게 바뀌는 존재, 혼돈스러운 그것이 좀이 세상에 자신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그래! 하하,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웃긴 장면이었어!”

 좀이 보라색 트윈테일을 살랑거리며 소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셰드륀은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좀이시어. 그렇다면 부디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응? 무슨 약속? 안 들리는데~?”

 좀이 세 번째 집게발로 일곱 번째 촉수를 긁으며 높고 얄미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셰드륀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좀이...”

 “하하하! 역시 웃기군, 필멸자여. 걱정 말라구. 그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하지만 셰드륀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좀의 웃음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으니까. 대답을 듣자마자 셰드륀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허리를 구십 도로 굽히며 감사를 표했다.

 “좀이시어,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셰드륀은 말을 끝내자마자 방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문을 나선 그는 자신이 여전히 방 안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뒤로 돌아 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급하게 갈 거 없잖아. 정말 재밌었다고. 약속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내가 보너스를 준비했어.”

 좀이 잠자리의 것과 비슷한 날개 네 쌍을 펄럭이며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마친 뒤 좀은 강철로 된 팔 끝에 붙은 나뭇잎 세 장을 흔들었다. 그 동작이 끝나자마자 방 안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흔들리는 것은 방이 아니었다. 방 안 여기저기에 흩어진 시체 조각들이 가볍게 진동하고 있었다. 조각들은 바닥을 굴러 한때 같은 몸을 구성하고 있던 다른 조각들과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뭉쳐진 덩어리는 점점 사람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자! 보너스야! 네 친구들을 전부 되살려주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들 궁금할 테니, 지금까지의 진실을 공짜로 머릿속에 넣어주겠다고! 하하하하! 역시 난 통이 크다니까!”

 좀이 아기같이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셰드륀은 당황해서 이브닝 스타를 꺼내 일어서고 있는 형체를 향해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자그마한 손 하나가 왜곡된 숭어로 셰드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니, 그건 재미없잖아.”

 좀이 다시 소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셰드륀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그의 고향으로 공간이동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그 방에서 사라지고 난 후, 좀도 낄낄거리는 소리만을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그 웃음소리도 잦아들고 나자 방 안에는 톰, 캐서린, 루시, 갈릴레이아, 펠릴리언 5명만이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아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좀이 억지로 쑤셔 넣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은 아주 오래전이었다. 셰드륀은 진을 섬기는 사제로, 고향에서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아주 소중한 여인도 한 명 있었다. 그 여인이 그와 정확히 무슨 관계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직 그녀가 셰드륀에게 있어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보다도 더 소중했다는 점만이 중요하다.

 어느 날, 그녀는 병에 걸렸다. 불치병이었다. 가장 뛰어난 의사, 마법사들도, 연금술사와 사제들도 그 병은 지금으로써는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셰드륀은 절망했다. 방법만 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테지만, 눈에 보이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저 절망하고 있던 그에게 던전의 소문이 전해졌다. 조트의 오브, 그 전설적인 아티팩트라면 그녀의 병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희망 한 가닥에 그는 모험을 시작했다.

 던전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모험가들에게 다양한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일종의 협박일 때도, 축복일 때도,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위기일 때도 있다. 셰드륀이 던전에 처음 들어갔을 때 본 것은 일종의 협박이었을 것이다. 유리 벽 안에 들어있는 셰드륀 자신의 시체. 그가 그것을 보고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 나서 한 일은 유리벽을 부순 뒤, 자신의 시체를 던전 밖 그만 아는 곳에 숨기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그저 그 시체가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지만.

 셰드륀이 던전을 샅샅이 뒤지고, 마침내 모험의 끝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의 일이다. 그는 던전 근처의 저택에서 마지막 던전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명의 사절이 그에게 다가왔다. 운이 좋아 겨우 만났다며 그 사절은 소식을 하나 전했다. 사절은 그의 소중한 여인이 죽었다고 했다. 조트의 오브가 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다. 끝을 앞두고 그의 목표는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 셰드륀은 절망하지 않았다. 던전에서의 세월 동안 그의 사고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있다. 오브조차도 죽은 자를 살릴 수는 없지만, 그럴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신들.

 진은 안 된다. 그는 율법의 신, 신도들에게 스스로를 엄격하게 대할 것을 요구하는 신이니까. 죽음은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부여된 가장 큰 율법. 진이 그것을 깰 리는 없었다. 사실 대부분의 신이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 정도의 권능을 마음 내키는 대로 사용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악명 높은 혼돈의 신, 좀.

 셰드륀은 좀의 제단을 찾아가 무릎 꿇었다. 좀은 신실한 진의 신도가 자신의 제단에 와서 기도하는 것을 보고 흥미가 동했는지, 그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처음에 오브를 제단에 바칠 테니 대신 그녀를 되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좀은 거절했다. 좀은 오브 따위는 원하지 않았다. 좀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좀이 재미있어 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신도를 위험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즐거워하는 신. 셰드륀은 그 취향에 맞춰 계획을 세웠다. 던전 밖으로 나와 저택을 준비하고 숨겨뒀던 스스로의 시체를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 모험이 시작되었다. 셰드륀은 조트의 렐름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곳의 순결을 찢어내고 오브를 집어 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는 세심하게 던전 구석구석을 살피며 밖을 향했다. 아직까지 던전에 메여 있는 살아있는 망령들, 그들은 극에 등장할 배우들이었으니까.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펠릴리언이었다. 셰드륀은 펠릴리언의 목적이 오브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암살자의 장화를 욕심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펠릴리언에게 연회를 열 계획이라고, 거기서 암살자의 장화를 자랑할 것이라고, 그 일이 끝난 뒤에 찾아오면 장화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펠릴리언은 쉽게 걸려들었다. 사실, 누가 의심할 수 있었을까 싶지만.

 파티가 끝나가자, 셰드륀은 타이밍을 봐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그곳에서 펠릴리언을 기다렸다가 암살자의 장화를 건네주었다. 펠릴리언이 돌아간 뒤, 그는 숨겨뒀던 자신의 시체를 꺼내 바닥에 놓고는 불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날씨가 좋았다. 굳이 불을 지르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번개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편이 빠져나갈 시간을 더 오래 벌어줄 수 있기도 했다. 그는 창문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서 피뢰침을 망가트렸다. 바꾼 것은 지면으로 통하는 선을 지붕에다 연결한 것뿐이지만. 그 뒤 그는 던전 쪽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기대대로 저택에 벼락이 내리쳤다.

 셰드륀은 던전 쪽으로 가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동안 몇 가지 일이 있기는 했다. 루시가 뼛조각을 맞추고 있을 때는, 지루해진 좀이 하품하며 허공에다가 나비들을 풀어 놓았다. 나비들은 던전 가까운 곳, 그가 숨어 있는 자리 근처에서 무해하게 날아다녔다. 일행이 암살자의 장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러 불에 탄 저택으로 향할 때는 진이 배신자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가까운 곳 배신자에게 적대적인 모든 존재를 끌어 모으는 노성이 울려퍼졌다. 그들이 돌아올 때는 좀이 그저 장난으로 한 무리의 임프들을 불러내었다. 임프들은 던전 근처에서 작은 장난을 치거나 여기저기에 시시한 욕설을 하고 사라졌다.

 다시 일행이 멀쩡한 저택으로 들어가자 셰드륀은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리고 기다림. 그 기다림은 좀에게는 너무 지루했던 것 같다. 좀은 저택의 식기들에 투키마의 무도를 걸었다. 식기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안개 스크롤 여러 장을 찢은 그는 몰래 저택의 2층으로 올라가 펠릴리언을 죽였다. 남은 사람들이 더욱 동요하게 만들려던 셰드륀은 놀라 하나밖에 없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던 펠릴리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손을 자르고 뛰지 않는 심장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시체를 끔찍하게 만드는 셰드륀을 보고 펠릴리언을 먹으려는 것으로 착각한 좀이 고기를 썩게 만들어 버리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셰드륀은 무사히 저택을 빠져나왔다.

 저택 몸을 숨기고 있는 도중, 분노한 진이 후광을 두른 천사 부대를 보냈다. 신의 영광이 가득 찬 후광은 근처 건물들의 벽을 밝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셰드륀의 둔기에 의해 날개가 꺾여 스러지고 말았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셰드륀은 창문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톰이 캐서린을 죽이자, 셰드륀은 창문을 통해 오브를 굴려 넣었다. 오브에 대한 집착으로 캐서린의 시체를 뒤지던 톰은 오히려 그 때문에 오브를 보지 못했다. 톰은 당황하여 오브를 집어 들었고, 작은 장치는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곧 방 안에는 루시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고, 셰드륀은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가 오브를 잡았다.

 루시가 죽고 나서 좀이 나타난다. 좀은 고향의 그녀를 되살리고, 이들 역시 되살린 후 셰드륀을 날려버린다... 그렇게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

 머릿속의 영상이 전부 끝나자 방 안에 남은 이들은 서로를 지켜보다가 하나 둘 씩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 하루 동안 서로에 대해 의심하고 죽인 기억은 이들을 다시는 함께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셰드륀에게 멋대로 이용당하고 버려진 것이다. 셰드륀은 그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도구로 부리며 목숨마저 앗아갔다. 그들의 마음에는 셰드륀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그리고 셰드륀이 가지고 있을 조트의 오브에 대한 욕망이 깊게 심어졌다.

 이제 그들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복수와 오브의 쟁취. 이들은 던전에서 몇 년 동안이나 살아남은 집착과 능력으로 셰드륀을 죽이려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다. 오직 펠릴리언만이 달랐다. 그는 암살자의 장화를 신고 던전 안으로 돌아갔다.

 좀이 준 정보를 바탕으로 셰드륀을 쫓는 복수자들, 배신자를 쫓는 진의 신도들, 던전 밖으로 나온 오브를 노리는 강탈자들. 그리고 지금 당장은 행복하지만, 곧 이들 모두에게 습격당해 다시 소중한 그녀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편집증에 시달리며 남은 생을 살아갈 셰드륀. 변한 셰드륀의 모습에 힘들어할 그의 소중한 여성. 좀은 이들 모두를 바라보며, 그리고 이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낄낄댔다.





@@@


쓰고 난 감상

아무리 조금씩 썼다지만 몇 달 걸렸다.

그리고 사건 사이 연결 부분도 불만족스럽고, 인물 개성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거 같아

여러명 나오고 긴 소설은 아직 내 실력으로는 무리인가봐


어쨌든 돌죽 세계관으로 추리소설 쓴다는 목적은 달성했다

탐정은 없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보세요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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