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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군위신강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5 19:54:42
조회 1419 추천 45 댓글 2

메마른 대지에 서로 얽힌 콩줄기가 위풍당당하게 늘어서 있었다. 왕은 멀리서 걸어오는 자신을 발견하고 고개 숙이는 백성들의 굽은 등과 상처투성이의 손가락을 내려다 봤다. 왕은 백성들을 둘러본 후 그들 너머로 펼쳐진 황무지를 보았다. 황무지가 비옥한 농토가 되려면 아직도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왕은 늘 조바심에 시달렸다.



 가마로 걷는 길에 왕은 얼굴이 어두웠다. 왕은 어려운 길을 택하였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에 대한 확신을 잃어갔다. 어스푸름한 새벽의 길을 걷도록 자신을 지탱해주던 청춘이란 이름의 지팡이는 이미 부서져버린지 오래였다. 왕의 깊은 시름을 훔쳐본 알천이 위로를 건넸다.



 “심려치 마옵소서. 길이 옳다면 어찌 황소를 타고도 천하를 건널 수 없겠사옵니까.”

 

 “내가 옳은 것일까...”


 “옳사옵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덕만의 말끝으로 단호하게 붙은 알천의 말에 덕만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신하를 돌아봤다. 덕만을 올려보다 고개를 숙이는 알천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덕만은 알 수가 없었다. 정작 자신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데, 어찌 그는 그토록 확신에 가득차 있단 말인가.



 “어찌 그리 자신하십니까.”

 

 “폐하를 믿기 때문이옵니다.”



 알천의 답은 자로 잰듯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알천은 충직한 신하답게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신이 폐하를 따르게 된 이유는 단지 목숨을 구한 낭도와의 친분때문이 아니었사옵니다. 폐하께서 지닌 성골공주의 신분때문은 더더욱 아니었사옵니다. 신은 폐하를 믿사옵니다. 신이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 폐하께선 늘 옳은 선택으로 신을 구해주셨사옵니다.”



 알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올려 덕만과 눈을 맞췄다. 알천의 눈빛은 아름드리 나무처럼 오랜 신의와 같은 성질의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아막성 퇴각전에서도, 낭장결의 때도 그러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폐하께선 어렵지만 옳은 길을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폐하의 신국은, 신이 꿈꾸던 신국보다 더 옳은 모습이었습니다.”



 알천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신은 폐하께 모든 것을 걸었사옵니다. 폐하의 길이 옳다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사옵니다. 하여 신은 폐하를 믿사옵니다.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덕만은 알천을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알천의 말이 덕만의 불안을 전부 해소해준 것은 아니었다. 알천은 덕만에게 모든 것을 걸 수 있었지만, 덕만은 알천에게 모든 것을 걸 수 없었다. 그러기엔 덕만의 어깨에 짊어진 생명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덕만은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것은 단지 알천의 자상한 위로때문만은 아니었다. 덕만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 말을 한 자가 알천이기 때문이었다. 알천이 덕만을 믿는 만큼, 덕만 역시 알천을 믿기 때문이었다.



 -



 덕만은 오랜만에 유신과 후원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덕만의 조카 며느리이자 유신의 누이인 문희의 첫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담소는 즐겁고 화기애애했다. 오랜 익숙함에서 나오는 담소는 무엇보다 편안하였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깔깔 웃던 덕만은 며칠 전 알천과의 대화가 떠올라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참, 유신공.”

 

 “예, 폐하.”

 

 “유신공은 왜 저를 따르십니까?”

 

 “예? 어찌 그런 것을 물으십니까?”

 

 “그냥... 궁금해서요.”



 예상 밖의 물음에 유신은 잠시 당황하였다. 그러나 호기심에 반짝거려 끊임없이 답을 요구하는 덕만의 눈빛에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폐하를 따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예?”

 

 “폐하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폐하의 신하가 되는 길 뿐이었기에 그 길을 결정하였고, 그리하여 걸어가는 것 뿐이옵니다.”

 

 “...제 신하가 된 것을 후회치는 않으십니까?”



 궁금해하면서도 겁을 내며 묻는 덕만을 보며 유신이 미소를 지었다.



  “신 유신, 걸어온 길에 후회도 미련도 없사옵니다. 다만 앞으로의 길에 진심을 다할 뿐이옵니다.”



 너무도 유신다운 대답이었다. 덕만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여전하시군요.”


 “진심을 다하면 모든 것을 바꿀수 있다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이 알고 있는 폐하께선 진심의 힘을 외면하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신은 그런 폐하를 모신다면 신이 바라는 신국을 만들어갈 수 있을거라 여겼습니다.”



 유신의 말을 듣던 덕만은 뭔가를 알아차리고 개구지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유신공께선, 제가 아닌 유신공의 판단과 신념을 믿으신 거로군요.”



 정곡이 찔린 유신은 못내 당황했다. 그러나 덕만의 얼굴에 담뿍 담긴 웃음을 보며 유신도 따라 멋쩍게 웃었다.



 그때, 멀리서 비담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걸음걸이가 빠르고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진 것이, 유신과 덕만의 담소에 질투가 나 화가 나있는 듯 보였다. 둔감한 유신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담을 맞이했으나 덕만은 모를 수가 없었다.



 덕만은 비담이 가까이 오자마자 웃으며 물었다.



 “사량부령께선 어떠십니까?”



 갑작스런 물음에 질투와 당황으로 비담의 얼굴이 미묘하게 비틀렸다.



 “예?”


 “사량부령께선 왜 저를 따르시는 겁니까?”



 비담은 뜻하지 않은 질문공격에 분위기를 살피려 덕만과 유신을 번갈아봤다. 그러나 양쪽의 얼굴에 스민 미소에  부담을 덜고 말했다.



 “저는 폐하가 폐하시라 따릅니다.”



 비담은 천연덕스러웠다.



 “폐하께서 상인이셨다면 저는 상단의 일꾼이 되었을 것이고 폐하께서 초적이 되셨다면 저 또한 초적이 되었을 것입니다. 제가 이 나라의 신하인 이유는, 단지 폐하께서 이 나라의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낯간지런 말을 줄줄 꿰는 비담을 보며, 오히려 자신이 민망해진 덕만은 유신을 보며 헛웃음을 치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왕이 되길 천만다행 아닙니까. 사량부령이 초적이라니, 자칫하면 역사에 이름이 남을 초적이 나올뻔 하였습니다.”


 “예, 폐하.”



 장단을 맞춰주는 유신과 깔깔 웃는 덕만을 번갈아보던 비담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덕만은 유신, 비담과 함께 멀리서 자신을 지키고 있는 알천을 하나의 시야에 담으며 빙그레 웃었다. 어떤 이유로 자신을 따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실, 자신을 따른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사람들이다. 많이 고되고 자주 외로운 왕의 자리이지만, 그들이 있어서 가끔은 행복하였다.



 덕만은 손짓으로 알천마저 가까이 불렀다. 알천은 사양하지 않고 자신의 주군과 벗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꽃밭이 지천인 황실 후원을 천천히 걸으며, 덕만과 그의 신하 셋은 따뜻한 햇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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