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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닦이, CG 슬롯, 슈퍼히어로 영화

Mr. Springfiel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1.22 21:23:33
조회 2217 추천 29 댓글 6




위의 영상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최신작 <월가의 늑대>에 사용된 CG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스콜세지 영화인데 CG가 들어가봤자 어디에 들어가겠냐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중반에 등장하는 스트래튼 오크먼트 사의 광고 영상이 특히 그런데, 영화관에서 보기에는 분명히 '사자를 합성했겠지' 싶었던 광고 장면은 사실 사자 빼고 모든 것을 합성해서 넣은 장면이다.


오늘날의 CG 기술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졸라 비싸진다.


이 바닥에서 비싸다는 것은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소리다. 하지만 좋은 CG를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인력과 탄탄한 인프라는 극소수의 회사들로 한정이 되어 있으며, 그나마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디지털 도메인이 <트론: 새로운 시작>을 내놓고 파산한다든지 리듬 앤 휴즈가 <파이의 삶>을 내놓고 파산하는 그런 상황들이 비일비재하다. 이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되면 남아 있는 회사들의 일정들이 미어 터지기 시작한다. 영화 하나 하나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 작업의 대부분이 ILM, 웨타, 더블 네거티브 등 극소수의 대형 스튜디오에 전부 몰리게 된다.


물론 중형 내지 소형의 영화들이 작은 회사들을 발굴해내서 좋은 결과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그래비티>는 CG 본 작업보다는 초기 작업(pre-viz)들을 주로 수행하는 작은 회사인 프레임스토어와 계약을 맺고 개봉일을 1년이나 늦추어가면서 간신히 작업을 끝냈고, <디스트릭트 9>은 <인크레더블 헐크>를 막 끝낸 밴쿠버 출신의 회사인 이미지 엔진 디자인과 작업을 해서 30명짜리 소형 스튜디오를 100명 가량의 중견 회사로 끌어올리고, 영화가 성공하자 수백명 짜리 초대형 스튜디오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 늘어난 인력을 바탕으로 이미지 엔진 디자인은 <일리지엄>에서 위화감이 전혀 없는 수준을 넘어선 미친 CG를 보여준다. 영화만 좀 더 좋았다면...)


하지만 배급사들의 돈줄이자 성수기 시즌 하나를 놓치면 기본 반년씩 개봉일이 연기되고 나머지 영화들의 일정에도 차질을 미치는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이런 실험을 할 수가 없다. <그린 랜턴>, 소위 "반지닦이"는 이 '어른의 사정'의 대표적인 희생양 중 하나로, 이 영화가 겪은 차질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업계 간행물들이 CG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들을 연이어 보도하기도 했다. <반지닦이>에는 많은 패인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수트 디자인을 촬영 직전에 변경했다는 것이다. 원래는 전형적인 수트를 입히고 거기에 약간의 CG 처리를 하기로 했지만, 그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감독이 반지가 몸의 표면을 통째로 변하게 만드는 디자인으로 갑자기 변경을 해버린 것이다. 일단 이 디자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문제였고, 워낙 우주적으로 벌어지는 영화다 보니 돌아다닐 곳도 많고, 구현해야 할 지역도 많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초록색 위주의 특수효과를 멋지게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 하여 6월 개봉을 앞두고 <반지닦이>의 CG는 4월까지도 진행상황이 반을 간신히 넘은 상태였다. 워너 브라더즈는 어떻게든 [반지닦이]를 6월에 개봉시키기 위해 CG 스튜디오인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에 돈을 더 쏟아부으면서 러닝타임 110분 중 101분을 살려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결과는 아시는 대로다.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가 워너를 엿1먹인 건 이때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슈퍼맨 리턴즈>의 CG 리드였다. 2006년에 2억 6000만 달러 예산을 쓴 바로 그 영화 말이다.)


(참고로 <나는 전설이다>와 <세계대전 Z>의 좀비 디자인이 <반지닦이>의 녹등 '수트'와 비슷한 변천과정을 겪었다. 둘 다 그거때문에 돈 왕창 깨졌다.)


tumblr_m6sufk6Sr61ryiagzo1_500.gif

솔직히 난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말이지


당시 <반지닦이>의 재앙과 같은 제작현황을 알리던 언론이 함께 보도하던 것은 스튜디오들이 이 CG스튜디오들의 '제작 슬롯'을 두고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희가 만들고 있는 이 영화의 CG를 먼저 제작하는 대신 다음에 이 영화는 우리가 먼저 하고, 이 영화의 CG를 미루면서 개봉일을 언제로 미루고, 이런 식의 사정들이 스튜디오 사이에서 계속해서 오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최근 들어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쉽게 6개월, 1년, 때로는 1년 반씩 쭉쭉 미뤄지고 있는 사정은 이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제 촬영만 막 끝난 영화의 개봉일이 6개월 이상 연기된다면 그건 십중팔구 CG를 비롯한 포스트-프로덕션이 제때 끝날 수 없기 때문이다. CG 슬롯에서 밀려난 영화가 다음 슬롯으로 밀리면서 완성 시점도 밀려버린 것이다. <맨 오브 스틸>도 개봉일이 6개월 정도 연기되었는데, 개봉 한 달을 앞두고 나서야 각종 클립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아마도 CG가 그때서야 끝났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막 굴리기 시작한 월트 디즈니는 아마 지금 CG를 두고 이런 식의 거래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일에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라든지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개봉일이 밀린다면 필시 <어벤저스: 울트론의 나이>와 <앤트-맨>의 개봉일이 밀릴 수밖에 없을텐데, 그러면 주주총회에서 애로사항이 꽃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영화의 확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모르긴 몰라도 CG 슬롯을 제때 확보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워너 브라더즈가 DC코믹스 영화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하는 혹자들의 주장도 사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시일이 밀려버리면 CG 제작 기간을 놓치고 영화를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정을 맞춘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큰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런 상상하지도 못한 문제들이 수없이 개입되는 과정이다. 좋은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은 예산을 가지고 이런 사정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좋은데, '슈퍼히어로 영화 = 블록버스터'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과정은 여타 블록버스터들이 그렇듯이 물량전과 속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다른 영화들보다 훨씬 더 개봉 일정에 쫓기고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더더욱 제약이 많다. 마블 스튜디오들의 단편 영화들이나 워너가 은근슬쩍 언급하고 넘어간 작은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그런 점에서 중요할 수 있다. 훨씬 더 작은 예산을 가지고 만든다면 위에 열거한 문제들로부터 훨씬 더 자유롭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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