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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프로게이머들의 군생활.txt

슈랍(115.95) 2012.06.07 12:09:21
조회 3600 추천 21 댓글 13

앞부분은 썰인데 읽기 귀찮은 사람은 *********************이부분부터 보면 된다


 

10년을 넘게 지속해 왔던 스타리그가 이제는 막을 내린다고 한다.
오랜 친구를 잃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씁쓸하다.

내가 스타를 접하게 된 것은 99년도로 기억한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나는 친구에 꼬임에 넘어가 피시방이라는 데에 처음 가봤고,
거기서 스타를 처음으로 해 봤다.

처음 게임을 해보니 뭐가 뭐인지 알 턱이 없었다.
주로 그때는 2:2 팀플을 많이 했었는데,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친구가 나는 캐논이나 줄창 박으면서 수비만 하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걸 시작으로 피시방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1시간 요금이 1500원이었는데,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피시방 요금이 1시간에 1000원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1주일에 1~2번은 꾸준히 갔었다.

스타리그를 처음 접한 것은 2002년도 올림푸스 스타리그 결승전이었다.
퍼펙트 테란이라고 불리던 서지훈과 폭풍저그 홍진호의 대결이었는데,
3:2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서지훈이 우승을 했다.
이 때부터 콩의 전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ㅋ

어쨌든 이 경기는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명승부였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아이들한테 경기에 대해 엄청난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홍진호 팬이었던 지금의 베프와 친해진 것도 이것이 계기였던 것 같다.

그 후로 나는 스타리그에 빠지게 되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스타리그의 모든 경기를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충 기억나는 경기로는
임요환 vs 도진광의 패러독스에서의 경기
박정석의 할루시네이션 질럿
강민의 캐리어 마인드 컨트롤과 할루시네이션 아비터
오영종의 우승 당시, 4강에서의 최연성과의 맞대결
그리고 임요환 vs 홍진호의 3연벙 사건 등등
박성준의 저그 최초 우승
이 모든 경기를 나는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었다.
심지어 스타리그를 챙겨보려고 자습을 도망갔다가 걸려서 엄청 맞았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타를 한 것도 이때였다.
박정석의 팬이었던 나는 주종족으로 프로토스를 플레이 했고,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면서 하루에 직접 플레이하는 양도 많아지니까
실력이 부쩍 늘었다.
이때는 정말 웬만한 테란들한테는 거의 지지 않을 정도로 물량이 쏟아져 나왔었다 ㅋㅋ

그 뒤로는 수험생활이 시작되어서
스타리그도 잘 보지 못하고, 스타도 많이 못했다.

스타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와서였다.
이때부터는 룸메형과 같이 팀플에 탐닉하여서 베틀넷 1000승을 찍은 것도 이쯤이었다.

하지만 스타리그는 예전 같지 않았다.
과거에는 선수들의 개성이 뚜렷했었는데
그때는 택뱅리쌍이라는 거인들만이 존재할 뿐
선수들의 개성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뭐..
역시 스타리그는 재미있게 보았다.

*************************************************************************************
************************************************************************************

그 후, 나는 공군으로 군 입대를 하였고
자대 배치를 받아서 처음으로 밥을 먹으러 갔는데
내 눈앞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홍진호, 박정석이 내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내가 전입한 부대는 바로 '공군 에이스'가 소속되어있는 부대였고,
신병 면담에서 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공군에이스가 같이 생활합니까?' 라고 물어봤는데
갓 전입 온 신병이 그런 '개념없는' 질문을 했을 정도니까
나의 놀라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나의 보직이 공군에이스와 관련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이어서
그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스타리그에서 보던 게이머들의 모습과
'인간'으로서의 게이머들의 모습은 상당히 달랐다.

내가 함께 생활했던 게이머들에 대해 쭈욱 써보자면..

우선 강도경은 직접 보진 못했지만,
너무 얘기를 많이 들어서 쓴다.
공군 용어로 엄청 "꼽창" (후임들 괴롭히는 병사)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공군 에이스 내에서도 악폐습이 존재하는데 대부분은 강도경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한동욱은 정말 천사였다.
맨날 웃고 다녔고, 후임들한테 싫은 소리를 하는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체력은 조금 약해서,
체력검정 대비로 오래달리기를 할 때 나랑 박태민이랑 한동욱은 뒤로 빠져서 맨날 노가리만 깠다.
제대할 무렵에는 건강이 안 좋아져서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는 말을 들었을때 정말 안타까웠다.

오영종과 박정석은 상당히 비슷했다.
둘 다 부산 출신이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겨해서 몸이 정말 좋았다.
같이 샤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박정석의 몸은 정말.. ㅎㄷㄷ했다.
그리고 이들은 말수가 적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다.
그래서 박정석 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얘기를 얼마 나누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작업에도 능숙했던 것 같다.
비시즌 중에 앵글작업을 할 일이 있었는데, 박정석은 일을 정말 잘했다.

홍진호는 뭔가 약간.. 웃긴 동네형 같은 이미지였다.
붙임성이 좋아서 사람들한테 친근하게 대하는 것을 잘했고, 친한 선후임도 많았다.
탁구치는 것과 노래방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저래서 언제 연습은 하나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아, 그리고 웃겼던 것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홍진호를 '황신' 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ㅋㅋ

박태민은 다재다능했었다.
노래도 굉장히 잘했고, 운동도 잘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어서 매주 교회에 함께 나가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얘기도 했다.
학벌도 나름 괜찮아서, 전역하기 직전에는 무엇을 할 지 고민이라고 했던 기억도 있다.
공부를 계속 할 지, 게임회사로 들어갈 지, 해설을 할 지 고민하다가
결국 해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서지훈은 티비와의 이미지가 가장 다른 게이머였다.
포커페이스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직접 경험해본 그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잘 웃고, 개그도 잘 치고 (약간 꼽창이긴 했다.)
특히 내가 서울대 출신이라는 걸 알자 굉장히 신기해했었고,
내 고향이 자신의 외가랑 같은 곳인 것을 알자 나한테 꽤 잘해줬었다.

그리고..
김성기에 대해서도 좀 적어보겠다.
승부조작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개새끼였던 것은 마재윤이었고 그는 집안 사정 상 어머니의 몸이 안좋으셔서 돈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결국 꾀임에 넘어간 것이었다. 물론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결국 그 사건 이후에는 영창에 갔다가,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는데
전출을 가서도 나와는 가끔 연락을 하기도 했었다.

민찬기는 키도 크고, 정말 잘생겼었다.
숫기가 없어서 선임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대하는 것을 조금 어려워했었다.
집이 좀 잘살아서
우리가 '제대하고 계속 게이머 할거냐?' 라고 물어보니까
생각중이라고 대답했었다.
근데 지금 들어보니까 연예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같다.

박영민은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다.
나의 첫 프로게이머 후임이어서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처음에 그는 공군에이스의 악폐습에 대해서 힘들어 했었고
공군에이스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중가서는 결국 그도 악폐습을 행하는 병사가 되어 있었다.

그 외의 게이머와 에피소드도 더 있지만, 너무 길어서 끝까지는 더 못쓸 것 같다.
기회가 있으면 또 써보겠다.

이렇게 스타와 나는 참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어떻게 보면 고작 게임이었는데 말이다.
그러한 스타가 없어진다니.. 참 아쉬울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이어지길 바랬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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