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 그랜드파이널이 끝난 후 먼 시간이 지난 어느 미래

폐허가 된 건물사이로 한 노인과 어린소년이 눈밭을 걸어간다.

"할아버지 이 근처가 맞나요? 할아버지가 말하던.."

지도를 보며 어린 소년이 물었다.

소년의 말을 듣고도 노인은 침묵했다. 하지만 노인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리며 폐허가 된 한 건물을 향하고 있었다.

곧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머금은 그의 두 눈을 뒤로한 채

그의 입이 힘겹게 열렸다.

“동민아.. 바로 이곳이란다.. 너무나 오래 걸렸구나. 다시 이곳으로 오기까지..”

노인은 한때 잘 나가던 수재였다.

영특한 머리는 모진 세상의 풍파를 빗겨나가게 하였고,

유년시절 그의 모습은 세상과의 싸움에서 승승장구하는 명장과도 같았다.

하지만 우연히 나가게 된 방송은 그의 청춘을 180도 바꿔놓았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상대에게 그는 철저히 패배했고

패배의 상처는 쓴 교훈이 되어 그를 성장시키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폐허가 된 추억의 장소 그 주변의 바위에 노인이 걸터앉았다.

“형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아니 살아는 있는거요..?”

노인이 조용히 독백하기 시작했다.

“형님.. 이제 나도 나이를 많이 먹었소.. 

이제 어리광부리던 현민이가 아니외다 ..

나도 참 예전같지 않은게.. 요즘 들어 자꾸 깜빡깜빡한다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지요.. 유독 그때의 기억은 선명한게..

나란 놈도 참.. 이긴 건 잊어도 진건 못잊나보오.. ”

전쟁은 모든것을 바꿔놓았다.

핵전쟁의 결과로 지구의 인구는 1/20 으로 줄어들었고 

대부분의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전쟁의 끝에서 운이 좋아 살아남은자에게는 죽은자를 기억해야하는 형벌이 남아있었다.

“형님.. 내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이젠 나도 늙고.. 이 곳도 늙고.. 추억속의 형님 모습만 그대로구려.. 

이젠 이곳에 내 남은 추억의 조각을 두고가겠소..

어디서든 살아있다면 오래 사시고.. 아니면 하늘에서 다시 만납시다.“

노인은 주머니에서 다 낡은 검은 가넷 한 개를 꺼내 앉아있던 돌 위에 올려놓았다.

가넷에서 손을 떼기 무섭게 폐허 구석에서 어린 손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이것보세요!!” 

손자의 목소리를 따라간 폐허의 구석에는 작은 진달래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정말 신기해요..! 어떻게 이런 시멘트 바닥에서..”

폐허 속 에서 피어난 그 강하고 아름다운 생명력.  그 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목받아야 마땅했다.

허나 노인의 시선은  꽃이 아닌  그 옆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낙서하듯이, 부서진 돌가루로 휘갈겨 쓴 흐릿한 한 문장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노인의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걱정스러운 손자의 물음에 노인은 두 눈을 닦으며 말했다.

“동민아 이제 돌아가자.. 늙은이가 너무 주책을 부렸구나..

 그리고 이제 돌아가게되면 너희 부모님도 다시 찾아보자꾸나..”

소년의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다 “정말이에요 할아버지??”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니까..”

노인의 눈은 다시 빛나고 있었다.. 찬란하고 영광스럽던 젊은 날의 그 시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