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도 겨울이었음.

순천만 놀러갔다가 광주 들렀는데 부모님 등쌀에 밀려서 겨울 등산 해보자고 무등산 갔었는데

무등산 등산하고 내려와서 점심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한기주 선수랑 닮은 사람이 보이는거임.

내가 아버지께 아빠 저 아저씨 기아 한기주 닮았다 신기해 이렇게 말했는데

아버지께서 덩치 보니깐 한기준데? 야구선수 보면 원래 우락부락 하지 않냐고, 가서 말 걸어보라고 말씀하셨음.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가서 혹시 한기주 선수...?라고 하니깐

죄송합니다 라고 먼저 말하는거임. 그래서 아 아닌가보다 이러고 돌아서려니깐

아 아파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길래 아 맞구나 하고 혹시 사진 한장만 찍어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지.

사진 찍어주면서도 본인 말고 윤석민이나 양현종, 안치홍 같은 선수한테 사진 찍는게 낫지 본인같은 쩌리가 뭔 사진이냐고 엄청 침울해 하더라고

사진 찍고나서 기주 선수 감사합니다~ 이러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나보고

초등학생이에요? 이러길래 네 맞아요 이러니깐

나중에 꼭 무등야구장 오면 싸인해드릴게요 이러더라

그러고 다음날 집 가서 일기에 대충 이 이야기 적어두고 나중에 싸인 받으러 가야지~ 했는데

13년에 무등야구장 가서 니퍼트랑 소사였나? 붙는 경기 직관하러 가게되서 일찍 가가지고 한기주 선수한테 싸인 받으려 했는데 코빼기도 안보이더라고

그러다가 안치홍 선수 봐서 싸인해달라 하니깐 싸인해주는 동안 물어봤지. 한기주 선수 안에 있냐고, 나중에 무등야구장 오면 싸인해주겠다고 했는데 안보여서 

걱정이라고 물어보니깐

재활중이니깐 내년에 오면 될것 같다고 하길래 난 그때 한기주 선수가 그냥 대충 둘러댄 소리였구나 싶어서 아쉬웠었음.

근데 16년 여름에 기아가 잠실 원정 오던 날, 여름방학이어서 잠실 주변 돌아다니다가 한기주 선수를 딱 만난거임.

내가 보자마자 기주 선수! 정말 죄송하지만 싸인해주실 수 있나요? 이러니깐 싸인해주는데 그때 넌지시 이야기 했지

혹시 4년전 겨울에 무등산 주변 닭갈비집에서 사진 찍어준 키 작은 초등학생 기억하세요? 라고 이야기 하니깐

하하..잘 기억이 안나네요 이러니깐 내가 그때 사진 보여줬거든. 기아전만 되면 어떻게든 한기주 싸인 받고싶어서 그 사진 핸드폰에 담아두고 꼭 보여주고 싶었던지라

저장을 해뒀었는데, 그거 보더니 진짜 눈이 휘둥그레 해지더니만 진짜 감동이라고 재활하던 때라 많이 울상이었는데 그때 사진 보니 생각날것 같다고 ㅋㅋㅋㅋ

근데 내가 그때 두산 모자 쓰고 있었던지라 아 두산팬이었구나... 이러더니 기아 팬 해요 ㅋㅋ 이러더라. 그러곤 근처 카페에서 음료수 하나 사주더니

공부 열심히 해요!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이러더라 

그리고 그날 한기주가 앞에서 나온 선발투수가 2회에 만루 만든거 치우러 왔다가 2이닝 3실점... 

뭔가 보는데 마음 아프더라고...

그 이후에 한기주 유니폼 사야지 이러고 마음 먹었는데 삼성 갔다가 부상으로 은퇴해버려서 마음 아프더라고.

항상 볼때마다 어깨 축 쳐져있고 울상이었던 한기주 선수가(이젠 코치라고 해야하나?) 기억할련진 모르겠지만

제2의 인생이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램... 예전 짐들 정리하다가 고등학생때 수첩에 짤막하게 적어둔 이 이야기 보니깐 생각나서

좋은 이야기는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인지라 적어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