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 대표팀 최형우(34·KIA)가 나홀로 특타를 실시했다.

최형우는 대표팀이 치른 다섯 차례 평가전에 모두 선발 출장했다. 4번타자로 4차례, 3번타자로 1차례 나섰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단 1개의 안타도 없다. 평가전 14타수 무안타에 그친다. 몇 차례 날카로운 타구도 있었으나 일본에선 바람의 영향, 국내에서는 아쉽게 파울이 되곤 했다. 중심타자의 부진에 속앓이하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운이 안 따른다"고 아쉬워했다.

4번타자, 그리고 첫 대표팀 발탁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최형우는 26일 쿠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지는 건 사실이다. 대표팀이 처음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인식 감독도 "심적으로 첫 안타 생산에 매달리는 것 같다. 그래서 타석에서 긴장하고 조바심을 갖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초반에만 하더라도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는 것에 대해 스스로 '하면 되겠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이 급해졌다.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데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대표팀 선배들은 '신경쓰지 말라'며 응원하고, 후배들은 장난 섞인 농담으로 편하게 해주려 도와주고 있기에 고마움을 느낀다.

타격 부진으로 가장 힘들 최형우는 최근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다. 그가 택한 타격 부진 정면 돌파 방법은 연습이다.

최형우는 1일 고척돔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나홀로 특타를 실시했다. 오후 1시쯤 이대호-김태균-이용규 등 주축 선수들과 함께 배팅 연습을 했다.

오후 2시쯤 최형우가 다시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리고 배트를 집어 들고선 배팅 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차례 더 프리 배팅을 했다.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공을 계속 받아쳤다.

그라운드에 코치, 보조 요원들이 있었다. 선수 가운데는 최형우만 그라운드에 있었다. 후배들이 타격 훈련을 마친 뒤에도 홀로 남아 배트를 더 휘둘렀다. 잠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쉼 없이 흘러 내렸다.

이순철 대표팀 코치는 "최형우가 타격 타이밍이나 포인트가 좀 늦어 훈련을 더 진행했다. 그래도 이제 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형우에게 이를 묻자 "결과가 나와야죠"라며 짧게 한 마디를 하고선 라커룸으로 사라졌다. 나홀로 특타는 그의 부담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형우는 며칠 전 "지금은 안타가 안 나와도 연습경기가 좀 더 남아있다"며 개막 후 활약을 기대했다. WBC 대회에서 '반전 드라마'를 희망하며 짧게나마 특타 훈련을 실시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