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열악한 근무조건도, 충분히 그러지 않고도 동물병원 운영이 되는데 서로 과잉경쟁하다가 이모양 이꼴이 되어 버리고 만 거고,

저년차 수의사를 그렇게 굴려먹는 것들,

뭐 원장 입장에서는 "어차피 매출이 없어서 그래. 경영하려면 어쩔 수 없어."

라고 하고, 사실 어느정도 맞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원장들의 마음 속에

"에라 수의사 별 거 아닌데, 걍 막 써도 돼."

라는 마음이 있으니까 함부로 막 굴려먹고

다들 그러니까 오히려 더더욱 근무조건이 추락한 것도 있다.

보호자들이 아무리 감정에만 치우친다 해도,

대부분의 수의사가 논리정연하게 일을 잘 풀어 나가면 이상 없는데,

보호자가 조금만 클레임하면 인터넷에 올리고,

맘카페에 올리는게 두려워서 먼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돈을 주면서 사과하고,

분명히 내가 보기에는 동물병원 잘못이 아니라 보호자가 이상한데도

원장이 먼저 숙이면서 돈 쥐어서 보내니까

진상에게는 동물병원이 더 만만해지고.

그런 분위기가 퍼지면 더 일하기 힘들고 고달파지고....

걍 돈줘서 보내면 편하게 해결된다고 의외로 많은 원장들이 본인이나 동물병원이 잘못하지 않았어도 보호자가 뭐라 하면 돈 좀 들려 보내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

일례로, 중성화 하면서 털 밀면서 클리퍼에 찍혔다고 클레임 걸면서 사과와 돈을 요구한 보호자가 있었는데

클레임 하자 마자 원장님이 바로 사과하면서 돈 쥐어서 보내버리더라고.

내가 "어....;; 원장님 잘못 안 하셨는데 왜 그러셔요? 왜 저런 사람에게 돈을 쥐어서 보냅니까? 옆에서 보는 제가 억울합니다. ㅠㅠ" (크윽...;; 속터져.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저 정도 경미한 클리퍼 자국은 종종 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수술하면서 털 밀면서 저정도 자국이 났는데, 전혀 괜찮게 받아들이는 수많은 다른 보호자가 있고, 나도 좀 안좋긴 하지만 저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 중이였음. 한마디로 상식 선에서 그 정도는 참아 넘겨야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함.)

"결국 다 돈입니다. 돈으로 해결되요. 이상!"

(이러면 괜찮게 받아들이는 보호자는 점점 적어지고 클리퍼 자국에 돈을 요구하는 보호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거 아닌가? 싶다. 극소수인데, 이런 식으로 계속 대응하면 늘어날 수 있다고....)

악순환이다.

(물론 원장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고 얘를 다시 안 받는게 맘 편하긴 한데, 이렇게 대응하는 곳이 많으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동물병원이 만만해져서 이런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고...)

에휴.... 동물병원은 휴일에 당연히 근무해야 하고,

연차 보상이나 등등 없는게 당연하고,

소수 동물병원은 챙겨주지만 그게 특이한 거고....

암튼 좀 마음에 안 드는게 있어.

그리고 이건,

기존 수의사들 중 일부가 으쌰으쌰 이렇게 만들어 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