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항구의 한 구석, 한 여자아이가 낚시질을 하고 있다.

어린 애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만, 소녀 옆 바꼐쓰에 담긴 물고기들은 제법많았다. 제법인걸?

소녀는 도이치의 장교 제복을 입고 있었다. 방파제에 걸터앉은 소녀의 무릎사이를 들춰보면

뭔가 보일만도 하지만, 그것은 아동청소년보호법이 막고있으니까 패스.

소녀의 트레이드 마크는 방풍안경이였다. 어찌보면 소년같이 짧은 머리칼과 이마위로 걸치듯 쓴 방풍안경은

제법 잘어울렸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 소녀는 또 다시 물고기를 낚았다!

"잇차! 또 낚았구나?"

"응."

"키노는 칭찬이 필요없구나?"

  소녀의 이름은 키노. K-I-N-O. 성은 모른다. 그냥 소녀는 키노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있는 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녀의 뒷편에 놓인 작은 전차, VK2801. 애칭은 에르메스. 신기하게도 이 전차는 말을 할줄알았다.

이 전차의 말은 키노의 귀에만 들리는데, 친구가 없는 키노는 이 녀석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여차하면 도움도 주곤 하니까. 

물론, 말이 많은 것은 귀찮다.

  "무전왔어."

 에르메스가 무전이 왔음을 알린다. 통신망에서 누군가 키노를 찾는모양이였다.

  "응."

 키노는 느릿한듯하지만 흘림없는 동작으로 낚시도구를 공구함에 넣고 물고기는 방생했다.

 "아까운데 저거..."

  에르메스는 아쉽다며 투정부렸지만, 키노는 망설임없이 물고기들을 풀어주고 스프로킷을 밟고 전차상판으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그리곤 전차장석에서 무전기를 받아들었다.

  "쿠거, 송신"

  차갑고, 딱딱하다. 호출을 날린 측에서는 이것에 놀랐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통신을 시작했다

  "여기는 철십자, 작전하달하겠음. 수신 준비되었는가?"

  키노는 무전기위에 노인 자그마한 필기도구를 꺼내곤 답했다.

  "수신준비 끝, 송신바람."

  "&*)*((*)&*&_*)&^^"

  "통신 끝."

  키노는 작전내용을 메모하고는 다시 차갑고 딱딱하게 채널을 폐쇄했다.

  "언제나 키노는 말이 짧은 것 같아."

  에르메스가 중얼걸렸다. 하지만 키노는 들은듯 못들은척하며 메모내용을 암기했다.

  에르메스는 시동을 걸고, 키노는 라이터를 꺼내 메모를 태워버렸다.

  "가자, 에르메스."

  "그래! 가자 키노! 헤헷!"

  에르메스는 엔진을 부릉부릉거리며 RPM을 올렸다. 그리고 키노는 방풍안경을 끼곤 전차밖에 상체를 내밀어 전차 전진을 명했다.

 "가자! 키노!"

한껏 들뜬 에르메스의 목소리와 함께 

키노와 에르메스는 다음 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