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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데이터주의]2015 결산 주관적으로 뽑아본 최고 명경기 (2)

야호(183.104) 2016.01.03 21:53:19
조회 1551 추천 29 댓글 19
														

11위: A.J 스타일스 對 이부시 코타 (7/26, 히로시마, 신일본 G1 CLIMAX 25 5일차 흥행) - 17.75 (평점: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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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입지: 4/5

경기 내적 서사: 4.5/5
기술 구사력: 5/5
관중 반응: 4.25/5

캐스트를 맡던 수신 라이거: 굉장해... 이 녀석들 굉장해! 인간이 아냐!


 작년 전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의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신일본 G1 CLIMAX 리그의 5일차 흥행에서 열렸던, A.J 스타일스와 이부시 코타의 2차전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작년 4월에 이미 스타일스의 챔피언을 놓고 먼저 성사되었지만, 이부시의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팬들이 대개 기대하던) 엄청난 신체능력의 향연보다는 기본기와 서브미션 위주로 흘러갔습니다. 물론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두 선수답게 그 경기 역시 대단했지만, 저를 비롯한 레슬링 팬 분들이 경기에서 기대한 방향은 그게 아니었기에 다소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멜쳐로부터 4.75점을 받았지만 ‘과한 것 같은데’ 같은 말들이 커뮤니티 상에서 나오기도 했고요.


 이부시가 아무 탈 없이 정식으로 출전하게 된 G1에서 열린 두 번째 경기는, 1차전에서 우리가 보길 원했던 ‘바로 그것’이 아주 그냥 빵빵 터진 경기였습니다. ‘05년도 옵저버 하이 플라이어’와 ‘12~13년도 옵저버 하이 플라이어’였던 둘은 1차전에서 못 보여줬던 신체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왜 자신들이 최고의 선수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이 경기가 제게 있어 올해 다른 신일본 경기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무대는 비록 ‘다분히 프로레스적인’ 신일본의 링이었지만 그 내용이 전혀 신일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북미를 대표할 수 있는 하이 플라이어인 스타일스와, 일본 인디 프로레슬링 특유의 똘끼를 그대로 지니고 있던 이부시, 신일본과는 이질적인 두 선수는 신일본이라는 링에서 서로의 스타일을 드러내며 ‘전혀 신일본스럽지 않은’ 경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초반에 조금 체인 레슬링으로 가는 듯 싶더니, 그 다음부터는 링 밖과 에이프런과 철책과 탑 로프를 바쁘게 누비며 그들에게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Spot을 보여주었습니다. 포어암 공방이나 서브미션으로 시간을 끄는 것도 없이, 둘은 번갈아가며 공중기와 킥, 시그내쳐 무브를 완벽하게 구사하여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들었고, 서로의 기술을 (에이프런과 탑 로프 위에서!) 벗어나면서 ‘도저히 따라할 엄두를 낼 수 없는’ 공방전을 창조해냈습니다. 이부시는 거기다가 특유의 오버셀링(접수)까지 덧붙이며 스타일스의 기술 시전을 더 빛내주었습니다. 히로시마 관중들 역시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이런 홀리싯한 장면에 이 정도 반응밖에?’ 생각될 정도로 두 선수가 만들어낸 장면은 ‘눈정화’ 그 자체였습니다.


 스타일스가 신일본에 온 이후로 신일본의 경기는 전반적으로 ‘전통적 프로레스’에서 그 외연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경기가 바로 그 신일본 경기력의 외연을 넓힌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두 전학생이 제시해 준, 탈신일본적 명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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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위 경기가 열렸던 2015년 여름은 전 세계에서 정말 많은 명경기가 열렸고, 제가 앞으로 적을 경기 대부분도 7~8월 경기에 편중되어 있을 겁니다. 신일본에서 G1이 시작되기 전, 7월 초에는 WWE에서 다시 엄청난 경기가, 그것도 RAW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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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존 시나 (C) VS 세자로 (7/6, 시카고, WWE RAW) - 18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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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가 펑크 이후로 한 경기에서 5 너클 셔플을 두 번이나 카운터하게 해준 적 있었던가요...? ㄷㄷ)


역사적 입지: 4.5/5
경기 내적 서사: 4.75/5
기술 구사력: 4.25/5
관중 반응: 4.5/5


2015년 프로레슬링 최고의 각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시나의 ‘US 챔피언쉽 오픈 챌린지’에서 열린 경기 중 최고의 경기입니다. 이는 제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WWE 공홈에서 투표한 설문조사의 압도적인 득표 결과입니다.

시나가 ‘US 챔피언쉽 오픈 챌린지’를 시작한 이래로 오웬스, 네빌, 제인, 세자로 등 경기력이 좋지만 제대로 된 푸쉬를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시나가 가진 챔피언에 도전한다’는 명분으로 엮여 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시나를 상대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패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도와 위상이 올라가는’ 효과도 볼 수 있었고, 시나도 10년 만에 미들진에서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가짐으로서 ‘경기가 재미없는데 월드 챔피언이다’라는 안티 팬들의 고질적 레파토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머니 인 더 뱅크에서는 시나가 난생 처음으로 기술 구사 후 뜨거운 환호(!)를 받는 가운데, 각본의 주체이자 최종보스였던 시나는 세자로와 함께 더 감격적인 상황을 로우에서 맞게 됩니다.

6월 29일에 WWE 내에서 3차전을 가졌던 둘은, 한 주 후 시카고 관중들을 맞아 더 엄청난 4차전을 보여줍니다. 애초에 3차전에서도 둘은 ‘일반적인 시나의 RAW 경기 수준’을 뛰어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시나의 국콤은 다행히도 구사하는 족족 세자로에 의해 반격당했고, 평소 시나 경기의 공식을 보란 듯이 어겨가며 ‘항상 보던 국콤이 안 나와서 어색하기까지 한’ 경기를 만들었습니다. 4차전에서, 둘은 한 주 전 경기에서 선보였던 Spot들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로 하나를 추가해가면서 더 대단한 순간을 창조해냈습니다. 시나가 시카고 관중의 디버프를 받았는지 움짤에서 보이듯 세자로는 두 번이나 파이브 너클 셔플을 씹는 기염을 토했고, 어느 한 기술도 한 번에 온전히 들어가지 않고 두 번 이상의 카운터 끝에 나오는 등 반격에 반격이 거듭되며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흘러갔습니다. 특히 세자로는 그의 힘을 십분 살린 리프팅을 경기 내내 과시하며 관중의 경탄을 자아냈고, 시나마저도 시터너는 넘어가고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제일 봐줄 만한 프랑켄슈타이너를 구사하며 이 명경기에 ‘최소한의 구색은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경기가 끝난 후 오웬스가 난입하여 시나를 공격하려다 실패하자, 시카고 관중은 시나에게 야유가 아니라 경의를 표하였습니다! 오픈 챌린지 도중에도 ‘신인을 삽으로 파묻는다’는 비아냥을 듣던 시나가, ‘4년 전 폭동 운운하며 적개심을 드러낸’ 시카고 관중들 앞에서 ‘비겁하게 난입한 오웬스를 정의구현한’ 영웅으로서 대접받게 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경기는 참 보고 있자면 그 경기 내적 요소 뿐만 아니라 외적 요소로도 엄청 흐뭇해집니다. 참 제가 시네이션이었다면 눈물을 쏟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시나에게 있어 이 경기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세자로 또한 빈스에 의해 2015년 상반기 동안 계속 무시받고 그게 계속 될 줄 알았더니, 이 경기를 통해 극적으로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었으며, 현재는 선역 워커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쇼 이후 시나는 세자로를 링 위로 다시 불러 그의 실력과 가능성에 대해 격려하고 칭찬함으로서 WWE에서 세자로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제시해주었고, 이는 일부 시카고 팬들의 눈물마저 자아냈습니다. US 챌린지 각본과 타이틀의 질을 한 단계 높여주고, 선수들의 회사 및 매니아 사이에서의 평판마저 극적으로 바꿔준, 말 그대로 마법 같은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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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오스틴은 (언젠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15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챔피언 벨트의 위상은 그 경기를 임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언급한 적 있는데, 작년 시나를 봐오면서 저는 그 말에 엄청 많이 공감했습니다. 시나는 세자로와의 RAW 경기를 비롯하여 수많은 선수들과의 명경기를 통해 한순간이나마 US 타이틀을 ‘월드 타이틀보다 더 가치 있는 타이틀로 보이게’ 만들었고, 저 명제를 그대로 증명해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시나는 월드 챔피언이었던 롤린스와 함께하며 각본진이 꾸준히 하락시켜 온 월드 챔피언의 가치마저 잠시나마 회복시켜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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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세스 롤린스 (WC) VS 존 시나 (USC) (8/23, 브룩클린, WWE SUMMERSLAM) - 18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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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입지: 4.5/5
경기 내적 서사: 4.5/5
기술 구사력: 4.5/5
관중 반응: 4.5/5

 작년 섬머슬램에서 열렸던 ‘Winner takes it all', 월드 챔피언 세스 롤린스와 US 챔피언 존 시나의 통합 챔피언쉽 경기입니다. 이 경기 역시 스토리라인을 살펴보고 가야 하는데, 그 전에 특기하고 싶은 것은 7월 27일에 시나에게 정말 위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롤린스는 시나와 경기를 펼치던 도중 도저히 맥락상 이해가 가지 않는 니 킥을 날렸고, 시나는 코가 부러졌었습니다. WWE가 단순히 프로레슬링 단체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었기 때문에 시나의 얼굴뼈가 부러진 것은 WWE를 대표하는 얼굴(Face)이 TV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때 비록 설레발이었지만 'WWE 이것 때문에 망하는 것 아니냐?’하는 여론마저 일었었습니다. 참 그때 프로레슬링 산업이 냉혹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는 것을 확 느낀 게, 다음 주 로우에서 롤린스는 오히려 ‘자신이 암적 존재인 시나를 보내버렸다’면서 시나에게 벨트를 걸고 섬슬에서의 경기를 제안했다는 겁니다. 분명 제 기억으로 그때 시나는 회복 가능 여부마저 불투명했는데요. 어쨌거나 시나가 수술에 성공하고 섬슬에서 경기를 가진다는 게 확정될 때, 잠시나마 시나가 정말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시나가 복귀함으로서 섬머슬램에서의 경기는 단순한 통합 챔피언쉽이 아니라, ‘커리어가 위태로웠던 선수가 기적적으로 복귀 후 자신의 벨트와 자존심, 얼굴을 걸고 악당의 도발에 응한다’라는 서사가 극적으로 덧칠되었고, 이는 시나의 초인적인 회복능력과, 안정을 위한 휴식도 뿌리치고 예정된 경기를 위해 돌아온 ‘Show Must Go On’(프로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습니다. 프로레슬링이 짜고 한다는 건 이미 12년 전부터 알고서 봐왔고 시나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적도 별로 없지만, 그때만큼은 잠시 ‘시나가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전 진짜 하다못해 경기에서 ‘페이스크러셔 계열인 페디그리를 봉인하고, 시나는 대신 자기 기술을 하나 봉인한다’ 같은 조건이 선수 보호 차원에서 붙을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 아니었었습니다. 하여튼, 이런 일들 때문에 제게 있어서 작년 섬슬은 그 ‘언더테이커의 복수전’도 눈에 차지 않았고, 그만큼 시나 대 롤린스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았습니다. 이후 로우에서 시나가 트리플 H에게 ‘당신 멘토인 릭 플레어 기록을 깨주겠다!’라면서 도발하자 이 경기는 ‘트리플 H(어소리티)의 하수인 롤린스 VS 하수인에 복수함으로서 트리플 H(어소리티)의 상징성도 같이 넘보려는 시나’라는 명분마저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리얼리티 에라(Era)스러운(각본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배경을 두고 열린 통합 챔피언전은, 그 기대에 걸맞게 엄청났습니다. 경기 처음부터 롤린스는 ‘오늘 이 경기를 위해서 일부러 얘를 그렇게 찌질하게 만들어놨나...’싶을 정도로, 수어사이드 다이브 2연발-노 터치 토페 콘 히로를 연이어 작렬하는 등 미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리미터 해제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이도 저도 아닌 찌질이가 되가고 있던 ‘챔피언 롤린스’의 위상이 간만에 살아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롤린스의 Bump로 브룩클린이 열광의 도가니가 된 후, 두 선수는 큰 기술들을 주고 받으며 엄청난 장면을 연이어 만들어냈습니다. 롤린스는 특히 각본진의 잘못된 이미지메이킹을 시나에게 한풀이라도 하는 듯 프로그 스플래쉬나 움짤에서의 기술, 심지어 카운터 FU까지 작렬해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보여주었는데, 그게 저한텐 ‘얘 코까지 부러뜨려 놨는데 챔피언 뺏기면 진짜 난 X망신이다’라는 절박함(?)으로 느껴져서 더 집중이 되었습니다. 시나 역시 2015년 들어 새로 개발한 기술을 모두 퍼부어가며 경기의 화려함을 더했고, 플레어의 피니쉬인 피겨 포 레그락을 STFU 대신 걸면서 경기가 가지는 상징성을 잘 드러내주었습니다. 그러다 니 킥이 다시 나올 땐 순간 가슴까지 철렁했습니다. 분명 짜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롤린스란 캐릭터가 정말 혐오스러워 보였습니다.(그만큼 경기에 몰입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비록 그 이후 WWE는 스튜어트를 난입시켜 끝을 흐지부지하게 만들고야 말았지만(사실 이것 때문에 서사를 4.75점에서 0.25점 깠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정말 대단했던 경기였습니다. 단순히 각본만이 아니라 실제 사고가 터지면서 이를 오히려 각본의 일부로 승화시키고, 경기 내용까지 완벽했던, 아마도 트리플 H가 주장하는 리얼리티 에라의 모범 예시가 되는 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그래도 부디, 레슬러들이 치명적인 부상은 입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8위: KUSHIDA 對 카일 오'라일리 (6/7, 도쿄, 신일본 Best of Super Jr. Final) - 18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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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입지: 4/5
경기 내적 서사: 4.75/5
기술 구사력: 4.75/5
관중 반응: 4.5/5

 신 일본의 크루저웨이트 디비젼 전용 토너먼트 대회인 ‘Best of Super Jr.' 12번째, 마지막 날 대회에서 주니어헤비급 챔피언 도전권을 놓고 열린 경기입니다. 타구치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A조 1위를 거머쥔 카일 오’라일리와 두 경기를 남겨놓고 여유롭게 B조 1위로 결승전에 안착한 KUSHIDA가 결승을 놓고 맞붙게 되자 전세계 레슬링 커뮤니티 곳곳에선 ‘작년 KUSHIDA VS 리코셰에 이어 명경기가 나오겠다’는 예상이 나왔었고, 그 예상에 틀리지 않게 둘은 가히 ‘주니어헤비급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숨막히는’ 접전을 31분 동안 선보이며 올해의 5번째 4.75점짜리 경기를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KUSHIDA 와 라일리의 체인 레슬링으로 시작된 경기는 두 선수 특유의 테크닉으로 인해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고,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서브미션 기술을 위시한 팔 집중 공격을 펼치며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특히 KUSHIDA는 팔 쪽에 문제가 있는지 테잎을 감고 있었는데, 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라일리에겐 냉혹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라일리는 작년도 레슬링 옵저버 최고 테크니션 2위다운 서브미션과 기술 시전으로 경기 질을 높이는 동시에 KUSHIDA를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KUSHIDA 역시 라일리에 밀리지 않고 기술을 다 맞받아치고 ‘작년에 리코셰로 인해 놓친 걸 올해는 꼭 찾겠다’는 듯 반격을 거듭하면서 문자 그대로 숨막히는, 주니어헤비급에서 흔히 보기 힘든 묵직한 분위기를 전달하였습니다.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두 선수는 범프와 큰 기술들이 연이어 터뜨리며 경기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만들었고, 서로의 공격에 쓰러질듯 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투지를 불태우며 끝까지 경기를 보는 모두의 손의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일본 관중들도 평소 조용한 것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 이름을 외치고 경기 내내 열띈 호응을 멈추지 않는 등 경기의 뜨거움을 온 목소리로 토해주었습니다. 사실 경기 자체가 그 열기가 잠시 식어 조용해질 틈이 없을 정도로 공격들 간의 틈이 짧았고 연이은 공격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신일본은 예로부터 경량급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단체인데, 이 경기는 그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는 동시에 Best of Super Jr. 결승전의 가치까지 드높여준 경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히 신일본 경기력의 한 면을 드러내준다 할 수 있는, 제가 본 가장 숨막히는 주니어 헤비급 경기였습니다.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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