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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꽁갤백일장]-수상한 동거 (3화)앱에서 작성

꼰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14 00:21:53
조회 380 추천 0 댓글 7
														

(2화)


나는 고요가 낮게 깔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장 시끄러운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여긴 대체,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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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40대 초반 쯤으로 보였고 나를 보자마자


“자, 오늘은 테스트야. 닭을 구체화 시킨 상상화야. 맘껏 그려봐.”


닭? 머릿속에 반으로 나뉜 닭이 내장을 훤히 드러내며 한발로 뛰어다녔다.


“여기,”


선생은 가만히 그림을 내려다보다가 10초도 안 돼 말했다.


“B마이너스.”

“네? 뭨ㅋㅋㅋ, B? 그것도 마이너스?”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점수. B. 그렇다면 나보다 잘한 A가 있다는 건가.


“넌 네가 여기서도 특별할 것 같니? 채점점수는 네 개인트레이너한테 보내질 거야. 올라가봐.”


나는 교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이곳은 대체 어떤 곳인 걸까. 셀 수 없는 느낌표들이 모여 커다란 물음표를 만들었다. 아니, 커다란 B를 만들었다. 여긴 대체, 어떤 사람들이 오는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뱃 속의 뭔가가 꿀렁꿀렁 거렸다. 오른발로 엄지발가락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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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벌써 왔네?”


내가 물론 지금 B라는 어처구니없는 점수를 받아서 기분은 정말 드럽게 나쁘지만, 저건, 저건, 저건!!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잖아! 갑자기 끌려왔다더니, 정말이었나 보다.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염도 깎은 그의 모습. 그가 베란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고개를 돌렸다.


“네. 옷, 갈아입으셨네요?”

“응. 초면에 너무 구면 흉내를 낸 거 같아서. 아까 보단 덜 그지 같지? 수업은 어땠어?”

“ㅎ B 맞았어요, B”

“응. 아까 데이터 올라와서 확인했어. 뭐, 그래서 실망이야? 여기는 각국의 천재들만 모아놓은 곳이야. 너는 딱, 평균이라고. A,B,C. 이렇게 딱 세 등급 밖에 없거든. 아, B 마이너스니까 평균이한가? 난 처음 들어왔을 때 C제로였어. 네가 나보다 낫지? 물론 졸업할 땐 A 플러스였지만. ㅎㅎ”

“그럼, 저도 그럴 수 있을까요? 저도 천재 중에 천재가 될 수 있을까요?”

“너 그림이 좋긴 좋은가보구나?”


좋냐고? 사실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정해져있던 방향이었다. 다른 걸 생각할 만큼 못하지 않았으니까. 다른 게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잘했으니까. 지금 내가 가진 감정은 오기일까, 아님 자존심일까. 아님, 그림을 정말 좋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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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소파에 앉아 자기 옆에 오라며 소파를 탁탁 쳤다. 아까부터 자꾸만 눈이 가던 그의 손. 굵직굵직하지만 어딘가 밉지 않은 손. 왠지 잡고 싶은 손. 잡았다가 다신 놓지 않고 싶을 것만 같은 손.

그의 옆에 앉았다. 그가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꽝이야? 기분이 꽝일 땐, 역시! 라면이지.”


?


“저기, 저희 두 시간 전에 닭볶음탕에 밥 비며 먹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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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그가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챙긴다. 그의 손짓. 몸짓. 아무것도 꿰뚫어 볼 수 없다. 사람은 손짓이나 몸짓, 자연스러운 말투에서 그 사람의 본연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다. 자신의 것 그 어떤 것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사람은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이 사람의 무엇도 알지 못하고 있다. 이건 뭔가 말려드는 기분인데.


그런데 진짜 너무 잘생겼다. 아니 왜 저렇게까지 잘생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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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모습으로 거울을 보면 뒤에 서있는 난 어쩌라고.. 안으라고? 미친자가 분명하다. 저 사람은 분명 인대 마저도 잘생겼을 것이다. 얼굴로 두드려 맞은 기분이다. 실비보험이라도 들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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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에 비친 모습. 역시. 피지컬이... 이정도 몸이면 매일매일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왕년에 다이어트를 좀 해봤지. 회색 맨투맨에 검은색 추리닝. 검은색 시계. 풀린 파마머리. 키는 대략 185. 몸무게는... 상상해보자. 3D 공간에선 이정도면 70키로 후반이다. 근데, 여기는 남자랑 여자랑 이렇게 붙여서 묶어놓아도 되는 건가? 이러면 상상력 좋은 내가 상상을 안 할 수가 없는뎋ㅎㅎ


“근데 아까 나한테 저기, 했지. 선생님이야 선생님.”

“선생님보단 오빠가 어울리는 외모신데.”

“그건 나도 아는데~ 넌 선생이고 난 학생이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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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부끄러워해요ㅋㅋㅋㅋ 그리고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겠죠... 근데 우리 여기서 나가도 돼요?”

“안 되지.”

“네??? 그럼 왜 나가요? 여기 CCTV 없어요?”

“있는데, 다 피해가는 방법이 있지.”


우리는 건물 뒤편의 개구멍으로 나갔다. 그가 먼저 기어나가곤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자, 손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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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다. 이건 기회인 것이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구멍에서 나왔다. 그의 손은 생각보다 빳빳하고 굳은살이 많은. 수도 없이 연필을 쥐고 수도 없이 물감을 묻힌 듯한 느낌. 그래서 온도를 느끼기가, 그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손. 그는 감각의 저편에 숨어있다.

우리는 차도로 들어섰다. 편의점이 바로 코앞이군.


“어!!”


그가 나를 끌어당겨 감싸 안았다. 이건, 고백인가? 그러기엔 우린 너무 이른데...


“야, 너 차오잖아. 좀 보고 다녀.”


그럼 그렇지. 은근 까칠하다니까. 흥 치질이나 걸려라.

그때였다.


“어이, 거기. 어딜 빠져나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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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위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우리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그가 잡고 있던 내 손목을 자신의 뒤로 숨긴다. 나는 자연스레 그의 뒤에 숨는다. 무슨 상황이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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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는 내일 낮에 올릴게 계속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


-꿀렁꿀렁 엄지발가락 치질 미친자 인대 실비보험

- dc official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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