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달 전 일이었다.



기나긴 보릿고개에 수많은 개로리들이 울부짖으며
텅빈 갤에 갤로고침 소리만 우렁차게 들리던 때다.



하냥에 올라왔다 가는 길에
버티고개에 있는 大水居不二 (대수거불이)에 등신대가 도착했다는 서신을 받고
버티고개에서 잠시 전차를 내려야 했다.



신이나서, 둠칫두둠칫 리듬을 타며 걷던 중,
버티고개 마을 어귀 길가에서 유럽그지 같은 남자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유독 더운 여름날이었다.

온도계를 보진 않았지만 뜨거운 햇빛에 화상을 입을법한 날씨였다.

놀이터 철봉은 마치 뜨겁게 달군 고데기 같았고,
전차 선로 위에 살치살을 구워도 순식간에 미디엄웰던으로 익을 정도였다.

물먹는 하마가 절실한만큼
습도마저 높은 불쾌지수 최고치를 찍은 날씨였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
저 멀리 겨울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맨 남자가 골목 어귀에 앉아있었다.

처음엔 왠 미친자지... 하며 지나칠 뻔 하였으나
어딘지 모를 후광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 앞에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유럽그지 꼴을 하고 있는 갤주가 아니던가.



면도 한 지 한달은 족히 넘어보여 면도가 아닌 제모가 필요할 것만 같은 덥수룩한 구렛나루.

자국만 남아있는 것이 더욱 세쿠시한 피어싱.

햇살을 받으니 컬러렌즈를 낀 듯한 착각이 들 법한 동공...

그리고 그 옆에 인간미 넘치게 살짝낀 눈꼽도 커엽. ㅠㅠ

세수를 안 한지 못해도 일주일은 되어 보였지만
마치 정성스레 퍼프로 두드린 듯이 여드름 하나 발견할 수 없는 빛나는 광대. 퍄퍄.

타투처럼 박제하고 싶은 가슴 그뉵이 돋보이는 흰 반팔 티셔츠.

어디 뒷골목에서 주워 입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깃구깃해서 스팀다리미로 펴주고 싶은...
마치 때수건을 연상 시키는 꽁뚜기 그린 컬러의 스튜핏한 아랫도리를 걸쳤는데도 

탄탄한 꿀벅지와 잔망스레 빼꼼히 보여주는 아킬레스건과
패디큐어를 한 것처럼 햇살에 반짝이던 발톱까지...



버티고개 골목 어귀를 마치 루이비통 콜렉션장으로 만들 정도로
심멎시키기에 충분했다. 



갤주 주변공기만 공기청정기를 돌린 것 같은
인간 피톤치드의 모습이었다.



저 유럽그지가 돈 좀 내놓으라고 하면,
당장 미즈사랑에 전화를 걸어 신용대출을 받거나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장기매매를 해서라도 재산을 털어줄 각이었다.



날이 몹시 더웠는지
길바닥에 앉아 비루에 빨대를 꽂아 벌컬벌컥 마실 때마다 꿀렁꿀렁 거리는 목젖을 

마치 떡밥이 없는 갤에서 갤로고침 하듯이 한참이나 관음하다가
하마터면 어레스트가 올 뻔 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자꾸 멎는 심장을 부여잡고 갤에 글을 싸질렀다.

등록을 누르려는 찰나 떠오르는 한 문장.


인증 없으면 910



참갤러라함은 응당 

ㅇㅈ 없는 글로 ㅇㄱㄹ를 끌면 안되지 싶은 맘에
가드횽들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는 한이 있어도
엄지발가락이라도 찍어 인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증짤을 위해 갤주를 나노로 핥다가는
심멎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한 나는
실비보험에 심멎사 관련 약관을 찾아본 후,
어차피 이렇게 된거 말이나 한번 걸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보기로 마음 먹었다.

객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갤주에게 말이나 한 번 걸어봤으면 호상이 아니겠는가!



도깨비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좀 쉬었으면 하면서도,
내심 소처럼 일해주길 바라는 것이 덕후의 잔망스런 맘! 

마침 갤주를 마주친 김에
차기작에 대해 묻기나 해보자 싶어
안주 없이 깡비루만 벌컥벌컥 들이키던 갤주에게 

조심스레 안주하라고 옥수수캔을 쓰윽 들이밀며 말을 툭 던졌다.



"저... 갤주... 거... 차기...ㅈ...“

"다른데 가보슈“










5점 : 둠칫두둠칫 꿀렁꿀렁 구렛나루 관음 아랫도리 스튜핏 미즈사랑

3점 : 비루 살치살 고데기 제모 루이비통 엄지발가락 여드름 패디큐어 장기매매
      물먹는하마 퍼프 스팀다리미 온도계 화상 미친자 신체포기

2점 : 유럽그지 빨대 옥수수콘 꿀벅지 아킬레스건 피어싱 실비보험 타투
      어레스트 목젖 공기청정기 갤로고침 멱살 때수건 신세계 눈꼽 컬러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