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문

비극이
너무 익숙해진 일상

공감과 정의가 사라져 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마땅히 분노해야 할 일에
마땅히 분노하고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할 인간에게
반드시 죄를 물어 벌을 주는

당연한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현실에 혼은 없습니다

만약 대통령의 말대로 혼이 있다면
무고하게 죽은 세월호의 그 아이들이
그 원혼들이
당신과 당신 곁의 사람들에게 들러붙어
몸과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았을 텐데

그래서 혼은 없습니다

의식과 의지는 있습니다

그들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낸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이 시대 몇 남지 않은 언론인들이
회사의 안과 밖에서
일신의 안위와 미래의 안락함을 포기하고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고자 한
그 의식과 의지로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그런 나라를 위해

우리는
우매한 백성이 아닌
주권을 가진 국민이란 것을
우리도 자각하고
그들도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나라가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살아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염원을 담아

마땅히 분노해야 할 일에
마땅히 분노하고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할 인간에게
반드시 죄를 물어 벌을 주는

당연한 일이
이번만큼은 이뤄지기를

 
작은 촛불이
횃불이 되고
횃불이 들불로 번져나가듯이

몇 명이 아니라
몇천만 명의 국민으로서

그들이 바라고 있을
그들만의 세상
그 세상이 오지 못하도록

어제의 내가 아닌
오늘의 우리가
내일을 위해서

절대로 잊지 말고
절대로 용서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