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째로 방 안에서 20일째다.

컴퓨터 하나와 핸드폰이면 20일 버티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끼니는 문 사이로 생수는 방 한편에 쌓아놓는다.

다 마신 생수병은 볼일볼떄도 사용된다.

냄새가 나지만 괜찮다.

방에서 나가는 것보다 나으니까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무슨 날인 지는 궁금하지 않다.

그저 나에게는 게임 점검 시간만이 신경 써야 할 시간이다.

나도 어릴 적에는 사진작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개인 포트폴리오로 서울예대 입시도 지원해보았고 공모전에도 작품을 제출한 적도 있다.

물론 입상은 못했지만 행복했다.

사실 나는 사람이 무섭다.

정확히는 사람과의 관계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했고

남이 나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면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

어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나는 주인공이 되어야 했고 

나는 부르지 않은 모임이 있다면 그날 밤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마치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 시절이 인생의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그러던 중 친구가 내 연락을 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친구는 나를 싫어한다고 했다.

정말 싫어한다고 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그때부터 방 안으로 도망쳤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무서웠다.

더 이상 남들과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반년을 살았다.

심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뛰지 않았다.

핸드폰 유심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