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 외가 할머니할아버지 모두 살아계신 건 나에게 큰 힘이었다. 그런데 올해 ..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조금이라도 할아버지를 더 보려고 인천에서 여수까지 매주 내려오다시피 했었는데 점점 기력이 없어지시더니 결국엔 말도 제대로 못하시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마지막 할아버지를 본 그날은 약한 목소리로 얕은 숨을 내쉬듯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할아버지 또 올게요'  라는 내 말에 그래 그래 라며 내게 말씀하셨다. 비록 작은 목소리였지만 온 힘을 다 하신 목소리였기 때문에 내겐 정말 크게 들렸다. 그리고 며칠 후 새벽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발신자에 아빠라고 뜨는 순간 이미 나에게 소식은 전해졌다. 그래도 받았다. '여보세요. 이 시간에 웬일인가' '잠 안 자고 뭐하냐' '어. 좀 놀다가 이제 자려고. 왜?' 아무렇지 않게 일부러 그렇게 통화를 시작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까지 없는 것처럼 할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셨다' 그 말을 듣고 울었다. 아빠도 전화를 하다가 우셨다. 다음날 첫차로 집에 내려가... 장례식을 치렀다. 아빠에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였다. 아마 아빠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빠는 잘 살고 계신다. 아빠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건 그래도 아빠 곁엔 나와 우리 누나와 그리고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난 느꼈다. 나도 결혼해서 애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것과 엄마 아빠한테 더 잘해야 한다는 것.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