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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병 오래 마시기'의 후기

(몬테스 클래식 까베르네 쇼비뇽 2015 : 만원대 와인이지만 2015년산이 왠만한 것보다 내 입에 맛더라.) 

밀페유리병에 넣고나서 일주일 지난 와인을 꺼냈다. : (7) 

종류,연도가 동일한 young한 와인을 땄다. : (0) 

둘을 블라인드 테스트했다.

더 부드럽고 깊은 느낌이 있었다. = (7)

뭔가 더 탁하고 독하다는 인상이 있는 와인이 있었다. = (0)

둘은 꽤 차이가 있었다. 구분이 확연했다.

굳이 블라인드 테스트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비교시음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향이 점점 오르면서 (0)의 풍성한 향기가 부각되었다.

(0) 대비 (7)을 곰곰히 음미했다.

살짝 양념스런한 맛,향은 반감됐다.

신맛이 살짝 죽어 단맛이 약간 부각됐다.

떫은 맛, 쓴맛이 많이 죽어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그런지 질감이 묽어졌다. 

끼베르네 쇼비뇽이 아니라 피노누아인 것처럼 묽다.

(0) = 달달한 향신료, 물오른  베리라면

(7) = 더 삭은 느낌, 고춧가루 약간, 썩기 시작한 베리, 낙엽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편견인가, 

모를땐, (7)이 깊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나서, (0)이 향미가 풍부하다고 더 좋다고 느끼는 것은.

혼란한 마음에 더 마셨다.

사실, 많이 마셔서 혼란했을 수도 있다.

계속 번갈아 마셨더니, 소믈리에에 빙의되는 느낌이다.

제멋대로 감상평을 아무말 지껄여 보고자 하는 흥취가 올랐다.

(0) - 근육이 탱글하게 뭉친.

청소년처럼 통통튀면서 

선생님, 어른들이 모여라고 하면 

마지못해 뾰루퉁하게 모이는 

약간 반항적이면서도 또래끼리는 끈끈하게 응집한 느낌. 

진하지만 오히려 가볍고 발랄하게 물기오른 학창시절을 보내는 느낌.

(7) - 약간 풀려서 여유로운

어르신들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살처럼 관조적으로

느슨하게 그 옛날의 맛을 회상하는 모습.

향, 맛이 약간 쿰쿰한 것이 산폐인 것인지 발효된 것인지 모를 오묘한 주름살으로 혀에 박힌다. 

묽어졌지만 오히려 건조하고 어두운 새벽을 뜨개질,소일거리로 지새는 느낌.

가면 갈수록 (7)번도 맛있어지기 시작했다.

(0) 반, (7) 반 섞었더니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나며 머리속에서 불꽃놀이가 펑펑 터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 알콜의 장난이었을지도 모른다.

새 세대,오랜 세대가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소통한다면
이 블랜딩처럼 다채롭고 맛있는 멋에 취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되게 사회적인 화두를 도출하는 걸 보니, 곧 감상평을 그칠까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위 실험결과의 결론과 제안을 말하자면,

와인 본연의 캐릭터를 즐기려면 바로 마시는 게 좋다.

오래 마시고 싶다면, (7)처럼 뒀다가 살짝 차게 마시면 좋겠다. 그나마 매우 덜 맛없어졌다. 

(랩으로 입구 싸매는게 좋겠다. 향기 많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