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에일이나 트리펠 이야기가 나오면 주갤럼들이 꼭 마셔보라고 추천하는 카르멜리엇임

벨지안 스트롱 에일의 끈적하고 건과일스러운 찐한 맛이 너무나 좋아서 로슈포르나 시메이 블루같은걸 종종 먹었었는데

또 마냥 그런 쎈 애들만 먹다 보니 요즘은 상대적으로 좀 가벼운 애들이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하고..

보리랑 밀, 오트를 넣어서 만든 맥주임. 2차 병입 발효도 거치게 되는 맥주인데,

병입 발효 때문인지, 걍 거품 많이 나는 벨지안의 특징 때문인지 따르다가 거품 넘쳐서 입에다 급히 갖고가서 거품 꽤 많이 먹음..

이런식으로 맥주 첫입 하게되는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흑흑

옛날에 듀벨 처음 먹을때 잔에 따르다 거품 8 액체 2로 따랐던 이후로 거품에 이렇게 당황한적은 오랜만이당. 

근데 막상 헤드가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음. 니트로 맥주나 깜장물들에서 가끔 나타나는 풍성하고 오밀조밀하니 단단한 듯한 헤드와는 좀 거리가 있음.

진짜 부글부글 솜사탕마냥 가볍게 끓어올랐다 금세 꺼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가벼운 시트러스 향이 먼저 느껴짐. 그리고는 곡물의 고소함이 약간. 뭐 따라오는 바나나? 바닐라? 느낌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 달달하지만 복잡한 향 때문에 화사한 꽃향기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함.

라벤더가 살짝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라벤더 향 느껴진다고 리뷰했던걸 봐서 그렇게 착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건 사실 진짜 꽃 향기 맡아보면 마냥 좋은 향기만 나는게 아니잖음. 생화의 향엔 복잡하게 뭔가 쿰쿰한 향이나 찝찌르한 향이나 이런게 동반되기 마련인데

벨지안들은 항상 향이 단순하고 직선적이지는 않아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꽃 느낌이 난다고 해야하나..

맛은 산미가 조금 있고, 달달함. 근데 뭐 그리 들척지근하지는 않고, 이스트나 곡물 느낌도 좀 있음.

아무래도 삼키고 나면 입안이 싹 정리되는 느낌은 절대 아니고 여운이 길다. 특히나 씁쓸함이 아주 미세하게 있는데

이게 혀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향이랑 복합적으로 남는 씁쓸함이라고 해야하나..

쉽지않네. 내 느낌을 글로 전달한다는게

재밌는건 어느하나 많이 튀는 게 없고 많은 매력이 잘 섞여있다고 느꼈음. 맛있당.

탄산은 엄청 부드러움. 바디감은 절대 가볍지 않고.

8.4도라서 한 병 마시니 기분 좋아져서 술 사러 가고 싶어짐

좀 있다 용산 이마트 갈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