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울산에서 경주보문관광단지를 찾은 김채영(여·43)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아이들과 함께 보문호의 명물인 유람선 백조호를 타기 위해 도착한 선착장 매표소에는 여전히 운행 중지 안내문만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내린 비로 보문호에 물이 가득 찼다는 소식을 듣고 휴일 가족들과 함께 백조호를 타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려했지만, 기대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보문관광단지 내 관광객들을 태우고 보문호수를 가로지르던 유람선 백조호가 가뭄 끝에 만수위를 기록한 후에도 뜨지 못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선박 수리와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의 안전 점검 등으로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최소 1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보문호는 현재 저수율 100%. 지난 7월말까지 저수율 40%대에 머물던 보문호는 집중호우와 덕동댐의 방류로 면적 169만5485㎡에 총담수량 983만4000톤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어왔던 배는 뜨지 않고 있는 것. 유람선을 운영하는 콩코드호텔 측에 따르면 그동안 운항이 중단됐던 백조호는 세월호 사고 이후 강화된 선박 안전점검 조건으로 노후화된 선박의 수리와 검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1개월이상 이후에나 배가 뜰 것으로 보인다. 백조호는 지난 2012년부터 가뭄으로 배가 운행하는데 필요한 저수율인 75%에 미치치 못해 운항과 중단을 반복해오다 지난해 8월부터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백조호를 운행하던 선장과 직원들이 떠나고 호텔 측은 지난해 연말 휴업 신청까지 냈었다. 호텔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비로 보문호에 물이 가득 차게 돼 미처 선박 수리 등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비록 호텔 경영이 어렵지만 보문관광단지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 내 운항 준비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년간 가뭄으로 보문호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내자 관광 1번지인 보문관광단지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문호는 비가 내려도 호수 내 유입되는 물의 량이 적어 덕동댐의 방류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어서 수위조절 등 관계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모(58·성건동)씨는 “물이 차지 않은 보문호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모두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큰 차질이 없는 한 덕동댐의 물을 방류해서라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덕동댐은 경주시민의 최대 식수원으로 가뭄 때는 식수원 확보가 우선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가뭄이 들때마다 보문호가 바닥을 드러내는 일은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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