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경제성장이 박정희 공로? 위험한 착각입니다”

ㅇㅇ(222.101) 2020.01.03 14:20:20
조회 336 추천 0 댓글 8

“국제적 호황과 국민의 경제발전 열망, 높은 교육열 등 국내외 요인이 어우러진 합작품”
근현대사 연구 권위자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현대사 이야기’ 20권 5년 만에 완간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로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요즘 우리 사회가 근현대사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근 20권으로 완간된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제8권은 ‘경제 성장: 박정희 공로? 위험한 착각!’이라는 다소 공세적인 부제를 달고 있다. 박정희의 장기독재와 민주주의 탄압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그의 경제 성장 공로만은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근현대사 연구의 권위자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서 교수는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한 국내 요인과 국제적인 조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 주제로만 거의 20분 가까이 열변을 이어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8~20권

서중석, 김덕련 지음/오월의봄·각 권 1만5500원

“독일은 1945년 이후, 일본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룹니다. 대만은 60년대 초반부터 80년대까지 고도성장을 하고, 프랑스 등 서유럽도, 프랑코 독재 치하의 스페인조차 60년대부터 경제가 성장합니다. 세계 경제가 좋았던 시기죠.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이하로 아주 낮았거든요.”

세계 경제 호황은 1973년 오일 쇼크 이전까지 이어졌다. 일단 국제적 조건이 좋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다음은 국내 요인. “(4·19 이후 수립된) 장면 정부 모토가 경제제일주의였어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 장면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박정희가 그대로 이어받았죠. 그때 우리 국민의 경제발전 열망이 엄청났어요. 교육열은 물론 높았죠. 이승만 때 초등학교 진학률이 이미 90% 넘었어요. 대만보다도 높았죠. 이게 경제발전의 기본이거든요. 그런데 이승만 정부가 선거에만 매달리느라 경제발전에 실패한 거죠.”

국내 요인도 이미 충분히 성숙해 있었다는 얘기다. 중남미와 다르게 토지(농지)개혁에 성공해 (노동력의 원천인) 인구 이동의 제약이 없었던 점도 중요한 성공 배경이다. 그리고 오일 쇼크 이후 선진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 우리는 되레 기회를 잡았다. 유가 폭등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중동 건설 특수가 생겼는데,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과 잘 맞아떨어졌다. “공사기한에 맞춰 순식간에 만들어주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이다. “그때 건설부 장관이 (나중에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였어요. 김재규가 큰 공을 세웠죠. 그런데 김재규는 ‘내가 한 게 아니다. 기업인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해요. 실제로 정주영 같은 사람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죠. 박정희하고 별 상관이 없어요.” 

중화학 공업 투자도 중동 특수 덕분에 가능했다고 서 교수는 말했다. 그전에는 정부가 특혜를 준다고 해도 나서는 기업이 없었는데, 중동 건설 붐으로 자본을 축적한 뒤에는 재벌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경제는 박정희’라는 등식이 조작된 신화에 불과하다는 서 교수의 구두 논증은 쉼 없이 이어졌다. 긴급조치 9호라는 폭압 속에서 치러진 78년 12·12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 유신 체제 몰락을 가져온 부마항쟁이 밤이면 민중항쟁의 성격을 띠었던 점 등 박정희 정부의 경제 실정을 뒷받침하는 사실들이 즐비했다.

“독일 ‘라인강의 기적’의 경우 (연방경제장관과 수상을 지낸) 루트비히 에르하르트의 역할이 크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공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대만도 장개석(장제스)이나 그 아들인 장경국(장징궈)의 공이라고 하지 않죠. 오히려 독재자들이라 비판합니다. 프랑코는 스페인에서 (말하길 꺼리는) 금기 인물이고요. 박정희가 열심히 안 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국내외 조건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박정희 혼자 이뤄낸 게 아니라는 겁니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는 현대사 공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실이 과연 역사적 사실이 맞는지 되짚어 봐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부마민주항쟁만 해도 국민이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이유는 당시 유신체제의 철저한 보도통제 탓이다. 계엄선포를 하고 나서야 신문에 보도됐다. 또 박정희 정권은 북한의 남침 야욕을 강조하는 총력안보운동과 반공운동을 동시에 펼쳤는데, 박정희가 외신기자들을 만나서는 ‘북한이 과연 쳐들어오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서 교수가 박정희 연설집에서 확인한 장면이다. 전쟁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국내 통치용으로 북의 위협을 과장한 것이다. 국내에선 북한의 남침 준비 증거로 땅굴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일본 기자를 만나서는 땅굴이 전면전 수단은 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적인 얘기를 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3월 나온 제1권 ‘해방과 분단, 친일파: 현대사의 환희와 교차로’를 시작으로 완간까지 거의 5년이 걸린 이 시리즈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박정희다. 제5권 ‘제2공화국과 5·16쿠데타: 미국은 왜 쿠데타를 눈 감았나’부터 제15권 ‘유신 체제 붕괴: 김재규는 배신자인가’까지, 전체 20권 가운데 무려 16권이 박정희 시대를 다룬다. 8·15 해방 이후 1987년까지 42년 가운데 18년을 집권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론 서 교수가 그동안 해방 직후와 이승만 시대에 관해 책을 많이 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현대민족운동연구> <조봉암과 1950년대> <이승만의 정치이데올로기> 등이 그것이다. 서 교수로선 그동안 늘 부채로 남았던 ‘박정희 시대와 거짓말’에 관한 기록을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에 나온 시리즈 마지막 세 권은 6월 항쟁을 다룬다. 18권 , 19권 , 20권 <도도한 민주화 물결: 전두환·노태우의 항복 선언, 그후> 등이다. 문답 형식으로 이뤄져 있어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게 장점이다. 사진과 신문기사 등을 풍부하게 곁들여 사실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맥락을 잡아준다.

“근현대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열기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 친일파의 시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뉴라이트가 등장하고 활개를 치기 시작했죠. 나는 역사 전쟁이 싫지만, 한편으론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현대사만큼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해주는 스승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민주주의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1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1529176 ??? : 아 시발 게임 좆같게 하네 ㄷㄴㄱ(219.241) 22.02.27 293 3
1529175 존나게 치열한 하르키우 공방전 영상 ㅇㅇ(222.111) 22.02.27 292 3
1529174 155며느리 주포를 단 보병수송장갑차좀 마mi손(116.47) 22.02.27 196 0
1529173 학교책상의자로 군첩갤년들 구타폭헹하고 싶다 ㅋ ㅇㅇ(118.235) 22.02.27 142 1
1529172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 좀 자세한 지도 [1] ㅇㅇ(222.111) 22.02.27 376 2
1529171 부대에서 단체로 퓨리영화 본적이 있는데 ㅇㅇ(115.40) 22.02.27 195 0
1529170 그럼 앞으로는 기계화보병 오토바이 타고 다닐듯 [2] 마mi손(116.47) 22.02.27 218 0
1529169 러샤 우크라이나 침공에 아르마타 투입 안하냐?? ㅇㅇ(175.200) 22.02.27 168 0
1529168 러시아가 침공함 이유는 단순함 ㅇㅇ(121.152) 22.02.27 182 0
1529167 미국이 주작하고 중국 조지는 것일수도 [1] 마mi손(116.47) 22.02.27 206 0
1529166 아니 내일이 고비라니까 마mi손(116.47) 22.02.27 161 0
1529165 이제 그만해 마mi손(116.47) 22.02.27 97 0
1529164 그래핀 하이퍼 나노 커패시터로 전열화학포를 단 마mi손(116.47) 22.02.26 108 0
1529163 씨발 4만 장갑차 땡긴다 마mi손(116.47) 22.02.26 121 0
1529162 미래 전차는 반드시 원자로로 구동되야 한다. 마mi손(116.47) 22.02.26 110 0
1529161 장갑재 업그레이드 하면 rha 1500도 가능하지 않냐? 마mi손(116.47) 22.02.26 85 0
1529160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마mi손(116.47) 22.02.26 138 0
1529159 군사갤 씨발년들아 ㅋㅋ ㅇㅇ(39.7) 22.02.26 210 4
1529158 포로로 잡힌 러시아 스파이 + 러시아 군 [1] ㅇㅇ(222.111) 22.02.26 404 3
1529157 전직 미국 해병대원의 도시전 강좌 - 레딧 펌 ㅇㅇ(222.111) 22.02.26 206 0
1529156 우크라이나 전투 영상 몇개 + 키예프 사진 ㅇㅇ(222.111) 22.02.26 292 1
1529155 워썬더 만우절 미래전차 나온것같은 전차 땡긴다 마mi손(116.47) 22.02.26 108 0
1529154 현재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지는 Beresteiska 위치 ㅇㅇ(222.111) 22.02.26 200 1
1529153 급보 - 키예프 라이브 카메라에서 총격음성 엄청 들림!! ㅇㅇ(222.111) 22.02.26 152 1
1529152 요즘은 북폭갤 아니냐? [1] ㅇㅇ(220.70) 22.02.26 141 0
1529151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이 키예프에 있다는 영상을 내다. ㅇㅇ(222.111) 22.02.26 149 1
1529150 지도로 보는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 ㅇㅇ(222.111) 22.02.26 282 4
1529149 현무 10만발 뽑고싶다 [1] 마mi손(116.47) 22.02.25 163 0
1529147 우크라이나는 왜 탱크랑 비행기 안 찍어냄? [1] ㅇㅇ(223.39) 22.02.25 194 0
1529145 속보 - 키예프 수도 북부인 오볼론에서 격렬한 총격 발생!! [2] ㅇㅇ(222.111) 22.02.25 258 2
1529144 키예프가 강한 포격을 받고 있다는 트위터 ㅇㅇ(222.111) 22.02.25 135 0
1529143 멜리토폴 SBU 건물에서 공격을 하는 러시아군. ㅇㅇ(222.111) 22.02.25 136 0
1529142 사살된 뒤 민간인에게 약탈당하는 러시아 군인(시체주의) ㅇㅇ(222.111) 22.02.25 374 1
1529141 현재 러시아 기갑부대 위치한 지도 + 업데이트 ㅇㅇ(222.111) 22.02.25 238 3
1529139 우크라군 포로로 잡힌 러시아 공수부대원 영상 공개 ㅇㅇ(222.111) 22.02.25 164 1
1529138 호스토멜 공항을 공격하던 러시아 공수부대 사진 ㅇㅇ(222.111) 22.02.25 285 2
1529137 즈미니섬의 우크라이나 수비대 전원 옥쇄 ㅇㅇ(222.111) 22.02.25 199 2
1529136 호스토멜 공항을 완전히 탈환한 우크라이나군 + 번외짤 ㅇㅇ(222.111) 22.02.25 259 2
1529135 지도로 보는 현 상황 ㅇㅇ(222.111) 22.02.25 182 2
1529134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군 회유영상 한글 자막 ㅇㅇ(222.111) 22.02.25 168 2
1529133 우크라이나군의 맨패즈에 플레어를 터뜨리는 러시아 헬기부대 ㅇㅇ(222.111) 22.02.25 176 1
1529132 우크라이나군에 격추당한 러시아 KA-52 헬리콥터 영상 ㅇㅇ(222.111) 22.02.25 193 1
1529131 근데 선전성 가짜뉴스가 좀 많은 것 같다. ㅇㅇ(222.111) 22.02.25 148 2
1529130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공군기의 민간주택 폭격 영상 + 번외영상 ㅇㅇ(222.111) 22.02.25 145 1
1529127 속보 - 우크라이나군이 붙잡은 러시아군 포로 2명 사진 공개! [2] ㅇㅇ(222.111) 22.02.24 355 5
1529126 마리우폴 근처에서 파괴된 우크라이나 레이더 기지 ㅇㅇ(222.111) 22.02.24 166 3
1529125 우크라이나 흑해연안 섬의 국경경비대에 항복하라는 러시아군 방송 ㅇㅇ(222.111) 22.02.24 150 2
1529123 소름 돋는 키예프 공습 경보 사이렌 영상 + 추가 영상들 ㅇㅇ(222.111) 22.02.24 206 3
1529122 현 시각 우크라이나 레딧 상황 ㅇㅇ(222.111) 22.02.24 310 2
1529121 속보 - 푸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 선포 ㅇㅇ(222.111) 22.02.24 191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