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불가지론\'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저는 불가지론의 타당성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 매우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불가지론 자체가 하나의 엉성한 변명이며 선문답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러한 것입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할까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세요\' 라고 누군가가 말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겁니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긴 합니다만, 그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인지 이야기해 드릴 수가 없군요\' 라고 말입니다.

이 대답은 옳습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해도 그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에  존재를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러한 대답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최초의 질문 자체가 모순되기 때문입니다.
대답은 단지 그러한 질문의 모순점만을 지적하고 있을 뿐인거죠. 
이러한 질문 자체의 모순은 그에 대한 대답 역시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간에 그 정답은 이미 확인할 수 없는 영역속에 존재하는 것이죠.

\'불가지론\'  역시 그러합니다. 
인간의 초경험적 진실, 혹은 관념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하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든 그것은 이미 확인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되어 버립니다.
사물의 본질을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가지론\'의 물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의 본래적 한계때문에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본질에 대한 질문을 우리의 사고 밖으로 빼내버려 그 대답을 회피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간단하게 말하면 이러합니다.

어떠한 질문에 대하여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이야기 할 때, \'불가지론\'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르겠다\'내지는 \'알 수 없다\'를 선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알 수 없는 것\'이 정말 \'알 수 없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문제인 겁니다.

\'불가지론\'의 타당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제 결론은 이러합니다.
그 \'불가지론\'이 취하고 있는 논리 그대로 불가지론의  타당성을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알 수 없다\'는 답변이 가지고 있는 타당성만큼 \'불가지론\'은 타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동시에 불가지론이 가지는 한계일 것입니다.

타당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대답에서 \'있다\' , \'없다\'가 아닌 \'알 수 없다\'라는 답변은 얼마나 타당합니까?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