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어떤 이론이 나오기 위해서는 관찰을 필요로 합니다. 뉴턴이 떠도는 말 그대로 사과 하나 떨어진 것을 모티브로 삼아 중력에 대한 썰을 풀어낸 것은 아닐테지만 뉴턴의 이론을 명백하게 한 것은 반복적인 실험을 통한 것이겠죠.

저는 "이런 뉴턴의 고전역학도 후에 수정되기 때문에 과학은 불완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물컵 속의 \'굽어있는\' 빨대를 보는 우리의 눈처럼 우리의 관찰이 처음부터 오해로 점칠되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제시한 것입니다.

또한 과학의 전제인 자연법칙의 동일성을 명백하게 확신할 근거가 어디있습니까? 우리는 어떠한 근거가 있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치졸하게 말해보면 근거없이) 사과가 오늘도 떨어지고 내일도 떨어지고 모레도 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그런 믿음이 조금 더 현재의 패러다임에 맞는 상식적인 것이고 역사적인 대부분의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조항이기 때문입니다. 안 그러면 실험 자체가 불가능할테니까요. 아무런 변인의 움직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음날 사과가 하늘로 치솟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떤 이론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냥 엎드려서 "내일도 사과가 떨어지게 해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것이 마음이 편하겠지요.

저는 우리의 인식, 관찰의 불완전함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무작정 우리의 인식이 진짜이며 이에 따른 과학적 사실도 진짜라 확신하는 것은 종교적인 신념인 \'돼지고기를 먹으면 지옥으로 보내는 신이 있다.\'고 무작정 믿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게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다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조금 더 상식적이고 역사적인 위인들에 권위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현재의 과학과 철학의 패러다임을 따르는 상식적인 인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런 형이상학에 대해서 논할 때 과학도들은 인간의 불완전한 인식 부분에 너무 좌절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나도 하기 힘든 철학과 과학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은 버트란드 러셀같은 정말 대단한 사람만이 가능하겠지요. 지금 당장 교수가 내주는 숙제 하나 풀기도 바쁜 과학도가 철학마저 건드리는 것은 시간낭비라 생각합니다. (과학도가 둘다 잘하면 저는 뭐 먹고 살죠?) 하지만 그런 과정을 끝낸 뒤에 있는 자기 학문의 길에서 과학적 이론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이론의 근본인 결국 형이상학을 침범할 수 밖에 없고 그 끝은 회의(허공) 위에 서 있는 믿음이니까요.

과학은 명백한 사실을 증명하는 최종적인 어떤 것이 아닌 명백한 사실이라 믿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신뢰하는 해결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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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 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