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쓰는 사람 많아 그만둘 수 없다" 100%수공업 "품질좋다" 입소문에 앰프 1000대 팔려 토종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회사인 ‘장덕수 연구소’는 내년으로 창립 10주년이다. 최고의 기술과 예술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고급 오디오 시장에서는 반짝 인기를 끌다가 사라지는 일이 흔해, 웬만한 대기업도 ‘코 깨지고 손털며 나가기 십상’이다. 이런 현실에서 앰프 전문 회사 장덕수 연구소의 분전은 평가할만하다. 그동안 장덕수 연구소에서 100% 수공업으로 제작한 앰프는 1000대가 넘게 팔렸다. 전문 오디오 잡지인 월간 오디오가 공식 집계한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 장덕수 연구소는 인켈, 태광, 아남 등 대량 생산 업체에 이어 수년 째 3~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덕수(44) 소장은 “10년이 금방 갔다”며 “써본 사람들이 우리 제품이 좋다고 주위에 소개하고 마음에 들어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요즘도 서울 수유역 근처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에 자리잡은 18평 가량의 작업실에서 직접 앰프를 제작하고 있다. 청계천에 있는 4평 규모의 매장에서는 장 소장의 친동생이 판매를 맡고 있다. 장덕수 소장은 지난 1994년 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구소를 설립한 뒤 첫 앰프인 DS140을 출시했다. 당시 PC통신 상의 하이파이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성능이 좋으면서도 가격도 저렴해서 소비자들의 성향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장덕수 연구소의 DS140는 그 해 말에 오디오 전문 잡지인 월간 오디오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베스트 오디오로 선정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장덕수 연구소는 매년 3~4기종의 앰프를 새로 개발해왔다. 장 소장은 그동안 출시한 각각 다른 모델의 앰프를 모두 다른 음색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처음으로 출시한 DS140이 기억에 많이 남고 사람들도 좋아했지만,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소리는 음폭이 넓고 탄력있는 레퍼런스ES”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각각의 모델에 개성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음악을 재생시켜도 다른 소리가 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모델이 잘나가서 돈이 된다고 그것만 만들라고 하면 지루해서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덕수 연구소에서는 다음달 초 프리앰프인 P5와 파워앰프인 M5를 새롭게 출시한다. 장 소장은 “이번 제품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은 고급 음색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장덕수 연구소는 애프터 서비스가 빠르고 체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장덕수 소장이 연구소를 설립하기 전 10년간 태광 에로이카에서 기술개발과 애프터 서비스일을 해온 노하우 덕이다. 장덕수 연구소는 한 번 판매한 앰프에 대해 2년간 무상 A/S를 해준다. 또한 기존 고객이 또 다른 제품을 사면 보상을 해주고 갖고 있던 제품의 업그레이드도 해준다. 그래서인지 장덕수 연구소에는 충성도가 높은 단골이 많다. 장 소장은 “오디오의 경우 다른 제품에 비해 고객과 한 번 맺은 인연이 오래간다”고 말한다. 1998년 중반부터 IMF관리체제 진입의 파장이 미치기 시작했을 때도 단골 손님들이 제품을 팔아주고 새 고객을 소개해 줘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 전 장덕수 연구소가 문을 열 당시에 있었던 음향기기 회사들 중 남아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현실이 장덕수 연구소가 견뎌온 여러운 여건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태광, 삼성같은 대기업도 하이엔드 오디오에 도전했다가 손을 털고 나갔다고 한다. 장 소장은 “하이엔드 오디오는 제대로 만들기도 어렵지만 시장이 크지 않고 사용자들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덕수 연구소는 까다로운 사용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튜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 소장은 “튜닝은 기계적인 밸런스를 맞춘 뒤에 감성적인 음색을 입혀가는 창조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장덕수 연구소에서는 앰프 한 대가 탄생하는 데 빠르면 한 달에서 늦으면 2~3년씩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앰프의 가격은 77만원부터 200만~300만원까지 한다. 경기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2~3대 정도 만든다고 한다. 장 소장은 “주위에서 수출하자는 사람은 많은데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앰프를 만드는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장 소장은 “수출을 하려면 외부 업체에 주문생산(OEM)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현재로는 수출, 대량 생산을 할 생각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내년에는 AV용 앰프를 개발할 예정이다. 장덕수 소장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도 존재해 왔다”며 “우리도 그 사람들을 위해 계속 좋은 앰프를 만드는 것이지 다른건 없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늙어 죽을 때까지 오디오를 할 수밖에 없다”며 “병들어 일할 수 없게 되더라도 장덕수 연구소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제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너무 많아서 A/S때문에라도 그만 둘 수가 없다’는 장덕수 소장의 말에서 이름을 걸고 일하는 장인의 정신이 느껴졌다. (김재은 기자 2ruth@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