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이 바둑 보급 및 프로 기사들의 권익 보호에 신경 써 왔다는 건 알고 있다. 종교에 지나치게 심취해 있다는 비판을 흔히 받지만 그것도 엄연히 존중되어야 할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되어 난 별 반감을 가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 유창혁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는 글에 일제강점기를 들먹이는 작태도 썩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처음의 잘못은 유창혁에게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이세돌 9단을 저격하는 걸 보자 제정신인 건가 싶다. 작년 말에 프로 기사의 아마추어 대회 출전을 지탄하는 글에서도 강동윤 9단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걸 보고 참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확실해졌다. 이중잣대 운운하는 거 보니 또다시 그 잘난 페미니즘(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이 아닌, 한국식 기형적 페미니즘) 정신이 발동한 모양인데, 가뜩이나 미투 운동 때문에 사회가 난리인데 저딴 식의 논조로 의견을 밝히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본인은 정말로 이세돌 9단이 공식 행사 불참 및 기원과의 마찰로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약 10년 전 이세돌 9단이 정의를 위해 단신으로 저항했을 때는 왜 그리도 투철한 의협심이 잠자코 있었을까? 이미 그때 징계의 칼날을 들이댔었고 그로 인해 최전성기였던 그가 반년이나 휴직했었는데, 행사 불참을 이유로 또다시 같은 비극이 연출되어야 속이 시원하다는 걸까? 정말 순수하게 미시적 차원에서 얘기해 보자면 조혜연 말이 타당할 수 있다. 행사 불참이 징계 사유로 논의되느냐가 문제니까. 그런데 대체 왜 그리도 강조하는 깨어 있음으로 글자가 아닌 문맥을 보지 못하는 걸까.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마치 이세돌 9단이 마음대로 행동하면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식의 느낌을 주는 어조 자체가 얼마나 정신나간 것인지 알 수 있을 텐데. 대외적으로는 정의의 사도인 척하나 실상은 결국 변질된 이기주의에 찌든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