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싸이월드 E.B.F 벙개모임을 나갔었다.

오랜만에 벙개모임이란 것을 나간다고 생각하니 괜히 들떴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몇몇 회원들이 이미 나와 당구를 즐기고 있었다.

인사를 간략하게 하고 바로 게임 돌입.

경기 종목은 3구였다.

30대 회원 한 분이 내게 물어보셨다.

\'몇 치시나요?\'

\'아. 저는 200칩니다.\'

내 3구 지점은 20점이지만. 4구 지점은 200이다.

최근 들어 4구 경기 할 기회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4구 실력을 늘려야겠다라는 생각이 없었기에 4구 지점은 전과 같은 200이다.

\'그럼 14개만 놓고 치세요\'

30대 회원분이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보통 20개씩 놓는다고 얘기를 했지만 내 4구 지점을 들어서인지 그냥 14개를 놓으라고 했다.

그 회원분은 20개를 놓으셨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일까?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다.

힘차게 더블쿠션을 치려고 큐를 뻗었건만. 맑은 소리가 아닌 탁한 소리가 우렁차게 났다.

\'틱!!!!\'

그렇다, 바로 큐미스.

아 쑝...  창피했다. 멋쩍어하면서 큐에 쵸크칠을 하려고 팁을 바라보았는데. 이럴수가..

내 팁이 깨져있었다. 충격이었다.

내 팁은 다빈치 압축팁이다. 팁을 매우매우 압축해놓아서 돌처럼 단단하다. 그런데 그 팁이 깨져버렸다.

깨진 쪽으로 치지 않기 위해 큐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열심히 치려 했지만, 잡생각이 많아져서인지 경기는 완패를 하고 말았다. 속상했다.

속상한 마음을 좀 추스르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싸이월드 당구커뮤니티중에서 제일 큰 커뮤니티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이왔다.

게다가 금요일이라 더 많이 온듯했다. 조금 낯설었다. 서로 반가운 사람들끼리 웃고 즐기느라 새로나온 나는 왠지 소외감을 느꼈다.

예전 한창 당갤에서 벙개를 때리며 이곳저곳으로 모임을 나갔을때, 처음 나왔던 뉴비분들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뉴비분들에게 참 살갑게 굴었던것 같은데(물론 내 생각이지만), E.B.F는 그런 부분이 조금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아쉬웠던 건 또 있다. 비단 E.B.F뿐만 아니라 내가 최근 다녀보았던 다른 동호회에서도 같았다.

바로 당구용어.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하쿠, 우라, 시까끼 등등\'

당구를 사랑한다고 모인 사람들이 제대로된 당구용어하나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안타까웠다.

특히나 여성분들에게 \'이거 나미 따면 우라나와? 짱꼴라 쳐 짱꼴라, 히끼로 빨까?\' 와  같은 말이 들리니 왠지 더 듣기 거북했다.(외형적으로 남자보다 아름다운 여자이다 보니 입에서 나오는 말도 남자들보다 더 아름다워야하지 않나 라는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남자들에게서도 저런말이 들리면 듣기 거북한건 마찬가지다.

용어를 우리말로 쓰자고 목청껏 소리치고 싶었지만 처음나온 뉴비가 너무 설치는 걸로 보일까봐 꾹 참았다.

조금 더 친해지게 되면 우리말 용어를 설파할 예정이다.후후후.

3구 게임이 끝나고 사람들과 팀플 두겜을 더 치고 난 후,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보태기: 가디너형님 그동안 다빈치 압축팁 잘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생이 팁 깨졌다는 소리에 바쁘신 와중에도 먼길을 달려와주시어 팁을 예쁘게 교체해 주시고, 스파링 한겜 쳐주신 나래형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자잘한 당구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해주시는 마음 따뜻한 빌앤형님도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써왔던 용어가 아니라 생소하고 어색하겠지만, 여기는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이니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