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불가항력이지만 기억은 어느정도 선택할 수 있다.
의지에 따라서 기억하고자 하는 것들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게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때론 영원한 것도 있는 법이라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 잊고 싶지 않은 것들, 영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들은 그렇게 노력으로 어느정도 이루어 낼 수 있다. 아니, 최소한 그 정도 노력은 해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기억의 소매라도 붙잡아 둘 수 있을 테니까. 닳고 닳은 채로나마 가두어 둘 수 있는 거니까.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도 그것들은 모래의 성분으로 남아있다.

물론 이것은 상호적이지 않다. 기억이라는 행위만으로는 대상에게 아무런 의미도 되지 않는다.
따져 말하자면 소중하기 때문이든, 죄책감 때문이든 이런 건 모두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자위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속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평생을 메여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샐린저가 말했듯 어떤 것들은 계속 그 자리에 두어야만 한다.저렇게 유리 진열장 속에 넣어 두어야만 한다.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할테지만 그보다도 대상에게의 최소한의 양심이니까.

나는 자꾸 기억을 더듬거린다.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