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십팔사략6권은 수나라의 건국과 몰락, 그리고 당나라의 건국과 번영을 다루고 있다.

수나라에 대해서는 상당히 간략하게 다룬다.   수양제는 폭군이지만 많은 업적을 남긴 황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소설에서는 별 비중에 없고 나약한 모습으로 나온다.   아마 진순신 개인감정이 투영된 듯 하다.

그 다음은 당나라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단연 당태종이 주인공이다.   정말 영명한 황제로 그려진다.

특히 당태종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서는 격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치 당태종이 전쟁의 신처럼 느껴진다.

당태종이 정치를 잘해서 그의 치세가 정관의 치라고 불리우며 중국역사상 황금기라는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태종의 군사적 재능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건 아마도 그가 고구려를 침략했기 때문일거다.

한국인 입장에서 고구려를 침략한 원흉을 대놓게 칭찬하기 꺼리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적이 강할 때 승리가 더 빛나는 법이다.   당태종의 대단한 군사적 재능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그래야 그런 당태종을 물리친 안시성 전투가 더 돋보인다.   그 후 관심이 가는 대목은 당고종 때 한반도 정벌이다.

당고종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는데 이 소설에서는 특히 백제의 멸망에 대해서 상세하게 나온다.

삼국시대를 다룬 역사책은 적지 않게 보았는데 이 소설에서 나오는 백제 멸망 이야기는 처음 보는 게 많았다.

의자왕이 아들과 함께 도성을 빠져나가면서 손자에게 도성을 맡겼다든가하는 이야기는 본 적이 없다.

백제가 결정적으로 망하게 되는 백강 전투에 대해서도 상당히 상세하게 나온다.   어떤 사료를 보고 썼나 궁금하다.

일본에 백제멸망을 다룬 사료가 남아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이라 각주가 없는게 정말 아쉽다.

그 외에 당나라 이야기 중 관심을 끄는건 궁중여인들이다.   당나라는 궁중여인들 음모와 모략이 대단했다.

중국역사를 보면 이상할 정도로 황후나 황태후에게 권력이 가는 수가 많은데 당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고종의 황후였던 무측천은 아예 황제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한다.   대단한 정치적 수완이다.

물론 당중종의 황후였던 위황후는 이를 따라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한다.   측천무후는 정말 예외적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당나라 전반에 걸쳐서 황후나 황태후가 자기일족을 벼슬에 올려서 나라를 쥐고 흔드는 일은 흔했다.

성리학에 입각한 조선왕조는 말할 것도 없고 고려나 삼국시대에도 중국 정도로 외척이 발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역사에서는 외척이 권세를 누리는 정도인데 중국에서는 아예 외척이 나라를 통째로 삼키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