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 불도마뱀은 생기를 잃고 끈적거리는 몸으로 늙어간다.

"빌어먹을! 뜨거운 물밖에 안 나가잖아!"

"너 시발 불마법사였냐? 아니 그걸 미리 말 안하면 어떡해 이 머저리야."

"미리 말 안한 걸로 따지면 우리가 수중 던전으로 갈 거라는걸 미리 말 안한 너도 머저리지, 망할 년.

적어도 내가 번개마법사는 아니니까 망정이지."

"....."

"이 험난한 곳까지 찾아온 용맹한 모험자여. 세가지 소원을 말하라."

"이건 소원이 아니라 그냥 질문인데, 어쩌다가 그런 꼴이 되셨소?"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죽기 직전에 나한테 영원히 돌 속에 봉인되어서 남들한테는 세가지 소원밖에 못 들어주도록 소원을 빌었거든.

이제 두개 남음."

"태양이 지금보다 젊을 아주 먼 옛날에 사방 팔방 안 다녀본 데가 없는 편력 기사가 있었다네.

그는 어느날 고목 그림자가 진 사거리에서 - 신의 축복인지 악마의 농락인지는 몰라도 - 아주 거대한 진리를 깨우친거야!

그리고 기사의 머리통은 그 진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빵 터져버린거지.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살아남아 그 사거리 나무에 앉아 있다고 해.

지금도 그를 찾아가 질문을 하는 여행자가 많지만 그는 아무 답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

"흔한 이야기 아닌가.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진리를 알아버린 자는 오로지 침묵할 뿐이라는."

"아니 입이 없어서 대답을 못한건데."

"이래서 자네 이야기 듣는게 참 싫어."

숲의 수호자는 허락 없이 숲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아름다운 호박 도끼로 두동강냅니다.

수호자가 숲 밖을 나갈 일은 없으니 애초에 미리 허락을 구할 수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