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삼촌은 정신과 의사였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8.134) 2015.08.01 16:25:36
조회 87 추천 0 댓글 0

삼촌은 상하이의 정신과 의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으로는 고칠 수 없는 환자와 대화를 나눠, 증상을 정신적인 측면으로 개선시키는 일\'을 했다.

중국적 정신과 의사라고 표현하는 게 알아듣기 쉬우려나.



아버지와 삼촌은 둘 뿐인 형제여서인지 사이가 좋았다.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와서는, 아직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였던 나와 놀아주는 일도 많았다.

역시 의사다보니 사정도 넉넉하셨던 건지, 용돈도 통 크게 주셔서 나는 삼촌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그 삼촌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겨울방학 때였다.

나는 그 해 4월부터 고향을 떠나 항저우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방학이 되자 어머니가 [삼촌도 오실 거니까 춘절에는 집에 오렴.] 하고 연락을 하셨다.

어차피 대청소 수발이나 시키려는 거겠지 하면서도, 어머니가 만든 밤과자도 먹고, 삼촌한테 세뱃돈도 받을 겸 나는 간만에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자, 여느 명절 때처럼 삼촌이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인사를 하려던 나는 깜짝 놀랐다.

내 기억 속의 삼촌은 말라깽이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것처럼 생긴 아버지와는 달리, 100kg은 족히 될 정도로 키도 덩치도 엄청난 분이었다.

그랬던 삼촌이 아버지 이상으로 비쩍 마른 모습으로 앉아계셨던 것이다.



머리카락도 잔뜩 푸석푸석해져서, 무슨 노숙자 같은 모습이었다.

뭐, 그 때는 [무슨 일이에요, 삼촌. 엄청 멋있어지셨네.] 라고 웃어넘겼지만.

그날 밤,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는 목욕탕에 들어가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뒷정리를 하느라 거실에는 나와 삼촌 둘만이 있었다.



처음에는 옛날 이야기도 하고, [너 항저우에서는 제대로 지내고 있는거냐?] 하고 물어오시는 등, 평범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삼촌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지금, 아이 목소리 들리지 않았냐?]



삼촌은 애시당초 술 같은 건 마시지도 않는 분일 뿐 아니라, 내게 농을 건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는 [안 들렸는데요.] 라고 대답했다.

삼촌은 조금 슬픈 것 같은 얼굴로, [그런가... 역시...] 라고 중얼거렸다.



[삼촌 말이다, 요즘 어디에 있던지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저런 걸 나한테 명령을 해대는거야.]

삼촌이 일하는 병원은 평범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이미 중증이라 회복의 가망이 적은 사람들을 격리하는 수용소에 가까운 곳이었다.

도시 외곽에 지어져 있을 뿐더러, 창문에는 전부 쇠창살이 박혀 있는 곳이다.



그 탓일까?

거기서 일하며 환자들과 계속 이야기를 해야하는 의사들도 조금씩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성실하고 올곧은 사람이면, 환자들의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영향을 받아 어느새 비슷한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삼촌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도 같은 정신과의사로 일하던 여의사 중 한 명이 [음파가 뇌에 박히는 게 보여요!] 라고 말하더니, 어느날 스스로 목을 매 버렸다고 한다.

[나도 이제 한계가 온 것 같구나.]

삼촌은 억지로 지어낸 게 아니라, 묘하게 즐거운 듯 웃었다.



곧 삼촌은 가만히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귤을 들더니, 내게 내밀었다.

[보이냐?]

[뭐가요?]



[구더기가 잔뜩 들어붙어 있어. 봐라, 또 안에서 갉아먹으면서 껍질을 뚫고 구물구물 나오고 있잖느냐. 흰색의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어... 뭘 먹으려 하던 이런게 눈에 보인단다. 먹으면 내 몸 안에서 파먹고 나올 것만 같아.]

삼촌이 그렇게까지 야윈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제대로 밥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잠자는 것마저 괴롭다고, 삼촌은 말했다.

잠을 청하고 있노라면, 천장에서 누군가가 삼촌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 라고 한 마디 한 후, 삼촌은 거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아직도 삼촌이 그저 장난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해준 것이려니 할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삼촌은 이미 집을 떠난 후였다.

가족 중 누가 일어나기도 전에 돌아가 버린 것이다.



삼촌이 묵었던 방에는 전날 잠자리에 깔아뒀던 이불도 그대로였다.

말 그대로 몸 하나만 달랑,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사라진 것이다.

어머니의 말로는 그 후 삼촌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정도 후, 삼촌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운전 도중 중앙분리대에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고 한다.

장례식 때, 친척 어른 중 한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삼촌은 자살한 게 아닐까, 라는.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날은 무척 맑아 딱히 도로에 얼어붙은 곳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삼촌의 차도 도로를 따라 곧바로 잘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스로 핸들을 꺾더니 중앙분리대로 차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부분에 관해 통달한 사람이면 자신의 정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스스로가 깨닫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삼촌은 자신이 미쳐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을 만나러 찾아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폐인이 되기 전에 스스로 생명을 끊었던 것일까...



다만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가기에는 좀 께름칙한 뒷이야기가 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고 나기 전날이었는데... 한밤 중에 음성 사서함에 메세지가 있어서 확인해봤더니 형한테 온 거였어. 듣고 나서 기분이 나빠서 지워버렸었는데... 그 병원에는 아이도 있는걸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삼촌의 메세지는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목소리로 딱 한 마디가 녹음되어 있었다고 한다.

[나, 명령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삼촌의 목소리 뒤로, 속삭이듯 아이 같은 목소리가 몇 사람이고 [죽어, 죽어.]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벼운 일도 아니고, 그리 친하던 형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버지가 장난이나 치실 분은 아니다.

아직 아버지는 건강하시지만 나는 아직도 두렵다.

언젠가 아버지도 그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시는 건 아닐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186 有人的话跟我用中文聊聊吧 [2] 선리기연(139.227) 15.08.28 230 0
2185 无聊啊 선리기연(139.227) 15.08.28 48 0
2184 刷新也没有什么新的帖子 ㅇㅇㅁ(139.227) 15.08.28 39 0
2172 국경절에 어디가는게 좋을까요? [4] 明哥(222.133) 15.08.27 110 0
2170 어제 모의2회 쳤는데 독해 반타작나옴시발;; 5급 d-day 17 ㅇㅇㅇㅇㅇ(58.75) 15.08.27 61 0
2168 질문글 싸놓고 대답해주니까 글삭하는건 무슨 개념이냐 [1] Redi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7 119 1
2167 중국어vs일본어 뭐 공부해볼까 [2] 박스터GT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7 235 0
2164 요즘 중갤 리젠이 적어지고있다ㅠㅠㅠ [2] 밥은먹고다니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7 82 0
2163 조선족놈들이 마툴리더? 라고하는데 루이(110.8) 15.08.27 49 0
2161 중국에서는 제2외국어 주로 뭐 배워요? [2] ㅇㅇ(175.223) 15.08.27 210 0
2153 한국이랑 중국이랑 듀엣한 노래 아시는분 [2] 쌩초보(49.169) 15.08.26 124 0
2149 오늘도 작문 쓰고 보여주니까 대패질당함 5급 d-day 18 ㅇㅇㅇㅇㅇ(58.75) 15.08.26 64 0
2148 중국어로 "역"이 뭔가요? [3] 유동질문(211.220) 15.08.26 217 0
2147 怎么样? << 회화체에서 성조 제대로 지키나여? [1] 쟨뭐야(211.33) 15.08.26 152 0
2146 산동대수준이? (211.204) 15.08.26 167 0
2145 중국어에 관심이 생기고 있는 학생입니다. 질문 한가지 할게요... [9] 레레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6 283 0
2144 요즘치킨쏘는게 대세냐 [1] ㅋㅋ(210.180) 15.08.26 89 0
2143 한줄 중국어 번역 부탁드립니다. [1] ㅂㅂㅂ(118.37) 15.08.26 107 0
2139 Cantonese 살짝 배워보니깐.... [1] ㅇㅇ(112.145) 15.08.26 137 0
2137 지나, 대만, 일본티비 맘껏 볼 수 있는 어플 [2] 버들가지(14.138) 15.08.26 186 0
2134 중국어학연수 1년(10개월이겠죠) HSK6급 가능한가요? [3] ㅁㄴㅇ(211.203) 15.08.26 775 0
2128 능력자 분들 ㅜㅜ 조금만 도와주십셔 ㅜ ddsaf(14.46) 15.08.25 67 0
2126 작문 처음써본거 중국인한테 보여주니까 한순 푹 쉼 5급D-DAY 19 ㅇㅇㅇㅇㅇ(58.75) 15.08.25 102 0
2124 중국어 씹초보임 커리큘럼좀 짜줘라 ㅁㄴㅇ(124.54) 15.08.25 102 0
2123 적당히 대화 될 정도만 공부하려고 하는데 [3] 킄크크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5 429 0
2122 중국어 인강추천 앙망합니다. [2] 래즈(203.232) 15.08.25 1307 0
2121 要溲吗? = 오줌(똥) 싸고 싶냐? 란 말 되냐? ㅇㅇ(50.0) 15.08.25 110 0
2120 형들 HSK6급 모의고사 뭐풀어? 밥은먹고다니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5 77 0
2117 중국어 다좋은데 병신인 이유 [3] 병신(211.204) 15.08.25 360 1
2116 《前出師表》전출사표  諸葛亮 제갈량 [4] Redi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5 456 2
2114 이거 번역좀 제발 [1] 프랑스인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5 113 0
2112 少了我的手臂当枕头你习不习惯 임의신(110.13) 15.08.24 58 0
2110 cui 라고 적혀있던데 한자가 어떤거임? [1] ㅇㅇ(123.213) 15.08.24 285 0
2108 중국어 배우면서 뭐가 제일 어려움?? [9] Redi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4 391 0
2107 뭔 옆집은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맨날하냐ㅡ..ㅡ 도라애몽(182.172) 15.08.24 49 0
2106 대만의 접지전사 작가가 보낸 답장인데 무슨 뜻입니까.jpg [8] 새벽에글쓰다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4 288 0
2105 6급 학원 다녀봣는데 왜캐 ㅈ같냐ㅡ.,ㅡ 도라애몽(182.172) 15.08.24 125 0
2104 나한테6급은 더럽게 어렵내ㅜㅜㅜ [2] 도라애몽(182.172) 15.08.24 120 0
2103 다들 이 책으로 공부하는거 맞지?? [1] Redi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4 553 0
2098 질문글 써도 대답하나도 안해주는데 이거하나만 댓글좀 달아주라 [2] ㅇㅇㅇㅇㅇ(58.75) 15.08.23 102 0
2097 그림 사전... 聽音取樂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3 86 0
2095 모의 1회 풀어봤는데 씨발..... 청해개극혐이네 [1] ㅇㅇㅇㅇㅇ(58.75) 15.08.23 97 0
2094 구매한 상품 저와 같이 확인 부탁드릴께요.. 중국어로 어떻게 해? [2] 00(121.188) 15.08.23 59 0
2092 북한을 중국어로 뭐라고하나요 [4] 짜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3 211 0
2091 행님들 한문장만 해석해주세여 fk(211.215) 15.08.23 89 0
2089 광복절 1주일 지난 뒤에 올리는 사진들 버들가지(14.138) 15.08.23 290 0
2088 이거 문법 및 번역 좀.. ㅇㅇ(211.226) 15.08.23 105 0
2086 작문은 공식만 외워가면되는거냐? hsk5급 d-day 21일 ㅇㅇㅇㅇ(58.75) 15.08.23 188 0
2069 중국드라마는 왜 성우가 더빙을 하는거야? 연기자들 다 중국인인데 [1] askduq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2 384 0
2067 노베이스부터 6급까지 6개월 걸렸다 질문받는다 [5] ㅇㅇ(211.171) 15.08.22 31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