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그녀가 생각난다.
비 오는 날의 어떤 추억 한 조각도 없는데도 말이다...

매년 겨울 끝자락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그 어디쯤,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녀의 이름은 고 봄, 봄이다.
봄이와의 인연은 우연히 들른 고양이 카페에서 시작되었다. 고양이를 키우고 너무 예뻐라하는 그녀와는 달리 그는 그날, 친구를 따라 요즘 핫하다는 고양이카페에 잠시 들렀다.
딱히 고양이를 좋아한다거나 싫어하지 않는 그는, 그날도 딸기파르페를 먹으면서 카페안을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물이 적당히 빠진 슬림한 핏의 청바지에 맨투맨 티셔츠를 헐렁하게 입은 그녀에게 그는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녀는 아주 예쁘다거나 우아하지는 않았지만 살짝 웃을때 접히는 눈밑 애교살이 귀여웠다.
더군다나, 고양이들과 교감도 나누고 머리도 볼도 쓰담쓰담 해주는 소담스러운 모습은 차가운 겨울만 같은 그의 심장도 녹여주었다.
그녀가 예뻐하는 고양이는 다 예뻐보이고 어느새 그의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은색 작은 고양이는 주인을 닮아 털도 보송하고 영민해 보이는 눈빛도 애교스러웠다. 그녀의 애묘는 강이었다. 고 강. 그래 분명 강이라고 불렀다.
고양이 이름까지도 인연 같아서 그 남자의 가슴은 잔잔하게 파문치듯 쿵쾅거렸다.

혹독했던 지난 겨울, 사람이 주는 아픔에 지쳐 있던 그였다.
겨우내내 방에서 안나오던 그에게 한 번 만나자며 친구가 내미는 따뜻한 손길은 뿌리칠 수 없는 우정이었다.
딸기파르페를 다 마시고도 다시 아이스커피를 한 잔 더 시킨 그는 본격적으로 시선을 그녀의 동그란 어깨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때마침 그녀와 그녀의 강이는 애묘카페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는 아이스커피의 얼음만 우적우적 씹으며 그녀의 갈색 머리가 어깨에 닿을 듯 찰랑거리는 모습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인연이란 무엇인가? 잡아야 할 인연과 스쳐보내야 할 우연의 차이는 그 어느 시베리아 횡단열차속에서 오는것인가? 나는 지금 어떻게 필연인 마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인가?
봄이 오려고 시련이 있었으니 그녀에게 가서 함께 봄을 맞고 싶다고 말해도 될까?
아니면 봄을 닮은 당신의 어깨가 탐난다고 꿀렁거려 볼까?
당신의 귀여운 고양이가 자꾸만  내 시선 끝자락에 머문다고 시인처럼 뻥쳐볼까? 아니다, '당신 고양이 이름이 저랑 닮았군요 이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좀 알...' 라고 솔직하게 말 해볼까?

생각이 생각을, 망상이 망상을 낳던 중,
그녀는 이미 강이를 데리고 사라지고 없었다.
눈 앞에 있던 파노라마가 순간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가 비현실이 되어 버린 느낌에 그는 파르르 떨려오는 속눈썹을 꼭 감아야했다.



* 이상한 글 읽느라 눈도 뇌도 고생많타
잘 못쓰는데 걍 또 시도는 해본다
심심하면 보등가 말등가...
댓도 달등가 말등가...
난 또 더 쓰등가 말등가 할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