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분이 

'백운대는 왜 백운봉이라고하지는 않는가?'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셔서 찾아보다가, 

자료가 많아지는 바람에 따로 게시글로 쓰겠습니다.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 따르면,

*봉(峰)은 

山頂: 산 정상

*대(臺)는

高於地面而上平的物體: 지면보다 높으면서 위가 평평한 물체

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자연물이든 인공조형물이든 간에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으면 대체로 대(臺)라고 했습니다.

1745년(영조 21)에 편찬한 북한산성에 관한 지리서인 

북한지(北漢誌)에는 북한산의 명칭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봉과 대를 정리해봤습니다.

*봉(峰)이라고 명명된 곳은 

원효봉(원효대), 영취봉(염초봉), 시자봉, 기린봉, 장군봉, 등편봉(등안봉), 구암봉, 상원봉, 휴암봉, 인수봉, 백운봉(백운대), 만경봉(만경대), 노적봉, 용암봉, 일출봉, 월출봉, 기룡봉, 반룡봉, 시단봉, 덕장봉, 복덕봉, 석가봉, 성덕봉, 화룡봉, 잠룡봉, 보현봉, 문수봉,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중봉), 용혈봉(혈망봉), 용출봉, 의상봉(의상대), 승가봉

<총 28회>

*대(臺)라고 명명된 곳은 

의상대, 원효대, 태고대, 소요대, 법왕대, 유선대, 곡룡대, 요초대

<총8회>

입니다.

봉과 대로 통용되는 곳이 많고

대로만 불리는 곳은 확실히 적습니다.

끝이 뾰족해도 봉이 아닌 대로 명명하기도 하고,

봉우리에 평평한 부분이 있어도 봉이라고 하기도 하는걸 보니 

사전적 정의대로 엄정하게 지키지는 않으며 대체로 혼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봉과 대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혼용하지는 않습니다.

인수봉이 그렇습니다.

북한산의 대표적인 봉우리인 인수, 백운, 만경의 명칭을 한번 살펴보면,

■ 인수봉

인수봉 같은 경우는 대의 속성이 전혀 없는 분명한 ‘봉’이라서 대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위에 평평한 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1757년(영조 33)에 편찬한 읍지 여지도서(輿地圖書)

*1800년대 만들어진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에도 모두 ‘인수봉(仁壽峯)’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인수대라고 하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 백운봉&백운대

백운의 명칭은 1449년(세종 31)에 편찬하기 시작한 고려사(高麗史)에 맨 처음 보이는데,

여기에서는 ‘백운봉(白雲峯)’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후 1603년 이정귀(李廷龜)의 월사집(月沙集)에는 ‘백운대(白雲臺)’라고 했습니다.

위에 살펴본 1745년 북한지(北漢誌)에는 백운대, 백운봉이라고 혼용하고요.

*1530년(중종 25)에 편찬된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1757년(영조 33)에 편찬한 읍지 여지도서(輿地圖書)

*1800년대 만들어진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에서도 모두 혼용합니다.

백운대에 마당바위같은데서는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으니 대(臺)라고 할 수도 있고,

봉우리도 분명하게 있으니까 봉(峰)이라고도 한 것 같습니다.

■ 만경대&만경봉

*1757년 여지도서(輿地圖書)에서만 만경봉(萬景峰)이라고 했고 

*1745년 북한지(北漢誌)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1757년 여지도서(輿地圖書)

*1800년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에서는 모두 만경대와 만경봉이라고 혼용하고 있습니다.

※요약: 

*봉(峰)은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

*대(臺)는 솟아있으며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평평한 공간있는 곳

*인수봉처럼 대(臺)의 속성이 전혀 없는 분명한 봉(峰)이면 봉이라고만 했음

*보통은 대와 봉이 혼용됨

참고: 북한지, 여지승람, 여지도서, 대동여지도, 월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