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쯤에 나랑 같이 노가다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군대도 동반입대는 아니라도 거의 비슷하게 입대하고

자대도 어쩌다가 같이 춘천쪽 배치되서 부대는다르지만 연락해서 휴가도 맞춰나가는 친구였다

제대하고 나는 아버지가 하시는일 배우면서 살았는데

친구는 입대전에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일자리구하면서 노가다를하고 있었다

사는곳도 가까워서 아버지 일적당히 배운뒤로는

같이 인력사무소 다니며 용돈벌러다녔었다

인력사무소소장도 얘가성실하다고 어디 공장이라도 꽂아줘보려고 연락해줘서 면접을봤는데

초봉 270받는곳에 어렵사리합격해서 같이 잘됐다고 술엄청퍼마셨었다

그런데 합격하고 열흘이 채 안지나서 애가 안보이고 연락도 안됐다

소장도 얘가 안오면 안온다고하는 놈인데 왜안오지하며 나한테 찾아가봐달라고

선물용 음료수까지 들려줘서 보냈다

원룸에갔는데 문이잠겨있고 핸드폰도 연락이안가서

애가 술먹다 돌아가는길에 변이라도당했나 덜컥 겁이났다

그래서 맨윗층사는 원룸 주인할머니께 사정사정해서 내 신분증명하고

애 연락처찍힌 핸드폰하고 문자, 같이 찍은사진 보여드려서 겨우 문을따고 들어갔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상위에 편지가 세통 놓여있었다

하나는 원룸주인할머니, 하나는 소장, 하나는 내앞이었다

할머니한테 보낸편지에는 남은 계약기간 2달치 월세와 모자란건 보증금으로 메우고싶단 말과 사과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나한테 보낸편지는 조금길었다

돈도 만원짜리 스무장, 오천원짜리 세장, 천원짜리가 일곱장 들어있었다

예전에 내가 사줬던 밥값을 치르고싶었는데 가진돈이 이것뿐이라 미안하단 말로 편지는 시작됐다

알고보니 아버지가 얘하고 친할머니에게 떠넘긴 빚이있었다고한다

자세한이유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무슨이유에선지 상속포기는 실패했다고 한다

원금이 3200만원이라 갚으려고 노력해서 겨우1100만원까지 줄였는데 그도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더이상 누굴위해 살아야할지 모르겠단 말이적혀있었다

같이 휴가나가서 붕어빵사줘서 고맙다

잘곳없을때 며칠이고 재워줘서 고맙다

갈아입을 옷도 변변찮았는데 옷을 사줘서 고맙다

컴퓨터 구해다줘서 고맙다

같이 일을나가줘서 고맙다

이런식으로 고맙다는 말이 수십줄이 적혀있었다

죽는다는 말은없었지만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는 마지막줄을 읽으니까 애가 이미 세상사람이 아니겠구나 싶어졌다

나중에 소장한테 편지를 전해줘야하나 망설였지만

사무소가 쉬는날에 연락드려서 편지를 전해드렸다

사무소의자에 앉아서 소리죽여서 우시기 시작하셨다

나중에야 들은거지만 아버지처럼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일자리를 소개시켜주셨는데 나가지도 못해서 정말죄송하단 말이 적혀있었단다

그리고 거기에는 10만원이 들어있었다고 하는데

소장님은 그돈을 나한테 그대로주셨다

나는 아직도 저 돈을 쓰지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