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나는 애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코믹스 기준으로만 이야기한다.

만화 보는 사람들이면 다 아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이다. 처음 보기 전에는 막연히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는 만화일 줄 알았다만... 실제 주제는 좀 더 복잡하다.

앞의 줄거리들은 다 제끼고 맨 마지막에 나우시카와 부우 왕은 뭔 옛날 멸망한 사람들이 남겨둔 유산을 만난다. 그 유산은 먼 옛날의 인간들이 무수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싸우는 것을 한탄하며 그것을 중재할 신을 만들었지만, 그 신에 의해 문명이 멸망하게 되고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평화로운 인간들의 씨를 남겨두고 파괴된 지구를 재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공 생명들(거기에는 현재 살아가는 인간도 포함)을 만들어 작동하게 만든 거다. 그리고 마지막의 때에 인간들로 하여금 유산을 부활시켜 자신들의 이상세계를 구현하려 하는데...

하지만 나우시카는 그걸 부정한다. 아무리 원래 주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있고 행동하는 존재들이지 원래 주인들의 명령만을 따르는 꼭두각시가 아니기 때문. 나우시카는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생명을 조종하려는 이들을 변하지 않는 존재들이라고 비판하고 생명들이 스스로 운명을 찾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덤으로 부우 왕은 저 유산이 만들려는 '어둠이 없는 이상적인 인간'은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빛이든 어둠이든 모두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 과거의 인간이 자신들을 중재할 목적으로 만들어냈던 신인 거신병인 유산을 부수는 장면과 서로간의 오해로 인한 전쟁으로 서로 피폐해진 사람들 앞에서 나우시카가 무의미한 증오를 거두고 서로 돕고 재건하며 살자고 연설하는 장면은 이 만화의 주제를 요약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번 읽어서는 내용 이해가 바로 안 갈 수가 있다. 구매해서 여러번 읽어보는걸 추천.

여담으로 거신병이 상당히 귀엽게 나온다.